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2352

월드컵 이면의 진실-월드컵 축구공의 비밀을 아십니까?

인도.파키스탄 아동노동자가 개당 백원받고 하루 12시간 바느질


며칠 있으면 새천년의 첫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을 인류 평화와 어린이들을 위한 월드컵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화려한 축구잔치 뒤에는 눈물로 얼룩진 어린이들이 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꿈의 무대’에서 사용될 축구공, 축구복, 기타 축구용품을 생산하는 어린이 노동자들이다. 축구용품 산업은 특히 인도, 파키스탄에서 성한데 이 두 나라에서만 수십만 명의 어린이들이 값싼 임금으로 축구용품 산업에 고용돼 있다. 세계에는 유소년을 포함해 약 2억5000만 명의 축구선수가 있다. 그리고 세계에는 같은 수의 어린이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교육은커녕 하루 하루의 생존마저도 보장받지 못한 채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이 있는 한 월드컵의 의의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글로벌마치(세계어린이노동반대행진·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ur)는 월드컵 캠페인을 시작했다.

값싼 아동노동으로 만든 수제품 축구공

글로벌마치는 어린이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1998년 결성된 세계적인 운동단체다. 어린이, 인권, 노동문제에 관련된 개인들과 NGO, 기타 조직들이 어린이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작하여 스위스 제네바까지 거의 1년 동안 세계를 행진했다. 이로 인해 1999년 ILO는 협정 182조라고 알려진 ‘최악의 어린이 노동 상황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에 관련한 협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협정 182조는 어린이 노동과 관련해 제정된 세계 첫 협정이다. 글로벌마치는 현재 세계 약 100개국에서 협정 182조 캠페인, 교육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월드컵 캠페인은 2002 월드컵에서는 어린이 노동을 이용하지 않고 생산된 축구공과 용품만 사용하자는 운동으로 지난해 5월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글로벌마치는 FIFA, 국제스포츠용품 산업연맹(WFSGI), 각국 축구협회와 축구단체, ILO, 국제아동기금(UNIC EF)과 같은 국제 기구들에 축구용품 산업에서 어린이 노동을 배제하는 한편 성인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고 기본적인 노동환경과 급여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마치는 어린이 노동과 축구산업의 실상을 세계인에게 알려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개최국인 한국, 일본과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12개 나라를 선정해 집중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축구공은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최고품으로 친다. 기계로 생산되는 축구공은 품질이 떨어지고 수제품보다 가격이 싸다. 사업자들은 당연히 수제품 생산을 선호하게 되어 임금이 싸고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 파키스탄 같은 나라를 찾아들게 된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세계 축구공의 70%가 생산되고 있다. 파키스탄 시알코트에서는 360개의 합법적인 공장과 약 1만 개의 비합법적인 공장이 1년에 약 3500만 개의 축구공을 생산한다. 2002월드컵에 사용될 축구공도 전부 이곳 시알코트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합법적인 공장 360개 중에서도 60곳 정도만 제대로 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나머지는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축구산업은 1999∼2000년 파키스탄에서 최소한 3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했고 국내총생산(GDP) 기여액이 약 150억 루피(한화 약 4000억 원)에 이르렀다.

5세부터 축구공 생산에 참여하는 어린이들

축구산업이 파키스탄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노동환경은 매우 비참하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비공식적 고용의 형태로 축구용품 기업들의 중간 상인이나 협력 업체와 계약을 하고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기 집이나 공장에서 작업하며 낮은 임금, 긴 노동 시간, 사용자들로부터의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들까지 부모들을 도와 이 산업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생산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데다 어린이들은 자기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축구공은 손으로 한땀 한땀 바느질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하루종일 쪼그려 앉아 적게는 3~4개, 숙련되면 10개까지 만든다. 이렇게 만든 공 하나에 우리 돈으로 쳐서 100∼150원을 받는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일당이 2000원을 넘지 않다. 아무리 물가가 싼 인도, 파키스탄이라도 이런 급여로는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축구공 생산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이른 경우 5~6세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어린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침침한 불빛 아래서 하루 10∼12시간 작업을 한다. 손놀림이 능숙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수없이 바늘에 찔리거나 다치고 나중에는 지문까지 지워진다. 하루종일 허리를 구부려 일을 하므로 디스크 같은 병도 생기고 시력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축구용품 산업의 어린이 노동력 이용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1996년 FIFA는 국제자유노동연맹(ICFTU)과 함께 FIFA 라이센싱으로 생산되는 축구공과 용품에 이용되는 노동 기준에 관한 동의서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축구공 생산 노동은 강요 및 구속적인 것이거나 어린이 노동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등에 의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자유가 있으며 정당한 대우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 또한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주 48시간을 넘지 않으며 급여는 최소한 기본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주어져야 하고 고용주는 안전하고 건전한 노동환경과 안정된 고용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WFSGI에 가입된 기업들은 이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WFSGI는 대신 어린이 노동을 배제하고 정당한 노동환경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자기산업의 행동 법규를 정했으나 이는 권고 사항일 뿐 구속력이 없었다.

1998년 국제노동조합들의 노력으로 FIFA가 스포츠용품 회사와 맺는 모든 계약서는 해당 기업이 어린이 노동력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증명해야 하고 생산 과정을 독립적인 감독관이 감사하며 국제적인 노동 기준을 따르는 책임을 명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항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리복, 나이키 등 일부 기업들은 최근 들어 비등하는 비난 여론과 자사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어린이 노동력 배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나 글로벌마치를 포함한 관련 단체들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 결과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린이 노동의 문제는 고용 금지만으로 해결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어린이들의 수입이 없어질 때 그 가정이 입을 경제적 손실의 보전, 일터를 떠난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 기회의 제공, 어린이 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보조와 법적 조치의 확대, 기업의 윤리적 노동관행 정립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

글로벌마치의 월드컵 캠페인은 축구산업에 어린이 노동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비록 우리나라와는 그리 깊은 관련이 없는 문제라 할지라도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2002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월드컵의 진정한 의의를 살리고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는 것이기도 하다.

김선형 새계아동노동반대행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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