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794

지뢰밭 대신 축구장을!

시민단체 월드컵 맞아


“부시는 라덴을 잡을 맘이 있었던 걸까?”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을 잡겠다고 아프가니스탄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던 게 음모는 아닐까 하는 의혹의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비행기 테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보도가 터져나오면서 세계의 이목은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쏠리고 있다. 내전과 미국의 공격으로 완전 폐허가 돼버린 아프가니스탄이 매설된 지뢰로 겪는 피해는 엄청 나다.

전세계가 월드컵으로 열광할 때 아프간 난민들은 지뢰더미 아래서 평화를 갈구하며 한숨짓고 있을 것이다. 이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위해 싸워온 국내 시민단체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지뢰를 없애는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신나게 축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18일 인사동에서 ‘함께 가는 사람들’ 한상진 총무는 ‘잘랄라마바드의 지뢰밭을 축구장으로’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축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일반적인 운동이라고 한다. 휴일에는 많은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이 공터에서 축구를 하지만 카불을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축구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약 80%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 땅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상진 총무는 “아프가니스탄의 지뢰밭 1평방미터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미화 약 1달러(약 1399원)가 필요하다”며 1000원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그곳에 축구장 하나 건설하려면 50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한 총무에 따르면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UN을 비롯한 여러 국제단체들이 지뢰 제거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으며 현지인을 고용해서 벌이는 이 사업은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산업이 될 정도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이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다. 일본의 ‘평화의 배(Peace Boat)’와 한국의 ‘함께 가는 사람들(Hamsa)’이 함께 손을 잡았다. 한국에는 월드컵 개최도시 중 지뢰문제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 지역, 즉 서울, 부산, 인천, 울산, 광주 5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서울의 우면산, 부산의 해운대와 태종대 주변, 울산의 현대중공업 근처에 위치한 야산, 광주의 광주 비행장 뒷산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지뢰문제에 대한 관심도 모아낼 전망이다. 주말에는 서울 인사동, 경기가 열리는 날은 경기장 주변에서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동참할 예정이다.

한상진 총무는 이번 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반도 통일운동이 세계 평화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고민을 개인적으로 해왔다. 대인지뢰 금지운동은 통일운동과 평화운동이 만나는 접점에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월드컵 기간중엔 네거티브(negative)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포지티브(positive) 캠페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일본의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함께 가는 사람들’은 대인지뢰 피해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힘든 소송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슈로 만든 후 피해자지원특별법 제정 여론을 이끌어낼 생각이라고 한다. 그들은 현재 거리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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