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1679

서울 YMCA 골프연습장 지으려고 숲없앤다?

고양의 허파 풍동지구 골프연습장 건설 논란


10년 전 일이다. 지난 1993년 YMCA는 4월 29일 제1회 세계골프추방의 날을 맞아 서울 시내 2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골프에 관한 의식 조사를 실시하고 골프추방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그 후 YMCA는 한강물 되살리기 시민운동, 녹색 청소년단 도시생태환경 탐사활동, Y녹색가게운동 등 오래 전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다.

그런 YMCA가 최근 고양시 풍동지구에 골프연습장을 짓겠다고 나서 지역사회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골프연습장이 돈벌기는 최고죠”

지난 4월 17일자 <경기일보>는 서울YMCA가 고양 풍동 숲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일산 일대의 허파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현재 고양시 풍동에 위치한 서울YMCA 일산수련원 자리에 미니골프장이 건설된다는 보도였다. 고양시청에 확인해 본 결과 서울YMCA가 건설하려는 미니골프장의 정확한 이름은 ‘퍼팅(putting) 연습장’이었다. 퍼팅연습장은 골프장과 비교할 때 규모와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으나 실외 퍼팅연습장의 경우엔 골프장 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산을 깎아 잔디밭이나 모래밭을 조성한다고 한다.

서울YMCA 일산수련원은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고양시 풍동에 자리하고 있다. 고양시 김범수 시의원은 “풍동은 고양시의 축소판”이라며 “고양시의 한 가운데 위치한 풍동은 나무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1차로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2차로 산지개발을 확장하며 아파트가 많이 생겼다. 재개발대상 주거지역의 철거민들이 살기도 했다. 지금은 개발로 방향이 정해졌다. 숲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대규모 아파트와 음식점만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련원 앞은 개발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식당과 찜질방, 골프연습장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마치 신도시 난개발 현장을 보는 것처럼 미개발된 논밭 사이로 시멘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채 새 건물들이 삐죽삐죽 서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YMCA가 ‘골프연습장 추가 증설’로 개발바람에 동승했다. 서울YMCA는 고양시 풍동지구의 임야 14만9900㎡를 소유하고 있다. 이 지역은 풍동지구의 유일한 숲이다. 수련장 뒤쪽에 현재 숲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주공아파트 개발단지도 2년 안에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풍동의 마지막 숲이 될 수 있는 이 거대한 땅이 그동안 청소년수련원으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 서울YMCA가 이곳에 골프연습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나선 것.

지금도 일산수련원은 청소년수련원과 골프연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재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법이 요구하는 일정 규모를 갖추면 추가로 지어지는 시설에 관해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소년수련원에 있는 골프연습장은 성인이 이용하지만 체육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운영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YMCA가 2001년 2월 11일 고양시에 낸 서울YMCA 청소년수련시설 설치·운영 변경허가 신청에 따르면 이번 사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기 설치·운영중인 청소년수련원을 통하여 21세기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놀이문화 공간의 제공으로 새로운 청소년 문화창조와 학습기회를 부여하고, 새로이 조성되는 퍼팅연습장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보다 쉽게 골프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청소년의 정서와 체력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성인이다. 청소년들은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주엽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요즘 (고양에서) 골프연습장이 돈벌기에는 최고죠. 골프연습장이 있는 청소년수련원에 청소년이 들어가는 건 별로 못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에서는 골프연습장이 상업적 가치가 가장 높으며 이에 YMCA도 성인을 주 대상으로 골프연습장을 운영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달 이용요금이 남자는 13만원, 여자는 12만원인데 청소년에 대한 요금인하정책도 없다.

한 지역주민은 “이곳은 다른 주변 골프연습장에 비해 요금은 적지만 연습장의 규모가 다르다. 이곳은 연습장 길이가 100m 단위고 다른 곳은 150m 단위다. 길이에 비례해 연습비가 달라지는 일반적인 골프연습장 기준과 비교하면 값이 싸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김혜정 처장은 “시민단체가 갖는 정당성은 공익에 기여하는 게 기본이다. 이는 시민단체의 운영방향과 정면 배치된다. 골프장은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 환경훼손과 아울러 본령의 의무와도 맞지 않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것은 더 나쁘다. 현재 있는 골프연습장도 폐지해야 한다. 스포츠로 확대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골프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그 청소년들이 골프를 배우면 골프장을 계속 지어야 하는가. 골프장엔 잔디를 심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토질에도 전혀 맞지 않다. 더구나 시민단체가 행정법망을 악용해 성인들의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것은 더 옳지 않다. 법을 준수해야 할 단체가 편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든다면 기업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며 시민단체의 공익성과 환경문제 차원에서 이번 사업을 비판했다.

야생화 단지도 없앤다

서울YMCA가 1999년 2월 설치한 청소년수련원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616-1외 6필지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모두 14만9900㎡다. 수련의 숲 7만2382㎡를 비롯해 자연체험장 2076㎡, 야영장 1815㎡, 연못 2535㎡, 체력단력장 2160㎡, 구보코스 4568㎡ 등 대규모의 녹지에 기반을 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3년 후인 2001년 11월 13일 ‘퍼팅연습장’을 건설하기 위해 ‘청소년수련시설 설치·운영 변경허가 신청’을 고양시청에 제출한 것이다. 시설배치 계획에 따르면 현재의 수련장에서 수련의 숲 7만2382㎡ 가운데 4250㎡를 줄이고 산악자전거 코스 6576㎡와 야생화단지 600㎡의 경우 완전히 없애 총 1만1426㎡의 퍼팅연습장을 신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역의 환경단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양환경연합 양장일 기획실장은 “골프가 대중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귀족스포츠 아닙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돈벌자는 얘기인가 본데…. (고양시는) 파괴는 덜 되었지만 녹지가 많은 곳은 아닙니다. 일산이 왜 일산인 줄 아십니까. 산이 하나뿐이어서 일산입니다. 바깥에는 산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공원을 많이 만드는 거죠. 그런데 산을 없애다니요. 도시 한가운데에 골프장이라니 답답합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고양환경연합은 6·13지방선거 준비로 이 문제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걱정하며 선거가 끝나는 대로 반대여론을 형성해 골프장 건설을 저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청은 시민단체가 이와 같은 계획을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고양시청 가정복지과 양정수 청소년보호 담당자는 “지난해에도 YMCA에서 이 사업을 신청했는데 그때는 불허했습니다. 퍼팅연습장을 9홀이나 만드는 것은 산림훼손이 지나치게 크며 한 홀당 간격도 100m여야 하는데 100m를 넘는 홀이 있었죠. 이번에 6홀로 줄이고 다시 사업계획을 낸 것입니다. 현재는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결과는 최소 한달 정도 걸리는데 만약 허가가 되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준농림지역에 건설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골프장(퍼팅연습장) 건설에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울러 이 사업의 담당자가 말한 고양시의 도시계획은 자꾸만 YMCA가 골프장 관련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실마리를 풀게 했다.

양정수 씨에 따르면 “수련장 주변에 곧 대규모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시설의 가치는 더욱 없어질 것이다. 아마도 YMCA가 이를 알고 골프연습장과 함께 퍼팅연습장을 지으려는 것 같다. 수익이 더 확실해지는 것이다. 그런 태도 때문인지 서울YMCA에 대한 고양시민들의 지역여론은 나쁘다”고 말했다.

‘여기는 수익사업을 담당하는 파트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서울YMCA 체육시설과는 공식적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담당자는 “위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 여기는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인터뷰를 거절했다. 구체적인 ‘위’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사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만 반복할 뿐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다. 어떤 자료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기는 수익사업을 담당하는 파트다. 다른 부분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하며 서울YMCA가 그동안 해왔던 골프장 건설 반대운동이나 환경운동과 역행하는 사업방향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시민단체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정부의 지원을 따로 받지 않는다면 공익차원의 수입구조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반환경의 상징이며 지역환경조차 고려하지 않는 골프장 건설로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환경을 보호하라고 말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을 이끄는 시민단체의 이와 같은 이중성은 결국 시민단체의 도덕성 논란에 먹칠을 할 뿐이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최소 한달 이상 남았다. 결과에 따라 서울YMCA의 이번 사업 추진에 대한 고양시민과 환경운동단체들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YMCA는 1903년 최초의 민간단체로 창설된 후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시민단체이자 청소년단체다. 그동안 시민문화, 청소년운동, 사회교육, 사회체육, 사회복지, 국제연대, 지도력 개발 등의 각종 사업을 전개해 왔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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