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921

독자투고-환갑넘은 교수가 파티 설거지까지

“교수야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읽고


내가 다니는 영국 브레드포드대학 평화학과의 한 교수에게 , 학부생이든 대학원생이든 조교든 복사, 차 대접, 온갖 잔심부름 등 교수 뒷바라지를 당연히 해야 하는 한국 대학의 실정을 이야기해주자 “부럽네. 나도 한국 대학에 취직해 볼까”라는 농담이 돌아왔다.

이곳의 교수들에게는 비서는 물론 도와주는 학생도 없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무직원에게 복사조차 시키지 않는다. 영국의 대학에선 과별로 학기 시작과 끝에 학교 예산으로 간소한 파티를 여는데 우리 과에서는 환갑을 바라보는 박사과정 주임교수 재닛이 식탁을 준비한다. 파티가 끝난 뒤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일도 재닛의 몫이다. 이곳에선 교수나 학생이 서로 이름을 부르고 말을 놓는다. 교수에게 물어보거나 따질 게 있을 경우 미리 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대개는 그냥 연구실로 직행해서 문을 두드리면 된다. 교수의 ‘권력남용’을 제어하는 장치는 개방적인 교수사회의 문화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식은 권력이 된다는 철저한 사회과학적인 자각, 교수진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고 결정권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 학생들의 연령층이 18세에서 65세까지 다양하고 여학생 비율이 높다는 점 등이다. 비교해 보라. 젊은 학생층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부분 남성인 교수진 사이의 권력관계와 아줌마, 할아버지, 온갖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여러 세대의 사람들로 구성된 학생층과 마초남성이 없는 교수진 사이의 권력관계.

우리 과의 닉이라는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이 권력이 되는 것은 자기 지식이 다른 사람의 지식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학생들의 지식과 내 지식 사이에 우열은 없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불완전하다. 서로의 지식을 어떻게 공유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만 있다.”

교수와 ‘시다바리’의 관계는 권력관계의 문제이자 지식에 대한 오만한 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대훈 영국 브레드포드대학 평화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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