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1월 2002-12-30   463

당신의 눈에 휴가를!

시각매체의 홍수 속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것은 눈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신 24시간 노동을 조장한다. 따라서 현대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물건은 모니터. 모니터 앞에서 눈감기 쉽지 않고 키보드 위에서 손을 떼고 하루를 보내기가 정말 어렵다.

주변을 돌아보면 눈 안 아픈 사람 찾기 어렵다. 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쉽게 눈이 침침하고 머리도 무거워진다. 심하면 구역질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것을 안과에서는 ‘안정피로’라 부른다. 바라보는 대상에 너무 집중하면 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생기는 증상.

적어도 50분 동안 눈을 쓰면 10분은 쉬게 해야 하고, 가끔 눈을 감아서 안구를 눈물에 적셔줘야 도움이 된다. 손가락으로 눈의 가장자리를 마찰하거나 눌러줌으로써 안구를 자극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컴퓨터는 내려다보는 위치에, TV는 바닥에 직접 놓는 것이 눈에 대한 배려다. TV와 컴퓨터가 위로 쳐다보는 위치에 있으면, 눈을 크게 떠야만 하므로 눈이 쉽게 건조해지고, 시선의 이동도 격렬해져 눈을 피로하게 한다.

그렇다면 아예 하루쯤 눈을 감고 살아보는 건 어떨까.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대신 겪어 보자는 말은 아니다. 보이는 사람이 예상하는 어려움만큼 또 다른 행복도 많은 것이 그들이니까. 한 시각장애인은 “우리는 어차피 보이지 않으니 친구 만날 필요 없다. 전화로 얘기 하나 만나서 얘기하나 똑같다”고 우스개를 했다. 그러나 친구를 만나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없다. 만남은 눈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

하루 종일 눈감을 자신이 없다면 안대를 이용하자. 손수건도 좋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무엇인가 보려고 애쓰는 습관을 버리자. 눈 대신 귀를 열고, 눈 대신 손을 쓰자. 음식의 모양대신 향기로 오늘의 메뉴를 선정하자.

바쁜 아침 기계적인 화장 대신 천천히 얼굴을 만져보자. 눈썹뼈를 만져가며 천천히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은 손가락에 묻혀 두드려가며 바르면 된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입지 못한 옷이 있다면 이날은 눈치보지 말고 과감하게 입자. 원천봉쇄 된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감을 느끼자.

친구를 만나면 손을 잡아보고 얼굴이나 머리결의 감촉을 느껴보자. 그만의 향은 무엇인지 천천히 음미해보자. 똑같은 손의 모양, 똑같은 체온, 똑같은 머릿결을 가진 사람은 없다. 낯선 만남에서는 옷차림이나 나이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대화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바람 좋은 날에는 안대를 끼고 공터를 걸어보자. 잔디밭 위에서 걸으면 금상첨화. 팔을 크게 벌리고 큰 보폭으로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 보라. 마치 바람이 자신의 몸을 하늘로 띄우는 듯한 느낌….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준다.

눈에 주는 휴식은 결국 우리의 몸과 마음에 주는 선물이다. 결국 눈을 쉬게 하고,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 우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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