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1월 2002-12-30   1328

여론조사 전문가가 본 16대 대선 투표결과 분석

수도권과 2030세대가 판세 결정


새 천년 첫 대선은 유권자의 승리로 끝났다. 누가 당선되었느냐를 떠나 과거에 비해 유권자 의식이 지역주의나 관권, 금권, 이권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승리는 누가 어떻게 주도했는가? 그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 나타난 투표율과 지지도 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후보 단일화 이후 선거기간 동안 후보별 지지도에서 노무현 후보가 계속 선두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지지도 변화의 추이를 보면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회·경제적 계층별 지지도의 차가 크지 않았다. 둘째, 지역주의가 과거에 비해 다소 완화되었다. 셋째, 세대간 지지도가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넷째, 그러다 보니 막판에 세대간 투표율 싸움으로 선거가 결판났다.

[ 모든 계층에서 앞선 노무현 ]

이번 선거기간 동안 노무현 후보는 농·임·어업, 주부, 무직 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직업 계층에서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후보간에 뚜렷했던 진보-보수적인 정치 이념이나 정책·공약을 감안한다면 특정 직업군에서 노무현 후보가 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노 후보가 뒤진 계층인 농·임·어업과 무직 부분이라는 것도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고연령층의 의사가 주로 반영된 것이며, 주부 역시 이 후보 지지가 높은 저학력층의 지지였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계층별 지지 분포도에서 이 계층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정책대결을 기초로 한 계층간 대결구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계층에서 정치교체나 세대 교체가 더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약화된 지역주의 ]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는 다소 약화되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 초반부터 노무현 후보는 영남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줄곧 이 후보를 앞섰고 지지도도 큰 기복이 없었다. 선거결과 또한 97년 대선과 비교해 볼 때 김대중 대통령보다도 더 지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

[ 세대간 양극화 현상 ]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세대간 지지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었고, 선거 종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선거에서 나타났던 계층간 또는 지역간 대결구도가 세대간 대결구도로 대치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출구조사나 투표자 조사를 보면 20∼30대는 노 후보가 2배정도 앞선 반면, 50대 층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도가 2배 가량 앞섰다. 반면 40대는 백중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세대간 지지도 편중은 과거에도 나타났으나 이번 선거에선 더욱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세대간 지지후보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었다. 특히 12월 14일 여중생 추모집회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세대간 대결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세대 대결이 아닌 정치의식의 변화와 중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세대간 대결은 젊은 세대 정치의식의 표현 형태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세대 대결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 최대 변수가 된 투표율 변화 ]

투표율은 정치참여 지표로 볼 때, 무관심 계층 혹은 냉소층이 어느 정도나 되느냐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무관심 계층의 투표율은 후보간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특히 선거가 세대간 대결구도로 귀착되면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가 높은 50대 이상에서는 높은 투표율이 예상되었기에 노무현 후보의 지지가 높은 20∼30대층의 투표율이 승패의 관건이 되었다.

실제로 특별한 이슈 없이 한나라당이 대세를 이루던 10월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67.9%(실제 투표율은 응답보다 약 5%정도 낮게 나옴)에 불과하였다. 특히 20대는 48.5%로 채 50%를 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무렵 가상대결은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투표 예상층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11월 22일 후보단일화와 12월 14일 여중생 추모집회 직후의 예상 투표율은 급상승했다.

지지도에서도 후보단일화된 시점부터 국민 전체뿐 아니라 투표 예상층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투표율 급상승과 투표 예상층에서 노무현 후보의 우위는 위 표에서 보듯 20대의 폭발적인 투표율 증가가 주도했다. 20대 투표율 증가는 결국 투표 예상층에서조차 노 후보가 앞서게 한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후보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인 10월 21∼23일 조사와 투표 하루 전날인 18일 조사를 보면 20대의 예상투표율 증가는 무려 27%였다.

이렇게 높아진 20대 투표율은 선거일 불과 2시간 전(밤12시 기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노 후보 지지철회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했다.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철회로 인해 투표 당일 투표율은 70.2%로 예상투표율보다 약 10% 낮았지만, 당락에 미칠 효과에 대한 예상은 빗나갔다. 투표율이 낮으면 상당수의 20∼30대가 투표를 하지 않아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리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자신들의 정치적 힘과 의무를 자각한 많은 20∼30대층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 결과 50대 이상 유권자보다 크게 낮지 않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서울에서 두드러져 역대 선거에서 보기 드물게 서울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기현상을 보여 주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이 유권자의 승리였다고 한다면, 이 승리는 유권자 중에서도 지역적으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세대로는 중심을 잡아준 40대와 더불어 20∼30대가 주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노무현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전 계층에서 고른 득표를 얻고, 김대중 대통령보다 지역적으로도 더 고른 득표를 얻어 사회통합 차원에서 계층통합과 지역통합에 한발 더 다가 간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념 대결과 중첩된 세대 대결의 심화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세대와 이념을 통합해야 할 숙제를 아울러 남겼다고 해야 할 것이다.

홍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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