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1월 2002-12-30   839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직선제 도입 내막

시민단체 내부민주주의 향한 첫걸음


2002년 12월, 5년 만의 대통령 선거에 참가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의 손에 또 하나의 중요한 투표권이 쥐어졌다.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김진현 이세중 정학 이하 환경련)이 국내 시민사회운동단체로는 처음으로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사무총장 직선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환경련은 지난 93년 창립 때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최열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2003년 2월 끝남에 따라 이후의 조직운영에 대한 논의를 거듭하여 차기 사무총장을 회원들이 직접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후보추천위원회는 환경련 부설 시민환경연구소 장재연 소장(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과 서주원 사무처장을 복수 추천하였고, 이들은 2003년 1월 3일까지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게 된다. 투표는 2003년 1월 4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과 우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환경련은 간접선거나 합의추대라는 시민사회단체 대표 선출의 오랜 관행을 깨고 회원들의 손으로 대표를 뽑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조직 내에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금까지의 후원중심 회원참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원참여 확대와 사무총장의 지도력 확보 효과

운동단체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총장 직선제 실시가 논의되는 직접적인 계기는 창립 이후 10년 가까이 사무총장을 맡아온 최열 사무총장이 사임의사를 밝힌 데서 비롯한다. 2001년 2월 그가 2년 임기의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뒤 같은 해 10월 환경련에서는 사무총장의 지도력 이양과 차기 사무총장 선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12월 조직발전위원회에서 사무총장 회원 직선제안이 마련되었다. 회원과 활동가들에 대한 설문조사와 논의를 거쳐 환경련은 2002년 9월 14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승인하였다.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단체는 대표 선출과 의사결정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오랫동안 면하지 못했다. 이러한 비민주성을 극복하기 위해 각 단체들은 회원과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환경련의 사무총장 직선제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진섭 환경련 활동처 국장은 “회원 참여 직선제가 단체의 대표를 내 손으로 뽑는다는 긍지를 심어줄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활동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환경련이 사무총장 직선제를 채택한 배경에는 신임 사무총장이 회원들의 직접적인 지지에 의해 탄생하는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열 현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재정, 조직활동, 국제관계 등 전반에 걸쳐 조직을 이끌어왔다.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 선출된 신임 사무총장이 최열 총장의 빈 자리를 메우는 지도력을 단시간에 확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우려되어왔다.

박진섭 국장은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무총장이 갖는 정통성은 신임 사무총장이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한 지도력 발휘를 용이하게 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열 총장 퇴진 이유와 향후 활동

직선제에 의한 이번 사무총장 선출은 단순히 선출 방식의 변화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10년 가까이 계속된 최열 총장의 시대가 끝난다는 의미 또한 갖고 있다. 환경련에서 최열 총장이 지니는 상징성은 매우 큰 것이다. 최 총장의 퇴진은 그 자신의 의사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내부의 요구가 어울려 빚어낸 결과로 여겨진다.

환경련의 한 관계자는 “개발 패러다임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개발자들이 환경에 대해 전혀 부담을 갖지 않았지만 지금은 개발에 있어서도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고 있다”며 “개발정책에 대한 저항과 반대를 운동의 주요 방향으로 삼던 때와는 다른,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운동방식과 새로운 지도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최 총장 역시 “한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단체 일을 총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물러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환경련에 몸담고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애 홍보팀장은 “최열 총장이 사무국 총괄업무에서는 물러나지만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조직에 남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총장 역시 “환경련을 떠나는 것은 아니며 유전자조작식품(GMO), 인스턴트 가공식품 등의 감시 활동과 국제연대 활동, 환경재단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총장 직선제가 다른 단체에 영향 줄까?

외국 시민단체의 경우에도 회원에 의한 대표 직선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경애 팀장은 “외국의 경우 활동가들이나 대의원에 의한 대표 선출방식이 일반적이며 회원의 직접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워낙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인 만큼 환경련 내에서도 직선제 채택에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련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회원들은 대체로 찬성의견을 밝혔던 반면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후보자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회원들에게 주어지기 힘들다는 점, 실무적인 어려움, 선거로 인해 조직 안에서 불필요한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 등이 거론되었다.

특히 특정한 이념과 목적을 가지는 시민단체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조직의 성격에 어긋나는 인물이 선출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환경련의 경우 단체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의 등장을 차단하고,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는 한편, 자발적인 입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요구에 부합하는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환경련 임원과 활동가, 외부인사로 이루어진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인사로 참여한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위원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후보추천위원회가 피선거권을 제한할 위험도 있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환경련의 사무총장 직선제가 시민운동이 자주 듣는 비판의 하나인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극복하고 회원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시민단체 대표선출 방식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지 주목된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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