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1월 2002-12-30   677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선 세계민중의 연대

세계사회포럼에 대하여


지금의 세계는 지구촌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 나라가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냉전이 해체된 뒤 단일한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되면서 자유무역이 확대되고 인터넷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국가간의 상호작용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세계화는 ‘인간의 얼굴’을 띠고 있었다기보다 지구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세계를 양분하였다. 이런 가운데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서는 민중의 움직임들이 국경을 넘어 커다란 반세계화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1997∼98년 활발하게 진행된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투쟁, ‘쥬빌리(Jubilee) 2000’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 1999년 11월 ‘시애틀 투쟁’ 등이 대표적이다. 반세계화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반세계화 행동의 다양한 형태와 이슈를 결집할 수 있는 커다란 전환점이 된 ‘세계사회포럼(Wolrld Social Forum)’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대안 개발을 위한 국제연대의 강화를 목표로 한 회의로, 각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초국적 기업의 대표들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여는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이 포럼은 브라질 노동자당(PT)이 제안하고 유럽지역의 금융거래과세 시민연합(ATTAC)과 프랑스의 권위지 ‘르몽드’가 발행하는 국제관계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가 적극 수용함으로써 성사됐다.

금융세계화의 폐해

제1회 세계사회포럼은 2001년 1월 브라질의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렸다. 브라질 내 8개 단체 주최로 100여 개국 500여 개 조직에서 4000여 명의 외국인이 참가했으며 브라질에서는 1만 6000여 명이 참가했다. 450여 개의 워크숍과 토론회를 거쳐 채택된 결의문에서 △남녀평등 △아프리카 흑인 및 원주민 운동에 대한 연대 △외채 전면탕감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도입 등을 호소하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같은 장소에 해외 참가자 1만 명을 포함한 131개국 활동가 6만 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2회 세계사회포럼은 9·11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전쟁 및 확전 계획, ‘플랜 콜롬비아(콜롬비아 정부의 마약 퇴치와 좌익 반군 토벌 작전)’를 비롯해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군사주의,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등에서 드러난 금융세계화의 폐해와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에 대한 논의에 무엇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2회 포럼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구조조정과 외채로 인한 제3세계 민중의 고통을 생생하게 드러낸 민중법정이었다.

모든 외채는 불법이다!

제 3세계 외채 거부운동 네트워크인 주빌리 사우스, 3세계 외채탕감 위원회, 생태부채 채권자연합 등이 주최한 ‘외채와 금융시스템에 관한 국제민중법정’은 북반구의 은행, 초국적 기업, 정부, IMF, 세계은행과 기타 국제금융기관들에 의한 외채제공과 구조조정의 악순환이 가져온 결과를 밝혀 외채의 불법성을 주장하였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이 참가하여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이 몰고 온 반인권적 상황을 증언하였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각 지역의 증인들은 외채로 인하여 교육, 보건복지 등이 보장되지 못하여 민중의 삶이 더 고통받고 있다고 증언하였다.

이에 배심원들은 “모든 외채는 불법”이라고 선언하고 △외채 상환을 빌미로 남반구의 자연적 유산과 자원을 유출시키고 민중을 착취한 죄 △천연 원료를 싼값에 채취하고 사들여 산업 생산품을 높은 값에 되파는 불공평한 교환 체계를 유지하여 외채를 증가시킨 죄 △남반구 채무국들의 외채상환에도 불구하고 더 외채가 늘어나도록 높은 이자를 매긴 죄 △구조조정과 민영화로 인한 피해 구제, 사회적 일자리 창출, 경제 재활성화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외채를 갚는데 사용되도록 한 죄 △남반구 민중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오직 초국적 기업과 북반구 산업국의 이해만을 옹호하는 경제정책을 편 죄 등을 들어 기소된 북반구의 은행, 초국적 기업, 정부, IMF, 세계은행, 국제 금융기구들과 남반구의 정치 담당자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라고 요구하였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려면

두 차례의 성공적 개최에 힘입어 10만 명의 참가자가 예상되는 올해 세계사회포럼은 △민주적인 지속가능한 발전 △원칙과 가치, 인권, 다양성과 평등 △미디어, 문화와 대항 헤게모니(counter-hegemony) △정치권력과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주의 △민주적 세계질서, 군사주의에 대한 투쟁과 평화의 진전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준비되었다.

특히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각 지역에서 ‘사회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를 종합하는 자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회포럼, 유럽의 지역 사회포럼, 남미 사회포럼 등이 예정되어 있다. 지역포럼의 개최는 지역의 다양성과 자율성, 역동성을 지키면서 세계사회포럼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지역의 현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연대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인도 세계사회포럼 주최로 아시아사회포럼(Asian Social Forum)이 2003년 1월 2일부터 하이드라바드에서 열리는데, 평화와 안보, 외채, 개발권, 무역, 재정과 투자, 국가와 민주주의, 사회적 인프라와 환경, 문화와 지식 등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문제와 이에 대한 민중의 대안이 토론될 예정이다.

다양한 국가, 인종, 민족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만들어가는 세계사회포럼은 이제 눈 덮인 다보스 산장에서 모색되는 무자비한 자본의 논리에 맞서 대안의 전망과 논리, 전략을 한데 모으는 장으로 자리매김되었다. 20대 80으로 나뉘어진 남북의 세계를 이어주고 이를 극복하는 논의와 실천의 광장인 것이다. 우리가 세계사회포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안으로는 자기성찰, 밖으로는 ‘다른 세계’를 향한 지구적 행진에 동참함으로써 보다 성숙하고 책임 있는 자신을 만들기 위함이다

최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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