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1월 2002-12-30   1075

골탕 먹은 사람들

우리 음식에는 칼슘 보충을 위한 요리법이 있다. 특히 짐승 뼈를 우려먹는 습관이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발달되었다. 여기서 얘기하려는 것은 소뼈다. 뼈를 부위별로 삶고 끓여서 우려먹는 것이다. 뼈를 끓이면 이름하여 “골탕(骨湯)”이다. 우리 딸들이 어렸을 때 소뼈를 고아 먹이면서 골탕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재미있었느냐고 물어보니, “오늘 학교에서 골탕먹었다”고 했다. 아마 사골국을 먹었나 보다.

그런데 요즈음 참 골탕 먹는 일이 너무나 많다. 병원에 입원하면 친척들이 골탕 먹이러 달려든다. 몸이 조금만 약해져도 소뼈 고아 골탕 먹인다. 골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자주 먹고 또 많이 먹는다.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주 먹으면 다른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골탕을 먹다 보면 우선 콩팥이 칼슘을 걸러 방광으로 보내야 되는데 작업량이 너무 많아 콩팥이 그 작업을 하다 다른 작업을 못한다. 콩팥은 골탕 거르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극성 있는 음식물을 오줌으로 걸러 보내고, 피를 정화시키고, 독성을 해독시키고, 지방질도 분해시키며, 뼈 마디 마다 필요한 연골도 만들어야 되는데, 골탕을 너무 자주 먹고 많이 먹으면 골탕 거르는 일을 하다 다른 일을 못하니 방광염, 요도 결석증, 불면증, 관절염 등이 올 수 있다. 우선 소변이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고 뻐근한 기분이 든다. 아무튼 골탕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막히는 데가 많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요즈음 골탕이 어떤 소의 것이냐가 또 문제다. 그 소가 풀만 먹고 자란 소 같으면 그대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배합사료만 먹고 자란 소는 생각처럼 뼈가 튼튼해지거나 약이 되고 힘이 솟는 것이 아니다. 수입소 뼈는 더욱 그렇다. 그 소뼈가 냉동되어 달을 넘기고 해를 넘기고 지구를 가로질러 오다 보면 상해야 되는데 무슨 약품처리를 했는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상하지 않는다. 상하지 않게 약바른 국물 우려먹는 것이야말로 진짜배기로 골탕을 먹는 것이다.

포천에 개를 길러 직업을 삼는 집사가 있었다. 그 여집사는 내가

양봉을 하기에 나를 만나면 꿀목사라고 부른다. 나도 그분의 직업을 존중해 언제나 개집사라고 부른다. 개집사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경희대병원에 입원했는데 무릎뼈가 부서져 석고를 묶었다 풀었다 하기를 2년이 넘었다 한다. 이제 고치는 것은 포기하고 나에게 안수기도 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도보다는 골탕 먹일 일 없게 하려고 병원에 갔더니 골탕뿐 아니라 그 날 아침식사로 라면 두 개 끓여먹고, 빵 사다먹고, 과자 먹고, 문병객이 사다놓은 음료수 깡통 터뜨리고 있었다.

나는 물론 기도를 안 해 주었다. 다만 골탕 그만 먹고 어머니가 시골서 해다 준 반찬과 간식만 먹으라고 부탁하고 왔다. 그 후 40일 지나 그 청년은 퇴원해서 운전하고 다니고, 그 집은 아직까지 다시 골탕 먹을 일이 없다.

글을 쓰다보니 하얗게 우러난 뜨끈뜨끈한 사골 국물에 참깨가 섞인 소금 한 숟갈 넣고 실파 송송 썰어 넣은 골탕 한 사발에 밥 한 숟갈 말아먹었으면 좋겠다.

임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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