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4월 2003-03-25   377

청와대는 오보와 전쟁 중

노무현정부 언론정책 기대반 우려반


노무현정부의 언론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청와대 브리핑을 내면서 오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기자실을 브리핑실로 바꾸면서 취재관행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내놓은 언론환경 변화정책은 언론개혁 전선에 새로운 활력소를 던질 것인가.

“새 정부의 언론개혁 의지는 한 때 짙은 안개 속을 헤매다가 차츰 햇볕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맑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펼치고 있는 언론개혁 양상을 날씨 정보 프로그램에 비유한다면 대체로 이와 유사할 것이다.

언론계는 대선 직후 일찍이 여러 경로를 통해 노무현 당시 당선자에게 집권 초기부터 강도 높은 언론개혁 정책을 구사해 나갈 것을 요구해 왔다. 이는 DJ정부가 지난 2001년 중앙언론사 전체를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사상 초유의 ‘강수’를 펼쳤다가 그 시기가 너무 늦었던 탓에 되레 레임덕 현상의 조기화를 맞았던 교훈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언론계는 지난해 ‘자전거일보’로 불리는 일련의 경품 전쟁을 치르면서 신문시장의 혼탁양상이 가중되고, 나아가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언론권력-대체로 이는 ‘조중동’을 가리킨다-이 여론독점을 심화시키는 지경에 이르자 새 정부의 언론개혁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치를 점차 높여 나갔다.

그러나 새 정부는 오히려 첫 출발부터 언론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언론계는 우선 지난 1월 6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언론개혁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인 전망을 가진 인사가 없었던 점을 크게 아쉬워했다. 노무현 당시 당선자가 여느 정치인들보다도 언론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보여왔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언론계의 이러한 반응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여기에 새 정부의 첫 청와대 홍보라인 구축과정에 개혁성향의 인사가 발탁되지 않자 급기야 언론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인수위측은 당시 인사와 관련해 “언론에 빚을 지지도 않았고, 또 빚을 질 필요도 없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으나 언론계의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어진 행정자치부·문화관광부 장관, 국정홍보처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의 향후 언론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후속 인선에서 대체로 개혁성을 인정받고 있는 인사들이 발탁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실제로 노 대통령이 내놓은 일련의 언론환경 변화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있어 언론개혁 전선에 새로운 활력소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취재시스템 변화의 의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 정부의 언론개혁 정책은 언론환경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수위가 지난 2월 16일 현행 청와대 출입기자실을 폐쇄형에서 개방형 브리핑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한 일련의 언론환경 변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언 유착 근절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가판구독 금지 △관행화 된 신임 장·차관의 언론사 인사방문 금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가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오보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서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제도적인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잘못된 관행을 먼저 고쳐야 하고,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자신이 할 수 있는 개인 차원의 일들을 차근히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러한 조치들이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이후 제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정부부처와 국회에서 논쟁거리로 대두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변화된 언론환경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언론계는 이번 조치를 “비정상적이었던 관행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로 평가하고, 내친 김에 대통령이 언론에 특혜를 주었던 또 다른 관행들도 찾아내 철저히 차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설자리가 좁아진 ‘조중동’ 등 권력화된 언론들도 지면을 통해 저항하는 양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나치게 언론사의 일상 활동에 제동을 걸어 언론의 취재를 제약하고 있다”며 주로 노 대통령의 ‘편향성’을 부각하는데 논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계 일부에서는 최근 들어 이들 신문사들이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자질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점차 변화된 취재시스템 전반으로 논쟁의 범주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점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문은 바뀐 언론환경에, 방송은 인선에 관심

조중동과는 다른 차원에서 노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앞서 노 대통령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공권력에 비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공권력으로 표현한 것은 조중동이 만들어 놓은 담론의 틀에 결국 노 대통령 스스로도 매몰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며, 따라서 새 정부가 지속적으로 언론개혁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론개혁의 철학과 개념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문사들이 새로운 언론환경 변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 방송사들의 주된 관심은 역시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인선에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언론환경과 언론정책의 개혁 못지 않게 방송위원장과 KBS·EBS·YTN 사장, 연합뉴스 사장 등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각 언론사 수장 인선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방송계의 주문이다.

현재 이들 언론사들은 사장 선임을 앞두고 공통적으로 ‘내부 개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내부 시스템을 익히 아는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이번만큼은 청와대가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손으로 내부 인사 가운데 사장을 뽑을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계 일부와 청와대의 접근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의 예에서 드러나듯 개별 언론사에 대한 개혁을 뛰어넘어 사회개혁 차원의 언론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내·외부를 막론하고 개혁성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언론계는 분명 새로운 변화의 출발선에 서 있다. 그것이 노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촉발이 됐건, 아니면 언론계 전반의 암묵적인 동의에 의해서건 간에 언론권력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개혁의 시위는 당겨졌고, 그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세로 굳혀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변수는 있다. 노 대통령이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내릴 수밖에 없는) 언론사 주요 수장에 대한 인선에 따라 일련의 언론개혁 양상이 크게 바뀔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노 대통령은 언론계 내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세력을 얻을 수도, 아니면 언론개혁의 밑그림을 다시 구상해야 하는 일에 직면할 수도 있게 된다. 언론권력과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아직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이영환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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