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6월 2003-06-01   511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불공정거래 조사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혁정책을 소신있게 밀고 있다. 그 중심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체제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진 그는 재계는 물론 일부 경제부처와 팽팽한 긴장을 빚기도 했다. 본지는 최근 “시장개혁”을 위한 폭주기관차를 발동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임기동안 벌여나갈 개혁정책 등을 물었다. 편집자 주

참여정부가 100일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장개혁에 대한 논란이 일었는데, 스스로 지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100일의 경제분야는 새롭게 정책방향을 정하고 새로 구성된 경제부처 장관들이 서로 업무조정 하는 워밍업 기간이었다고 본다. 이와 달리 공정위의 정책방향은 ‘시장개혁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쟁체제와 질서를 만들어 가자는 것’으로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각 주체가 참여하는 ‘시장개혁비전을 위한 민관 태스크 포스(TF)팀’(이하 시장개혁TF팀)을 꾸렸고, 이미 1차 회의를 마친 상태다. 기업개혁과 시장개혁의 두 분과로 나눠 3분기까지 논의해 종합적 시장개혁 청사진을 내올 예정이다.”

“시장개혁TF팀’은 중요한 시도이나 각 경제주체를 대변한 구성원들이 과연 제대로 의견수렴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계는 재계 참여인사의 비율이 낮다는 불만도 있던데.

“시장개혁이긴 하되, 한국경제의 발전이라는 목표가 뚜렷하다면 합리적 방안 도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구체적 통계자료를 놓고 논의하기 때문에 의견수렴이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의견수렴이 좀체 안 된다면 중진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판단은 공정위 9명의 위원이 한다. 여러 단계의 의사결정구조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도 평가받을 것이기 때문에 얼토당토않은 편향적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은 없다. 인원의 많고 적음보다 논리가 중요하다. 적은 인원이라도 합리적이면 수용될 것이고, 많더라도 비합리적인 주장이라면 수용될 수 없을 것이다.”

연내에 반드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디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일단 시장개혁TF팀 논의결과를 보고, 그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내 개정할 생각이다.”

공정위의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보완책을 고려하고 있는가. 공정위의 조사·제재·고발 권한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조사권을 강화할 것이다. 소비자 피해나 카르텔 등의 조사를 위해 사법경찰관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상설화나 시한연장도 추진하려고 한다. 법 위반 정도에 따라 고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칼럼을 모아 펴낼 책제목을 『망할 기업은 망해야 흥할 기업이 흥한다』라고 하려다 바꿨다고 들었다. 평소 신념을 표현한 것 같다. 시장개혁에 대한 소신은 무엇인가.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배분을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가. 우선 투명성과 공정성을 꼽을 수 있다. 개별기업이 투명해야하고 모든 시장참여자들에게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다. 시장 자체에 진입장벽을 설치하거나 담합하거나, 가격규제 하는 등의 불공정 사례들도 많다. 특히 기업집단(재벌)인 경우가 이렇다. 그래서 기업집단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 과거 30∼40년간 대기업 집단, 즉 재벌들은 한국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나 시장을 불투명하고 위험하게 했던 면도 있다. 이 문제는 시장개혁의 구조정책에 관한 핵심사항이다. 시장실패에 대한 다른 원인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다. 경쟁 제한적인, 쓸데없는 개입은 없애자는 생각이다. 생각대로 추진하면 좋겠는데, 공정위가 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다. 공정위가 할 것은 하고 다른 부처와 협의할 것은 해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경제부처간 이견과 갈등이 많이 부각된다. 공정위와 연관된 사항을 보면, 공정위 고유의 사안을 타 부처 책임자가 이견을 언급해 갈등이 야기된 측면이 많았다. 예를 들면 총리와 부총리가 총액출자제한의 완화를 언급했던 일을 들 수 있다.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공정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실제로는 갈등이 별로 없다. 부처간 성격이 다르니 이견은 당연하다. 최종 정부안 결정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조정된다. 다만 조정과정에서 이견이 부각될 수 있다. 게다가 시장개혁관련 정책은 이번 시장개혁TF팀의 논의결과에 따르기로 이미 경제부처간 합의를 마쳤기 때문에 논란은 줄어들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여기서 의견조율이 있을 것이다. 의견수렴 메커니즘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SK사태 후 재계에서는 출자총액제한 등 개혁제도가 기업경영권 방어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 원칙을 말하면 적대적 M&A를 제한하는 정부정책은 이미 98년 이후로 전부 없어졌다. 경영권도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자본의 국적은 큰 문제가 아니다. 자본이 들어와 장기투자 해서 국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고용을 늘리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원래 투자목적대로 움직인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투기자본이 들어와 시장을 교란하고 자기이익만 챙기는 경우는 경계해야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방어대책을 세우면 된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자본의 국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망 산업이나 국가기간산업 등은 국적이 중요하다. 이런 산업은 외국자본에 넘어가서는 안되고 그를 위한 방어규제가 필요하다. 그 외에 일반 산업분야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견해다. 경영권 시장이 형성되어 M&A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 더 건전할 수 있다. 공정거래 차원에서 보자면, M&A를 통해 발생할 경쟁 제한적 상황여부가 우리의 심사대상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재벌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조사요청을 한 사건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어떤 조사가 진행 중인가.

“현재 공정위 소관으로 4건을 검토 중이다. SK그룹 관련이 3건인데, SK와 JP모건 간의 이면계약거래 건, SK C&C 및 SKG의 최태원 회장 보유 워커힐 주식매입 건, SK(주)주식 해외 위장예치 건이 조사 예정이고 두산그룹 관련해 1건이 진행 중이다.”

한국경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예정대로 개혁은 진행되는가.

“물론이다.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갈 것이다. 전쟁이나 북핵 등의 특별 상황에서는 다시 검토해야겠지만, 일상적인 경기변동상황에는 관계없이 스케줄에 따라 추진할 것이다. 시장불투명과 불공정에 대해서는 항상 철저하게 법에 따라 집행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은가. 이 점을 국민들과 기업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신축성있게 시기나 수사강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결국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한다는 것 아닌가.”

최현주(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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