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8월 2003-08-01   1067

을숙도 철새공화국의 환경파수꾼 “습지와 새들의 친구”

낙동강 하구 지킴이


부산 낙동강 하구는 겨울에만 5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 정도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으로 물새들은 습지를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의 친구가 되어 낙동강 하구를 지키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환경운동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그들이다. 편집자 주

독수리 5형제도 떠나고,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

TV 만화시리즈 ‘독수리 5형제’가 종영하자 시청자들은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며 아쉬워했다. 물론 현실에선 만화에서처럼 외계인이 쳐들어와 지구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 무분별한 개발과 전쟁으로 지구를 조금씩 부수고 있어 오히려 더 문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곁엔 ‘부수는 파괴자’ 대신 ‘지키는 수호자’가 있다. 부산 낙동강 하구를 지키기 위해 나선 ‘습지와 새들의 친구’(이하 ‘친구’)가 바로 그들이다.

‘대환란’에 직면한 낙동강 하구

부산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다. 철새는 백조라고 알려진 고니를 비롯해 오리, 기러기류 등의 겨울철새와 도요새와 물때새 등의 여름철새가 있다. 철새들이 여름과 겨울을 찾아 이동하는 경로는 장장 6000km다. 도중에 쉬면서 피로도 풀고 체력도 비축할 중간 기착지가 필요한데, 지정학상 우리나라가 적격이다. 철새에 항상 머무는 사철새까지 포함하면 낙동강 하구는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이다. 철새가 날아들 때면 낙동강 하구 을숙도 하늘의 절반은 물새였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런 을숙도의 풍경은 이제 옛말이다.

부산시가 점점 팽창하면서, 상습 범람지역으로 천대받던 낙동강 하류는 남해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고품격 아파트 건설지역’으로 돌변해 ‘비싼 대접’을 받고 있고, 새들이 오가던 을숙도는 유원지로 바뀌었다. 그뿐 아니라 을숙도 하부에서는 명지대교 건설 준비가 한창이다.

이제 새들은 고층아파트와 러브호텔, 놀이기구들 사이를 지나 다리 밑으로 드나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들이 헬리콥터도 아닌 바에야 날고 내려앉으려면 최소한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고니처럼 날개를 펴면 어른 키만큼이나 몸집이 큰 새들에게는 활주로 같은 공간이 필수적인데, 건설예정인 고층아파트와 명지대교는 활주로를 막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밤낮으로 번쩍일 불빛과 소음까지 합하면, 낙동강 하구의 새들에게 조만간 ‘대환란’이 닥칠 건 금새 예감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독수리 5형제’

이런 상황이기에 물새와 습지를 지키는 환경단체 ‘친구’에게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친구’는 처음에 전교조 내의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이하 ‘환생교’)으로부터 출발했다. 습지와 물새보전에 특히 관심이 많은 ‘환생교’ 교사들이 이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는 지속적으로 철새가 살 수 있도록 습지를 지켜내는 ‘보전운동’과 아이들이 자연의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환경교육’, 특히 갯벌탐사, 탐조, 교육활동 등 생생한 체험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습지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도와 주고 있다.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청소년을 위한 생태체험학습’에는 4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한번씩 만나 낙동강 일대를 관찰하면서 자연의 친구가 된다. 7월에는 조류전문가와 함께 을숙도와 명지갯벌에서 ‘낙동강 하구의 여름새’를 관찰하기도 했다.

참가하는 아이들의 변화는 놀랍다. 지난해 여름습지학교의 일환으로 진우도에 다녀온 윤영아 어린이는 진우도에게 편지를 썼다.

“진우도야, 넌 우리들에게 조그만 것이 아주 큰 생명의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어. 우리에게 준 선물을 아주 깨끗하게 쓸게. 우리가 이 섬을 떠나 못보더라도 자연을 파괴하지 않도록 할게. 너도 소중한 자연을 품속에서 잘 지켜줘. 꼭!”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게 ‘친구’의 주된 교육 방식이다. 게시판에 교육 준비물을 안내할 때도 “일회용품, 인스턴트식품 대신 자연의 친구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가져오도록 한다.

‘친구’의 관심이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생태기행안내자 양성 자연학교’는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8개월에 걸친 과정을 마치면 생태기행 안내자 및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18명이 수료했고, 올 5월부터 시작된 2기에는 29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교사다. 천성산 고속철도 건설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지율스님도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을숙도의 운명을 짊어지다

‘친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인력과 재정이다. 지난해 3월부터 일하게 된 천성광 사무국장이 유일한 상근자다.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재정은 약 840명 가량의 회원이 내는 회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임원들이 생태체험을 안내하고 받는 강사료와 교육생들이 내는 참가비 등이 부정기 수입으로 더해진다. 당연히 쪼들리는 살림일텐데, 사무국장은 태연하다. “기업후원은 받지 않고, 정부 프로젝트도 안 합니다.” 자발적인 회원들에 대한 믿음이 이러한 원칙의 배경일 것이다.

현재 ‘친구’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부산시의 ‘명지대교 건설계획’이다. 고층아파트와 유원지에 이어 을숙도 하부에 명지대교까지 건설되면, 앞으로 을숙도에서 새들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뿐 아니라 부산녹색연합,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교사모임,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대부분의 환경단체들이 명지대교 건설을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철새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이들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천 사무국장은 “부산시 스스로 작성한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명지대교 건설이 철새들에게 치명적이라고 결론지었다”며 부산시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안에 명지대교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부산시에 맞서 ‘친구’는 철새들을 살리기 위해 나서야 한다. ‘친구’의 활동에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을숙도 철새공화국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최현주(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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