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9월 2004-09-01   788

참여연대와 함께 했던 내 그리운 이십대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하지만 10년전 용산역 광장 주변을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햇살과 감히 비교할 수 있으랴.

광장 마주보는 곳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참여연대 사무실은 학교 졸업 후 나의 첫 출근지(?)였다. 지금은 아무리 더워도 다행히도 에어콘 바람이 더위를 가시게 해 주지만, 당시에는 소리나는 중고 선풍기 몇 대만이 유일하게 상근활동가들의 땀줄기를 잠시나마 멈추게 해 주었다. 하지만 단체 창립을 한달 앞두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랴 새 사무실 꾸미랴 정신없는 날들 속에서 더위도 잊은 채 94년 나의 여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다.

80년대 말 학생운동 한답시고 컴컴한 지하실, 까페 아니면 자취방만을 전전하다가, 허름하지만 책상이 있는 사무실, 컴퓨터, 팩스며, 20-30명 회의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사회운동경험이 있는 선배 활동가들도 많고(그때 당시 내 나이또래가 제일 어렸다.), 이럭저럭 모아놓은 관심 있는 책과 자료들도 꽤 있고, 더욱이 매월 얼마간의 활동비를 받아가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물론 활동초기에는 기획하고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너무 버겁게만 느껴지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이 일을 잘 되게 만든다’라는 신념을 갖고 참여연대에서 열심히 배우고 깨우치려고 했다.

맑은사회만들기 캠페인, 작은권리 찾기 운동 등을 하면서 솔직히, 때론 ‘바위에 계란치기’같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이제는 그 바위에 금이 가고, 조금씩 깨져가는 걸 본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참여연대 활동은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늘 주장만 해대는 운동권의 식상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여름이 지나가면 곧 참여연대 10주년 창립일이다.

200여 명의 회원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들에게 행사소식 알릴 때 이제는 일일이 회원들에게 전화하지 않아도 휴대전화며 전자통신이 한꺼번에 해결해 준다. 그리고 참여연대 10년이 지난 지금, 상근하는 활동가도 많이 들어오고 또 많이 바뀌었다. 나도 현재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건물이 아니라, 창덕궁 담벼락을 마주보고 있는 자그마한 사무실-국제민주연대,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순순한 노력과 열정’이다.

사람들은 평생 한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것에 대한 ‘절실함’을 몇 번이나 가지며 살아갈까?

참여연대 활동이 내겐 너무나 절실했던 20대 시절. 용산의 그 허름한 건물에서 그 절실함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이, 그 시간들이 내겐 너무나 소중하고, 눈물나게 그립기만 한다.

이수효 전 간사,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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