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9월 2004-09-01   1000

국가기록의 개혁은 국가기록원 개혁부터

004년 1월 국가기록원은 30년 넘게 비공개 되어 온 기록물 7500여 건을 공개가 가능한 일반문서로 재분류했다. 국가기록원이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기록에는 소파협정(SOFA) 관련기록,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록, 월남전 관련 기록 등 우리현대사에 의미 있는 기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런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여연대가 지난 7월 이 사실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국가기록원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기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비공개기록이 공개된 사실을 외부에서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히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기록원에서는 지난 4년 동안 모든 공공기관의 기록물등록과 보존, 평가, 폐기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여 중요한 기록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획기적인 기록물관리시스템인 분류기준표를 만들어 2004년 1월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이 분류기준표는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국가기록원장)이 관보 또는 이에 대한 전산자료를 정보통신망에 올려 일반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법에 따라 분류기준표가 공개된다면 공공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어떤 문서를 생산하고 있는지 여부를 일반인들이 상세하게 알 수 있게 된다. 획기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서는 분류기준표의 공개문제는 각 기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현재까지 공개를 미루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다른 행정기관의 눈치를 보며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기록물관리에 대한 기본정책 결정 및 제도의 개선, 지도 감독 권한까지 가지고 있고 심지어 기록물관리법에 각종 벌칙규정을 두어 마음만 먹는다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스스로 행정자치부 산하 2급 기관이라는 굴레에 빠져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국가기록원의 행태는 우리나라의 기록개혁운동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기록물 관리실태는 최악이다. 제대로 생산되지 않을뿐더러 이관, 보존, 폐기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누구보다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선해야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국가기록원이다.

국가기록원은 조선시대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서 왕의 행태를 낱낱이 기록했던 그러한 독립정신이 살아 있는지를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국가기록원이 제대로 된 모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기록은 더 이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기록원은 법률상 규정되어 있는 각종 권한을 적극 활용해 다른 행정기관 적극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다른 기관과 충돌을 일으킨다 하더라고 어쩔 수 없다. 기록을 작성하고 남기는 것은 그 자체가 치열한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가기록원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기록개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지켜 볼일이다.

전진한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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