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9월 2004-09-01   1310

당신은 지금 교통카드로 인해 감시당하고 있다

정 모씨는 딸을 대신해 인터넷으로 청소년 교통카드를 등록하고자 했다. 우선 회원가입을 해야 했고, 이용약관과 함께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할 것을 요구받았다. 평소 같으면 읽어보지도 않고 무심코 동의했겠지만 내용을 확인해 본 정씨는 깜짝 놀랐다. 개인정보와 일체의 거래정보를 일체의 마케팅을 목적으로 각종 제휴사에 제공해도 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고 결국 청소년카드 등록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일명 ‘티-머니’라고 하는 신 교통카드를 발급했다. 내년이면 현금승차가 불가능해 모든 서울시민이 교통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환승 할인도 받고, 현금처럼 각종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게 된다. 사용액의 일부는 마일리지로 돌려 받아 교통요금을 내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편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통요금이 거리에 따라 부과됨에 따라 승하차 시간과 장소에 관한 정보가 요금정산을 위해 수집되고 있다. 만13세에서 만18세의 청소년들에게 교통비의 20%를 할인해 줄 목적으로 발급되는 청소년카드의 경우는 특히 문제가 된다. 일반카드는 아무런 절차 없이 구입 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최소한의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청소년카드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별도로 등록을 하게 하고 있어 카드번호만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교통카드사용 내역만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카드운영사가 각종 제휴사에 이러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동의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언제 어디로 제공되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행적을 감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통카드 운영업체에서는 부정한 사용을 방지하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하지만 부정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카드 판매 과정에서 구매자가 카드를 발급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카드 유효기간을 지정해 주면 된다.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면 부가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단지 청소년할인을 받고자 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까지 회원가입을 하게 하고, 광범위한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지난 8월19일 서울시와 시행사인 (주)엘지 씨엔에스, 카드운영사 등을 개인정보침해와 불공정거래혐의로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철저한 조사와 시정을 촉구했다.

이번 청소년 교통카드문제는 무심코 제공한 개인정보로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불행히도 이런 사례는 많다. 삼성에스디아이(SDI) 직원들이 핸드폰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추적 당했고, 케이티(KT)는 자사의 전화가입자들에게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팔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이와 관련된 약관에 동의할 때는 반드시 꼼꼼히 읽어보고 신중히 결정해야한다.

백종운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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