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0월 2004-10-01   895

참여연대와 반지원정대

나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무척 좋아한다. DVD 타이틀을 구입해 놓고 심심할 때마다 다시 틀어 본다.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이나 화려한 영상도 좋지만 간간이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특히 좋다. 3편의 종반부분에서 적의 공격으로 인해 사지에 몰린 피핀이 간달프에게 이제 끝이라고 했을 때, 죽음이 반드시 끝이 아니라고 한 간달프의 대사라든지. 샘으로부터 반지를 건네 받으면서 이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이라고 한 프로도의 대사는 언제나 가슴 뭉클하다.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고난의 원정길을 헤쳐나가는 프로도의 모습에서 나는 권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참여연대의 모습을 떠올린다.

시민단체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우리 사회의 요소 요소에 존재하는 절대권력 즉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닐까?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다. 절대권력이 낳는 절대악을 없애기 위해서 다른 방법은 없다. 절대반지를 없애야 한다. 반지를 그것이 만들어진 화산으로 가져가 용암 속에 던져야 한다. 절대반지를 가진 사우론을 물리치고 반지를 빼앗은 이실두르는 반지를 파괴하는 대신 자신이 그 반지를 가지기로 했다. 반지가 가진 힘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반지는 그를 배반했고 결국 그는 죽음을 맞았다. 위기에 빠진 조국 곤도르를 지키기 위해 절대반지가 가진 힘을 탐냈던 보로미르도 절대반지의 유혹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고 만다. 절대반지는 불멸을 선사하지만 서서히 사람을 타락시켜 간다. 누가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화산까지 운반할 자격이 있는가? 프로도처럼 순수한 사람이다. 절대반지를 몸에 지니면서도 그 절대반지가 내뿜는 악의 기운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만이 절대권력을 파괴할 사명을 완수해 낼 수 있다. 몸집이 작고 연약하지만 프로도는 누구에게도 그 과업을 양보할 수 없다.

참여연대가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 재벌 등 우리사회에서 늘 절대권력화하려는 힘센 상대들을 맞아 싸워왔다. 어떤 때는 한 번에 한 명씩 상대한 것이 아니라 힘 센 자들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힘겨운 승부를 벌여왔다. 참여연대의 활동 덕분에 과거에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던 많은 권력들이 이제 시민들의 눈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절대반지를 운반하는 모습이 점 점 더 힘겨워 보인다. 권력들이 여전히 강성해지고 서로 연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하지만 그들과 맞서기 위한 참여연대가 절대반지의 유혹을 뿌리치고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겨운 일이다.

참여연대에 대하여 많은 시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더 큰 영향력을 가져달라기 보다는 프로도와 같은 순수성을 계속 간직해 달라는 것이 아닐까? 비폭력 저항운동의 기치를 계속 앞세우라는 것이 아닐까? 참여연대가 독선적이 되거나 여느 권력과 똑같이 남을 무시하고 함부로 정죄하고 자만한다면 이는 또 다른 권력이요 폭력과 다름없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참여연대가 힘센 자들을 혼내주는 또 하나의 힘센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힘센 자들에게 설움 당하고 핍박받는 시민들의 동반자가 되어 그들의 힘겨운 저항에 동참해주길 원한다.

과거에 참여연대의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뜻 깊은 10주년을 맞는 참여연대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다. 예전에는 참여연대가 내보내는 성명이 신문에 한 줄도 나지 않고 애써 제기한 소송이 여지없이 기각 당해도 보람 때문에 행복했다. 하지만 점점 참여연대가 영향력을 얻어가면서 주변의 기대가 커지고 더욱 책임이 무거워지면서 참여연대의 활동여건은 어쩌면 더욱 열악해졌는지 모른다. 참여연대가 커다란 권력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큰 스캔들 없이 10년을 지속해 온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앞으로도 참여연대가 초심을 유지하면서 절대반지를 운반하는 반지원정대의 사명을 잘 감당해 주기를 바란다.

김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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