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7월 2005-07-01   644

천당 다음에 분당!?

요즘 ‘천당 다음에 분당!’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분당·강남·용인·평촌·수원·과천의 아파트 값이 폭등하고 있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국민은 집 값을 잡으라고 아우성이고, 정치권과 정부는 합동대책반 구성, 투기과열지역 지정,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 강화, 세무조사 등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종이 호랑이가 된지 오래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 값은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서울 강남에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기 시작한 계기는 1960년대 말의 경부고속도로 착공과 영동지구 토지구획정리 사업이었다. 1966년 초만 하더라도 평당 200~400원 하던 양재동 땅값이 1968년 말에 평당 6,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부동산투기억제세법’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허사였다. 왜 그랬을까? 당시 부동산 투기를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이 바로 대통령 박정희였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실장 박종규와 그의 수하 윤진우, 서울시장 김현옥, 공화당 재정부장 김성곤 등은 부동산 투기로 엄청난 정치자금을 마련해 박정희에게 갖다 바쳤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 광주대단지 조성사업과 잠실 뉴타운 개발, 고속터미널 이전, 지하철 건설, 경기고·휘문고·서울고 등 강북 유명 고등학교의 강남 이전, 중동 건설 특수 등으로 강남의 집값과 땅값은 10년 사이에 1,000배 가까이 올랐다. 1978년 정부는 또 다시 ‘부동산투기억제 및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잠시 가라앉는 듯하던 부동산 투기열풍은 곧 되살아났다.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목동신시가지 개발,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분당·일산 등 신도시 개발, 수서 개발, 행담도 개발 등 끊임없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였다. 그리고 틈만 나면 엄청난 부동산 안정대책을 쏟아내며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가 상승률은 일반물가 상승률 보다 항상 두 배 이상 높았고,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수서비리사건, 한보비리사건, 행담도비리사건, 청계천비리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은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재벌 건설사는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여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고, 청와대·국회 등 정치권은 건설사에 온갖 특혜를 주어 은혜(?)를 갚았다. 건설사는 회계장부 조작, 원가 부풀리기, 부실시공, 세금포탈 등으로 잇속을 챙겼고, 부패한 관료들은 룸살롱 접대를 받고 뇌물을 챙겨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부동산 투기 비법은 순식간에 국민들에게 전파되었다. 철거촌 딱지 모으기·분양권 전매·알박기·떴다방 등 범죄행위가 이젠 부동산 투자라는 재테크 수단으로 버젓하게 둔갑하게 되었다. 2005년 판교에서 불어온 부동산 광풍은 60년대 이후 40여 년 간의 개발독재와 정경유착, 건설비리, 부자열풍이 빚어낸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박상표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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