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8월 2005-08-01   944

병원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보 활성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삼성이 이회창 대선 후보 측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건네주었다는 ‘이상호 X 파일’내용이 세간의 화제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자본과 언론, 권력의 검은 유착관계이고 그 한가운데 삼성이 있다. 그런데도 돈을 준 당사자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그 돈의 폐해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말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웬 삼성? 이유가 있다. 이른바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의 몸통이 삼성이기 때문이다. ‘자식과 마누라 빼놓고는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90년대의 화두가 되었다면 ‘10년 뒤에 뭐 먹고 살까’ 라는 이 회장의 말은 참여정부의 표어가 되어 있다. 국무총리가 “이건희 회장이 5∼10년 후에 평가받을 생각을 하고 정책을 펴 달라고 당부했는데 일리 있는 말”이라고 할 정도이니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이 ‘10년 뒤’ 가 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의 핵심이다. 이제 제조업은 안 되니 서비스산업에 눈을 돌리자는 것이고,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사회적 공공서비스분야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400조 원의 부동자금을 투자할 곳은 교육과 의료, 보육 등 사회공공서비스라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과 고용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사회복지분야의 생산성과 일자리를 높이고 늘리는 것이 10년 뒤의 살길이라는 것이다.

사회공공성과 자본은 양립할 수 없다

한국의 사회 공공서비스 부문이 선진국보다 생산성이 10% 정도 낮으며 고용창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민간자본이 투자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국가의 사회복지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국민총생산의 50%가 국가예산이고 이 중 50%가 사회복지에 투자되는 반면 한국은 국민총생산의 15%만이 국가예산이고 이중 15%만이 사회복지에 투자된다. 정부예산으로 사회복지인프라에 투자하고 이를 기초로 생산성과 고용을 창출한 것이 선진국들이다.

이를 민간자본으로 대신하겠다고? 실제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결과를 보자. 한국의 민자역사, 민자고속도로를 보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자본이 이익을 거두어 가는 통로가 되었고 정부의 자산마저 잠식되었다. 이와 비슷한 정책을 취한 영국 등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회공공성과 자본은 양립 불가능하다. 자본이 투자되면 그 목적은 최대의 수익성이 되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회공공서비스의 원칙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민간의료보험의 경우를 보자. 1997년 민간의료보험 수입료는 총 민간보험수입료 49조 원의 2% 인 1조 원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2004년 민간의료보험 수입료는 11조 원에 가까운 돈으로 총 보험수입료 52조 원의 21%를 차지한다. 민간보험사의 전체수입은 오직 10조원의 민간의료보험 증가분에 의해 늘었다. 2004년 공적 건강보험 규모는 국고보조금을 제외하면 12조 원 정도다. 이제 민간의료보험의 규모는 공적 건강보험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충되면 바로 그만큼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줄어든다. 보험자본은 지금 공적 건강보험과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요즘 TV 광고가 민간의료보험 광고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이 보험자본의 거의 유일한 활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장 큰 민간보험사는 바로 삼성생명이다.

금감원은 이번 달부터 개인보장(실손)형 민간보험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금까지는 암에 걸리면 얼마 입원, 하루 당 얼마 하던 식이었으나 앞으로는 개인이 실제로 병원에 내는 본인부담금만큼 주는 민간보험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침은 국민들이 공적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문제를 낳는다. 국민들은 지금도 공적 건강보험료로 1인당 3만3,000원 정도를 내고 있는데 반해 민간의료보험료로 9만 원 넘게 내고 있다. 공적 건강보험은 보험료 100원을 내면 108원이 돌아오지만 민간보험은 50원도 채 안 돌아온다. 나머지는 보험자본의 몫이다.

의료서비스산화업의 수혜자는 병원과 보험자본, 피해자는 국민

더 큰 문제는 개인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출시되면 민간보험사와 병원의 관계가 바뀐다는 것이다. 개인 실손형 민간보험에서는 병원비에 따라 보험지불액이 달라진다. 따라서 민간보험사가 진료비 심사를 하게 되며 병원의 돈줄을 쥐게 된다. 이 경우 1년에 50조 원의 수입을 가진 보험자본과 기껏해야 수십 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병원은 어떤 관계가 될까? 대형 민간보험사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소유하게 된다. 미국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악의 시장화된 의료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의료시장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가 필요하다. 첫째 보험료를 책정하기 위해 개인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가 가지는 것이다. 이미 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이 건강보험공단 개인질병정보의 민간보험사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둘째 정부가 올해 안으로 완결하겠다는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의 최대목적은 주주들에 대한 최대의 이윤배당이 된다. 의료비가 폭등한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주주들의 주머니를 불린다. 영리법인 허용은 또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쉽게 한다. 한국의 가장 큰 사립병원체인은 다름 아닌 삼성의료원이다. 이미 삼성의료원은 전국체인망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1차 의료기관까지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핵심에 삼성생명이 있다. 영리병원 허용을 요구하는 세력은 바로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병원자본이다. 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은 사회적 공공서비스분야를 자본의 자유영업지역으로 삼겠다는 삼성과 자본의 의지 표현이다.

병원이 이윤 배당을 하는 기업이 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공적 건강보험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이 더 활성화 될 수밖에 없으며 의료체계는 더욱 더 시장위주로 재편된다. 지금도 개인의료비 부담률이 50% 남짓으로 OECD 평균 19%보다 높고 공립의료기관비율이 8%로 OECD 평균의 1/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서 의료시장화 정책은 재앙이다. 병원 영리법인화 허용의 귀결은 건강보험의 파산이고, 최대수혜자는 병원과 보험자본이며 그 피해자는 국민들

이다.

삼성의 X 파일 파문을 보며 필자는 10년 뒤를 위해 재벌 하나가 대선에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현실에 전율을 느낀다. 우리도 10년 뒤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에 대한 통제 방법을 마련하고 권력과의 유착을 막아야 한다. 조세개혁과 국방비 감축 등으로 재원을 모으고 사회복지를 확충해야한다. 당장 삼성과 의료서비스 산업화 정책,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막아야 한다. 기업으로부터 우리의 의료와 사회복지를 지켜야 한다. 자본으로부터 사회를 지켜내야 한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