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8월 2005-08-01   972

거짓말쟁이 미국대통령, 제임스 본드를 살려주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는 항상 악의 제국의 음모를 분쇄하는 정의로운 정보요원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현실 속의 정보요원은 온갖 더러운 비밀공작을 일삼고 있다. 미국 CIA(중앙정보국)를 보자. CIA는 1947년 창설된 이후 현재까지 ‘반공’을 구실로 세계 곳곳에 있는 합법적 민주정권의 파괴와 군사쿠데타를 위한 비밀공작을 벌여왔다. 그리고 이러한 비밀공작의 배후에는 백악관이 있었다.

CIA는 1953년 이란에 요원을 침투시켜 반정부 시위와 소요사태를 조직하는 수법으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모사데그 총리를 실각시켰다. 1961년엔 미국에 망명한 쿠바인 1,400명을 훈련시켜 쿠바에 침투시켜 쿠바정부를 전복시키려다 실패했다. 쿠바 침공 실패 후 CIA는 카스트로 암살 공작인 ‘더러운 전쟁’을 추진하기도 했다. 1973년에는 피노체트의 쿠테타를 지원하여 칠레의 아옌데 정부를 붕괴시켰다. 1979년 니카라과의 소모사 독재정권이 무너지자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CIA 요원을 외교관으로 위장 침투시켜 요인 암살, 테러, 사회 불안 등을 일으켰다. 그뿐인가. CIA는 1979년부터 1992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의 반군인 무자헤딘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시켜 옛 소련에 대항하도록 했다. 심지어 9·11 테러의 주역인 오사마 빈 라덴도 CIA의 무기지원과 군사훈련을 받았다.

1973~74년에 있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에 전직 CIA 요원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고, 1974년 정보자유법이 개정되면서 CIA 비밀공작의 내막에 관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그러자 1981년 집권한 레이건 대통령은 정보원 신원공개금지법 등을 통해 비밀공작에 동원된 CIA 요원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바로 이 애국적(?) 법률과 더불어 거짓말쟁이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 때문에 CIA의 비밀공작이 ‘보호’받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누설한 ‘리크 게이트’ 사건의 주인공이 부시 미국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언론과 ‘앵무새’ 한국 언론은 취재원 보호와 언론인의 직업윤리, 정보원 신원공개금지법을 어긴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의 퇴진 문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정보를 조작하여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대통령의 도덕성 비판 등의 기사만을 보도했다.

그러나 1947년 이후 CIA가 벌였던 비밀공작은 모두 미국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루어졌다. 미국 정치권의 정쟁 덕분에 이라크 대사의 부인이 CIA의 비밀요원으로 활약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언론은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CIA의 비밀공작과 부시대통령의 거짓말이 한통속이라는 본질을 고의로 은폐하고 있다. 정보원 신원공개금지법은 ‘CIA 비밀공작 폭로금지법’에 불과했다. 언론이 부시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의 거짓말만 비난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멋쟁이 제임스 본드는 오늘도 멋진 차를 타고 섹시한 본드 걸과 환상적인 연애질까지 하며 폼 나게 살아가고 있다.

박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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