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8월 2005-08-01   670

춘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달려온 정동 답사

지난 7월 9일 토요일 참여연대 주최로 정동답사가 있었다. 여름 장맛비는 출발하기 전까지 답사 참가를 망설이게 했다. 이곳 춘천에서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나서려니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게 많아 참여연대에 전화를 해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묻기도 하고 아직 하교하지 않은 딸과 휴대전화로 몇 번이나 의견을 조율했다. 딸이 우산을 쓰더라도 강행하자는 결론을 내려 내심 반가웠다. 더욱 다행인 것은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비가 그쳐 답사하기 딱 알맞은 날씨로 변한 것이었다.

집결지인 서울 지하철 서대문역 4번 출구에는 참여연대 활동가들과 회원 40여 명이 모여있었다. 춘천에서 온 걸 단박에 알아차리고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시는지 어색하게 다가서던 우리 세 식구는 초면임에도 금방 낯가림을 면할 수 있었다.^^

일행은 박상표 ‘우리땅’ 회장의 안내로 백범 김구 선생의 사저였던 경교장부터 답사를 시작했다. 4·19 기념도서관과 이화학당의 유관순 우물터를 거쳐가면서, 정동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 하나 하나에 깃든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곁들인 설명을 들으니 표면적인 사실 뒤에 가려진 진짜 역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란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상표 회장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기우는 조선의 국운과 함께 왜소해진 돈암문, 아관파천의 현장인 구 러시아 공사관, 을사늑약의 치욕을 목격했던 중명전, 역대 임금의 초상화를 모셨던 선원전 터 등을 둘러보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은 교과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생동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일제에 제대로 항거하지 못하고 국권을 빼앗긴 것은 지배자들이 오랫동안 민중을 배제시키고 자기들만의 정치를 해온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답사를 끝내면서 시청 앞 광장에 이르니 시민의 뜻과 힘을 모았던 촛불 집회들이 떠올랐다. 내가 참여한 자리가 역사의 현장이 되고, 그것으로 세상이 조금씩 밝아지니 이보다 마음 든든한 일이 어디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은 이번 정동답사를 통해 머리로만 외웠던 근대사를 새롭게 이해했다고 한다. 답사 자료를 학교에 가져가 자랑도 하고 친구들과 돌려읽겠다며 가방에 잘 챙겨 넣는다. 소탈하고 정겨운 인상의 참여연대 활동가들도 “참 멋지게” 보였단다. 아무래도 『참여사회』에 대한 딸의 관심이 전보다 훨씬 깊어질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에게는 엄마가 두고두고 설명해줄 생각이다.

지난 봄 춘천에서 열린 강원지역 회원한마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며 반갑게 말을 걸어준 박영선 사무처장은 “서울에 살아도 이런 기회는 쉽지 않다”며 답사를 같이했다. 기차 시간에 쫓겨 인사도 제대로 못한 박상표 회장과 그 날 행사를 위해 여러 모로 수고한 참여연대 활동가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글로 대신한다.

정선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