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8월 2005-08-01   1284

오셀로의 죽음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는 「햄릿」과 「리어왕」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주인공 오셀로가 이아고의 이간질로 사랑하는 부인 데스데모나에 대한 의심과 질투심이 극에 달해 결국 부인을 죽이고 뒤늦게 진실을 알고는 자신도 자살을 하고 마는 비극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셀로는 왜 죽어야만 했던가? 왜 의심과 질투심에 자신의 모든 고귀한 성격이 매몰되고 말았는가? 아니면 왜 이아고는 그렇게 집요하게 오셀로의 의심과 질투심을 자극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가?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이 다른 작품과 견줄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듯이 「오셀로」를 읽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오셀로라는 인물이다. 셰익스피어의 주요 비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에, 그것도 주류사회에 속한 인물들이다. 예를 들어 햄릿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덴마크의 주류에 속한 인물이고, 리어왕과 맥베스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주류중의 주류에 속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오셀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베니스의 주류사회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다.

오셀로는 무어인이다. 자기가 태어난 사회에서는 고귀한 혈통이지만, 노예가 되었다가 숱한 전투를 치르면서 베니스 사회에서 용병 중의 용병으로 인정을 받은 이방인이다. 그러니까 오셀로는 싸움을 떠나서는 베니스 사회에서 인정받기가 어려운 검은 피부를 가진 이방인인 것이다. 검은 피부의 이방인이 하얀 피부의 베니스 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와 결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충격이다. 그래서 데스데모나의 아버지는 끝까지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다. 싸움에서야 오셀로가 최고지만 이 검은 피부의 장군이 자기 딸과 결혼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결혼은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아고가 오셀로를 집요하게 파멸로 끌고 가는데는 이같은 편견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검은 악마’, ‘두툼한 입술’, ‘숯검정 가슴’, ‘야만인’ 등 오셀로에 대한 편견과 경멸은 작품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다.

결국 오셀로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힘은 베니스라는 유럽의 백인 사회가 무어인이라는 검은 피부의 이방인에 대해 가지는 편견인 것이다. 용병으로서 전쟁에만 몰두해야지,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 것은 백인이 관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오셀로가 운명적으로 파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그가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은 하나도 없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모두 당시에 인구에 회자되던 이야기에서 줄거리를 빌려와서 각색한 것이다. 오셀로의 경우도 1566년 베니스에서 출판된 이야기에서 줄거리를 빌려왔다. 또 셰익스피어 시대에 무어인이나 터키인에 대한 책들이 상당수 출판되어 그가 오셀로라는 인물을 만들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시에는 무어인, 터키인, 회교도 등의 개념이 구별 되지 않고 뒤엉켜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많이 참고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책들에 등장하는 무어인이나 터키인들은 싸움은 잘 하지만 의심이 많고 질투심에 불타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오셀로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힘은 셰익스피어의 시대가 사회적으로 만들어가던 무어인이나 터키인에 대한 편견이다. 이러한 편견에 가로막혀 뛰어난 무어인 용병 오셀로가 베니스라는 백인사회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파멸하고 마는 이야기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이다.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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