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9월 2005-09-01   832

친절한 용성 씨?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불법행위

최근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은 ‘친절한 용성 씨’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낸 적이 있다. 박용성 두산그룹회장이 형제간의 다툼을 통해 스스로 재벌구조의 문제점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제의 난이 점점 치열해지고 선혈이 낭자해질 수록 재벌 내부 문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재벌경제 시스템의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달려나오고 있다.

‘형제의 난’의 발단은 박용오 당시 두산 회장을 대신하여 친동생인 박용성 현 회장이 ‘가족회의를 통해’ 선출된 사건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박용오 전 회장이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참여연대와 검찰에 알린 것이 ‘형제의 난’의 시작이다. 곧바로 현 회장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는 형을 호적에서 제명(경영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의미) 하겠다고 하면서 전 회장 시절 두산이 했던 분식회계 사실까지 터뜨렸다. 이에 대한 전 회장의 응전으로 두산사태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현 회장 일가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그 대출금의 이자를 회사가 대납해주었다는 사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금 세인들은 두 검투사 중 누가 어떤 무기를 들고 상대방의 급소를 가격하게 될지 숨죽이고 지켜보는 형상이다.

이 사태를 접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습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콩가루 집안이군’하는 감정이 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가족의 분쟁을 언론에서 보고 그것이 우습게 느껴지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유독 두산그룹의 상황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느끼는 이유는 대기업의 경영권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되고, 경영권 분쟁이 가족 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번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주주의 대리인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할 경영진이 공식적인 기구가 아니라 가족회의에서 결정되고, 경영자를 몰아내기 위해 ‘호적을 파는’ 모습이 희극적으로 비치는 것이다.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 중에서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회삿돈을 제 쌈짓돈처럼 쓰는 재벌의 잘못된 관행이다. 비자금 조성과 회사의 이자 대납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기업의 중요한 사안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되는 기업이라면 경영진이 회삿돈을 쓰는 것도 어렸을 때 엄마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 과자를 사먹는 정도의 죄책감 밖에 불러일으키지 못하는가 보다. 이런 후진적인 기업 행태를 스스로 고백함으로써 박용성 회장은 ‘친절한 용성 씨’가 된 것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 중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외감 면제 규정의 모순점이다. 기업을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금감위는 지난 3월 분식회계를 스스로 고백한 기업에 대해 감리를 면제해주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두산그룹이 스스로 분식 규모를 밝힌 이후에 발생한 이자 대납부분의 회계 처리를 보면 과거의 분식 사실을 모두 고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식사실의 일부만 시인한 기업도 감리가 면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분식 사실은 회계장부를 들여다본다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금감원의 감리가 없으면 좀처럼 밝혀내기 어렵다.

지금까지 밝혀진 모순들을 앞으로 어떻게 고쳐나갈지가 형제의 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이상민 참여연대 경제개혁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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