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9월 2005-09-01   337

붓에서 전화로 바뀐 그녀의 마라톤

정순진 희망일구미 자원활동가

생면부지의 남의 일에 적지 않게 눈시울을 적셔본 사람. 올해로 6년 째 참여연대 회원, 5년 째 희망일구미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정순진 씨다. 40대 주부인 그에게 참여연대 회원의 존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회원과 관련된 일이라면 기쁨도, 슬픔도 갑절로 느껴진다.

“2000년 희망일구미 자원활동가 조직이 발족되면서 회비를 오래 내지 않은 회원들에게 회비 납부를 요청하는 일을 맡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회원이란 존재가 각별하게 와 닿는 경험을 자주 하게 돼요.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회비 납부 중단이나 회원의 사망소식을 접했을 때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해요. 그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제겐 또 하나의 가족을 잃은 듯한 슬픔으로 다가오는 거죠.”

회원이었다가 간사가 된 필자로서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큰 기업의 광고 문구가 요즘 전파를 타고 있지만 정 씨의 말처럼 절절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정순진 씨는 지금까지 활동하는 유일한 희망일구미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희망일구미 활동은 자원활동 중에서도 까다롭고 어렵기로 이름나 있다. 미납 회원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리면서 중단된 회비를 다시 내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 이야기하는 일은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필요로 한다. 간사들도 진땀을 흘리는 일을 그는 5년 째 하고 있는 것이다.

“붓글씨 써 보셨나요? 서예는 예술계의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끈기가 필요한 활동이에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취미로 서예교실을 다녔는데 지도 선생님이 참여연대 회원이었어요. 매스컴을 통해서 참여연대를 알고 있던 터라 회원 가입 권유를 받자 망설임 없이 회원이 됐어요.”

마음 속으로 이미 절반은 회원이나 다름없는 잠재적 지지자들을 회원이 되는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은 바로 전국 일만 삼천 회원이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열정이 실천으로 분출되도록 뇌관을 톡 건드리는 한마디의 힘. 그 한 마디에 정 씨의 마라톤은 붓에서 전화로 바뀌었을 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닷새는 회사 일 하고 피곤한 몸으로 쉬는 날 하루를 바쳐가면서.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조용하게 선행을 실천하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미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자원활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죠. 선행을 감추다가 훗날 우연히 미담 한 토막으로 소개되기보다는 생색낸다고 오해받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좋은 일을 공유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짓장을 맞들자고 하면 나설 사람이 없겠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하자고 권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까요?”

그동안 인터뷰를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쉽게 응하지 않던 그가 인터뷰를 수락하고는 한 시간 반을 달려온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던가? 어디 꽃뿐이겠는가!

공성경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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