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1월 2006-01-01   1112

주주가 주인 되는 기업 실현, 스톡옵션으로 가능한가

지난 9월 삼성그룹은 외국인 채용에 필요한 때를 제외하곤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3년 간의 실적 등을 평가해 현금으로 성과급을 주는‘장기성과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12월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에스케이와 현대자동차는 이미 2004년부터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지 않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스톡옵션이 선진적인 성과보상의 상징인 것처럼 유행하던 흐름과는 다른 모습이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정수량의 자사 주식을 매입 또는 처분할 수 있도록 부여한 자사주 매입권이다. 장래에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경영자의 이해를 주주의 이해와 일치시킴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높인다는 이론적 배경을 깔고 있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주주자본주의의 중추를 이루는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1997년 개정된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돼 2000년 급속히 확산된 뒤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2년 미국 엔론 사태에서 보듯이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구실로 경영자가 기업의 자산을 약탈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왔다. 종업원을 해고해 단기실적을 높이는 유혹으로도 작용해 왔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등기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를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해 상당한 물의를 빚어왔다.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는 일반 노동자와 경영자의 보수 격차가 20배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경영자의 리더십이 온전하기 어렵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업에 다니다 공직으로 옮겨간 사람이 스톡옵션을 갖고 있을 경우 정책결정과정이 왜곡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최근 국회는 스톡옵션을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으로 삼았고, 등기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는 주총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계열사 임직원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주총에서 사후승인만 받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스톡옵션 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영자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용어를 빌리자면, 주식시장이 이른바 ‘대세상승기’나 ‘유동성 장세’를 보일 경우 경영자의 기여와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스톡옵션 부여 상장법인 가운데 순이익증가율, 자기자본이익률, 주가상승률 등 다양한 지표를 성과측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9개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이들 모두가 금융기관이다. 스톡옵션 제도를 설계하고 감시하는 기구를 두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새해에는 스톡옵션을 버리기로 한 삼성과 포스코의 선례가 재계에 확산될 수 있을까.

조준상 한겨레 기자/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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