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1월 2006-01-01   335

발언대_황우석과 TV쇼

SBS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TV의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줄거리는 이렇다. 잘생긴 백만장자가 TV에서 공개구혼을 하자 전국에서 그를 차지하려는 여성들이 몰려든다. 여기서 1차 선발된 8명의 여성들은 프랑스에 가서 백만장자와 데이트를 즐긴다. TV는 마지막날 그가 최후의 여성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전국에 중계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참가 여성만 모르는 반전이 숨어있다. 사실 백만장자가 아니다. 가진 것은 착한 마음과 잘생긴 얼굴밖에 없는 가난한 청년이다. 시청자들은 마지막회에 주목한다. 최종선발 된 한은영(김현주 분)이 진실을 알게 된 후 보이는 반응이 궁금하다. 이 TV쇼는 8명의 여성을 속인 사기꾼을 미워하지 않게 만든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상대방의 조건만 보고 달려든 여성의 초라한 최후를 훔쳐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진짜 TV쇼는 다시 시작된다.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자오자 주인공 김영훈(고수 분)은 스타로 변신해있었다. 시청자들이 그가 가진 이중적인 이미지를 소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은도 이 게임에서 빠질 수 없게 됐다. 현재 둘은 시청자 앞에서 연애라는 연기를 하는 중이다.

최근 황우석 교수의 모습은 TV쇼의 주인공을 연상하게 한다. TV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황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대한민국을 최고의 국가로 만들어줄 약속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는 난치병 환자와 장애인에게 새 생명을 주는 신성화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TV쇼에도 반전이 숨어있었다. 알고 보니 그의 논문은 조작이란다.

사실이 드러나자 TV는 조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즈메디 노성일 이사장의 입을 빌어 “황교수는 아무 것도 몰랐다”고 말했고 난자기증 행렬을 부각시켰다. MBC 에게는 순진한 과학도를 협박하는 언론이라는 악역을 맡겼다. 주인공은 으레 고난을 겪어야 되는 법. 병실에 누워있는 황교수의 모습을 찍어 동정심을 자극하는 전략을 썼다. 시청자는 언제나 황교수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이제 TV는 3부를 시작했다. TV는 여전히 황교수를 짝사랑중이다. 황교수의 상품성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결말은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중이다. 한쪽에서는 논문‘조작’을 절차상의 ‘실수’라고 말하는 황교수의 말을 받아쓰기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시치미 뚝 떼고 황교수 연구의 의혹들을 생중계중이다. 몇몇의 언론들이 반성문을 썼지만 이 조차도 시청률 전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시청자도 본의 아니게 TV쇼에 동참하게 됐다. 황교수의 입원실에 진달래꽃을 뿌린 것도 의 광고를 없애버린 것도 시청자다. 돌아보면 TV가 황교수를 영웅으로 만들 때 시청자는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현재 시청자가 느끼는 혼란은 단지 우상이 파괴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황교수 사건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지 시청자는 죄의식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를 공범으로 만든 TV가 책임을 져야할까? 언젠가는 다시 등장할 새 주인공이 두려울 뿐이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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