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1월 2006-01-04   1511

국도와 지방도에도 인도가 필요하다

[참여사회 1월호] 특집 길

최근 도시에서는 자동차 소통보다 사람 중심으로 교통체제를 바꾸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보행조례 제정, 걷고 싶은 도로 만들기 같은 사업이 그것들이다. 이에 따라 도시인에게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키는 보행권이란 낱말은 더 이상 낮선 말이 아니라 친숙한 기본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지방 도로에는 아직도 차도만 있을 뿐 보도는 없다. 아니, 보차분리시설이 거의 전무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나 학교 앞 도로 등 어디나 마찬가지다. 마을 주민들은 걷기도 힘든 좁은 갓길로 자동차들을 피하여 다닌다. 자동차들은 그 도로가 마치 자동차 전용도로인양 과속으로 통행한다. 이러한 도로구조에서는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도로건설이 시작된 이래 수십 년 간 국도와 지방도에서는 이런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자동차 소통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계속 방치되고 있다.

몇 년 전 경기도의 한 지방도에서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들이 깔려죽는 가슴아픈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 사고는 사망사고를 내고도 처벌받지 않은 미군의 문제와 미국과의 불평등한 관계 등이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면서 많은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는 간과되었다. 사람이 걸어다니기 힘든 지방도로의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국도 지방도에서의 보행자 교통사고 현황

1991년부터 범정부적으로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이 추진되고 있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중 사망자의 비율은 그렇지 않다. 2004년에 차에 치여 죽은 사람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6,563명의 39.3%인 2,581명이었다. 이 보행중 사망자의 비율은 2000년 36.8%에서 해마다 증가해 2002년 43.0%까지 치솟았다가 2003년부터 비로소 감소하기 시작했다.

도로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사망사고 발생건수는 6,206건으로 전년대비 8.2% 감소하였고,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국도의 100km당 사망사고는 13.27건으로 고속국도를 다음으로 높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도로설계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도로의 기능, 교통량, 지형 등과 함께 인간특성, 안전성,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건교부령 ‘도로의 구조?시설기준에 관한 규칙’도 이러한 사항을 도로설계에 반영하도록 도로구조에 대한 지침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간선, 집산, 국지도로와 같은 자동차 중심의 도로 기능별로 분류되어 있고 보행수요, 밀도 등 주변 환경에 따른 도로기능은 무시되어 있는데, 도로관리청은 마을을 지나는 도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의 지방 구간에는 필요한 경우 폭 1.5m의 보도나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제로 적용되기가 힘들다.

지방 도로가 보행수요에 관계없이 자동차 위주로 건설됨으로써 도로변 주민의 교통안전이 도시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태로 방치되어 왔으며, 교통사고의 처리에 있어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차도가 연석 등으로 구분된 도로에서 보도를 침범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중대법규위반사항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도침범 항목에 의해 사고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치상사고이면 가해자는 형사입건된다. 반면 연석으로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 보도나 갓길을 따라 걸어가던 보행자의 교통사고는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불이행으로 처리돼 사고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도가 없는 도로를 걷던 피해자는 법적인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도로로 탈바꿈시켜야

건설교통부는 2004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 ‘국도상 보행자 안전확보를 위한 보도 설치방안 연구’를 실시해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 새롭게 마련했다. 또한, 보도설치가 시급한 167km를 우선 정해 2006년까지 보도를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2005년까지 64개 지점 40.6km에 보도 설치가 완료되었거나 추진 중에 있다.

정부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도로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보도 설치만이 아닌 열악한 보행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인 도로정책을 마련하여 안전한 보행이 가능한 도로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계획이 반드시 실행되도록 예산에 있어서도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도로관리체계의 개편, 지방 도로와 그 주변마을의 특성이 잘 고려된 도로건설기준 마련 등의 법 개정 또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혜종 녹색교통운동 교통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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