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987

인터넷 시대의 의미

본래 인터넷은 핵군비경쟁의 산물이다. 핵군비경쟁의 핵심은 물론 핵폭탄이지만 이와 함께 미사일과 폭격기 등의 운반체, 원격통제를 위한 정보통신망이 핵군비경쟁의 3대 요소를 이룬다. 1960년대의 핵군비경쟁에서 미국은 핵공격을 당하더라도 파괴되지 않는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969년에 최초의 인터넷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은 컴퓨터들을 연결한 정보통신망이다. 어떤 중심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산형 정보통신망이다. 이 점에서 인터넷은 방송과 크게 대비된다. 방송국이라는 중심체가 방송의 뒤에 자리잡고 있다면, 인터넷 뒤에는 수많은 개인 이용자들이 있다. 기존의 대중매체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 엘리트 매체라면, 인터넷은 대중이 직접 주체로 참여하는 대중매체이기 때문에 인터넷이야 말로 참된 대중매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이처럼 참된 대중매체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경제계였다. 수십 억 대중이 참여하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이 열렸던 것이다. 이 무렵 빌 게이츠는 인터넷에 대해 ‘해적의 천국’이라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이 ‘지구적 시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강력히 규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인터넷은 ‘해적의 천국’이 되어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자본의 노골적인 요구에 맞서서 인터넷을 참된 대중매체로서 지키려는 노력이 활발히 펼쳐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의 전자개척자재단(EFF)이라는 정보자유주의단체였다. 이 단체의 활동을 통해 이른바 ‘가상공동체’라는 낯선 용어가 널리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공동체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공동체’이다. 수많은 인터넷공동체들은 정보사회의 핵심적 특징이다.

인터넷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유와 민주로 줄일 수 있다. 인터넷은 인류가 만든 정보통신매체 중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높이 보장해준다. 세계를 향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거짓말도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다. 인터넷은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었다. 최근의 황우석 사태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되었다. ‘논문조작’을 밝혀낸 ‘브릭’(생물학정보센터)의 힘은 인터넷의 힘이기도 했다.

물론 ‘개티즌’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수구적·억압적·폭력적 행태도 적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사실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다.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라 인터넷이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반영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티즌’의 행태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개티즌’을 빌미로 인터넷을 규제해야겠다는 주장이 나오곤 하는데, 필요한 것은 ‘개티즌’에 대한 처벌이지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아니다.

인터넷이 가져오는 자유와 민주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사회에 인터넷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이 사회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이 나라의 공간을 심각하게 더럽히고 파괴하고 있는 초고속통신망이 부끄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과 개혁이 시급히 이루어지기를 고대한다.

홍성태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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