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1633

서울의 ‘킬 하세’, 한양주택

오늘날 우리는 도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체 국민의 80%를 넘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고, 이 비율은 계속 늘어나서 2010년쯤에는 90%를 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도시화와 함께 자연의 파괴가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삶의 질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초에 외국의 컨설팅 업체가 세계 200여개 도시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삶의 질’ 순위는 부끄럽게도 90위권이었고, 자연환경을 감안한 ‘삶의 질’ 순위는 놀랍게도 150위권이었다. 서울이 척박한 도시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느끼는 사실이다. 하늘은 늘 뿌옇고, 녹지라고는 좀처럼 만날 수 없다. 곳곳에 고층아파트가 제멋대로 들어서서 햇빛을 구경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사실 오랜 옛날부터 도시의 건설은 자연의 파괴를 수반했다. 도시의 건설은 숲과 들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길을 닦고 건물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역의 자원을 소모해야 했다. 그 결과 메소포타미아문명은 몰락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울창한 숲 지역이었던 그리스 지역은 메마른 곳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도시의 파괴성은 근대화와 함께 급격히 악화되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게 들어선 드높은 건물들과 그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수많은 자동차들로 도시는 완전한 반자연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오늘날 근대화가 이루어진 모든 곳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반자연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서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그 핵심은 자연이 사라진 도시를 자연이 살아 있는 도시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 속의 생태주거단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을 찾아 도시 밖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자연이 살아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의 킬에 있는 ‘킬 하세’는 이러한 생태주거단지로서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킬 하세’와 같은 도시 속 생태주거단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른바 ‘웰빙’의 유행과 함께 도시 밖 생태주거단지가 일부에서 만들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의 생태주거단지는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을 핵심으로 하는 생태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태주거단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생태위기에 대응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생태주거단지는 빠르게 늘어가야 한다. 특히 도시 속 생태주거단지의 필요는 이미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킬 하세’와 같이 잘 설계된 생태주거단지는 아니지만 한국의 도시에서는 생태주거단지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곳들을 아직 많이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남의 저층아파트 단지는 그 좋은 예이다. 개발이익 환수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이런 곳들이 빠르게 철저히 반생태적 고층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있는 극히 위험하고 불행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이른바 ‘뉴타운사업’의 이름으로 서울의 전역에서 이런 파괴적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서울의 ‘킬 하세’라고 해도 좋을 한양주택도 ‘뉴타운사업’ 때문에 완전히 파괴되어 없어질 처지에 놓였다. 한양주택은 시멘트로 지어진 단층 주택단지이지만 북한산과 완전히 조화를 이룬 생태주거단지로 발전했다. 이런 곳을 고층아파트단지로 재개발하겠다는 것은 극히 잘못된 것이다. 한양주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시멘트 포장을 뜯어내고 복개된 하천을 되살리고 햇빛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생태적 개조이다.

이미 1996년에 서울시로부터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한양주택은 세계적인 생태주거단지로 거듭날 수 있다. 방송국에서는 도시 속 생태주거단지를 취재하기 위해 멀리 독일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서울의 생태문화적 자원을 완전히 파괴하려는 이명박 시장의 계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홍성태「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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