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1573

은평 뉴타운의 특징과 한양주택문제

2002년 서울시가 30년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은평구 진관내동, 외동, 구파발동 일대 105만평을 주거, 생태, 문화, 상업 등의 복합도시기능을 가진 신시가지형 뉴타운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은평 뉴타운’ 개발의 선언이다.

우선 은평 뉴타운은 개발규모로 보면 하나의 신도시와 맘먹는 대규모(105만평, 목동신시가지의 80% 규모)이며, 서울 외곽의 개발제한구역을 변경하여 개발이 진행된다. 그러나 은평 뉴타운은 그 규모에 걸맞는 개발에 대한 공론화는 없었다. 2002년 10월에 발표한 개발계획의 최종완공년도는 2008년 말로 예정되어있다. 10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또한 은평 뉴타운은 임대주택건설이라는 명분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지만, 실은 임대주택을 건설할 자금을 만들 고급 주택들을 건설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다. 총 주택수 14000호 중 임대주택은 4750호로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34%에 불과하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취지로 따지면 임대주택 한 채를 짓기 위해 분양주택 두 채를 짓는 것이다.

두번째로 은평 뉴타운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가 추진하는 공영개발형식을 취한다. 도시개발법의 개발양식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개발 후 원토지소유자의 권한을 땅이나 건물로 돌려주는 방식(환지방식)과 다른 하나는 전면 수용하여 토지소유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방식(수용방식)이다. 이 두 방식은 토지소유자에게 개발이익이 귀속되는가의 문제로 대변할 수 있다. 환지방식이 개발자와 소유자간의 개발이익 나눠먹기라면 수용방식은 개발자가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구조이다. 은평 뉴타운은 기존 택지개발지구와 유사한 방식인 수용방식을 취한다. 현재의 토지가치에 따라 현금(혹은 채권)을 받으면 원소유자의 이해관계는 끝나게 된다.

이렇게 수용방식을 통해 소유자의 개발이익향유를 막는 이유는 은평 뉴타운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 후 SH공사가 개발하는 공영개발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제도의 변경을 통한 개발이익은 토지소유자의 노력에 의해 발생한 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이 발생이익을 전유할 근거를 마련한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의 설정이 그러했듯이 해제 또한 ‘공공’이 지역주민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집행한 일이다. 이로 인해 개발이익의 전유를 철저히 막으며 공공이 강제수용하는 등 주민의사와 반하는 개발이 되었다.

개발을 원하지 않는 한양주택

은평 뉴타운에 포함된 한양주택단지에는 214가구가 살고 있으며 그 중 137가구는 개발에 반대하고있다. 그렇다면 한양주택단지만을 놓고 보면 64%의 주민이 반대하는 것이며, 만일 뉴타운지구가 한양주택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개발할 수 없는 단지가 된다. 그러나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은평 뉴타운 3-1지구는 1700세대로서 반대하는 137가구는 ‘강제수용’을 해도 법적으로는 무방한 소수자가 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를 현재 재개발 단지와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민간의 사업은 민간 소유자들끼리의 사업이므로 그 경계설정이 자의적일 수는 있으나 공공이 개입하는 재개발의 경우 구역을 설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공론화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며, 오히려 ‘공공’은 개발을 위해 작위적인 구역설정을 반복하고 있다. 애초에 개발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곳을 왜 뉴타운지구로 지정했는가는 논외로 한다해도 개발구역을 선정해서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 만일 은평 뉴타운 3-1지구를 더 분할하여 한양주택을 독립적인 지구로 설정한다면 개발은 진행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토지소유자의 64%가 반대하는 개발이 일어날 만큼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도시계획의 선은 권력의 산물이라 말한다. 선 안에 포함된 지역은 수용이 될 수도 있고 조합형태로 엄청난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도 있다. 한양주택의 경우 강제수용의 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주변의 대규모 개발이라는 호재 속에 땅값이 솟을 것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근거로 한양주택의 개발반대를 지역 이기주의로 간주하고 있다.

한양주택 주민들은 이러한 편견에 맞서 ‘등록문화재’를 신청함으로써 개발의 반대가 높은 개발이익의 향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내부구조변경등의 약간의 개보수 이외의 재개발이 불가능한 재산권의 포기와 다름아니다. 서울시 담당자가 “생태적 공동체적 주거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계단계에서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그런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한양주택단지는 뉴타운 구역설정단계에서부터 소외되어 자신의 주거권을 침탈당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계획은 유연해질 수 있다

도시계획은 긴 호흡을 갖고 실행되고 변경된다. 대한민국의 지자체 중에서 ‘도시기본계획’에 맞게 움직이는 지자체는 없다. 도시계획은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공간계획에 대한 새로운 합의점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계획이다.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구역’의 설정 또한 개발계획 변경을 통해 충분히 다시 기획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서울시 공무원이 밝히는 ‘다른지역과의 형평성과 효율적인 뉴타운 계획을 위해 한양주택부지를 제외할 수 없다’는 방침은 서울시가 챙길 개발이익을 위해 해당부지를 놓칠수 없으며 개발계획을 변경하기 귀찮다는 말과 다름아니다. 은평 뉴타운 중 한양주택의 개발은 ‘소유자들 중 과반이상이 반대하는 공공의 개발계획’이다. 구역설정에 대한 근거를 말하고 설명해야하는 것은 주민들이 아니라 ‘서울시’ 쪽이다. 서울시는 이미 구역설정이 끝났다고 집행의 의지만 펼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싫다하는데 계속하는 속내를 솔직하게 밝혀야 하며, 밝힐 수 없다면 계획을 변경하길 바란다. 유연한 도시계획은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임동근 공간연구집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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