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693

참여연대와 함께 한 12년 더욱 새롭게!

김민영 시민감시국장 인터뷰

작년 대동제 때의 일이다.

단체 줄넘기를 할 때 한 초등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실황 중계방송을 하였다.

“세 분, 일곱 번! 예, 잘 뛰는군요. 또 한 분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들어갔습니다. 네 분, 열두 번! 예, 또 넘었습니다. 다섯 분 열 다섯! 아이구, 걸렸습니다. 아쉽습니다….”

헷갈릴 만도 한데, 사람 머릿수와 줄넘기 횟수를 빠짐없이 세고 청산유수로 읊어대는 중계에 관중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도대체 이 똑똑하고 넉살좋은 아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김민영 국장 아들 지문이라고 했다.

김 국장에게 지문이의 다부지게 생긴 외모나 성격이 꼭 아빠를 닮은 것 같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천만의 말씀이란다. 오히려 제 엄마 쪽이라고 하였다.

활달하고 붙임성 있고 낙천적이며 긍정적이라고. 그래서 박봉을 건네주어도 네 식구 살림살이를 잔소리 한마디 않고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회원 행사에서 본 그의 부인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처녀처럼 어리고 순진해 보이더라고 했더니 두 살 차이인데도 그렇게 보여서 원조교제를 하느냐는 핀잔까지 들었다며 은근히 아내 자랑을 하였다.

올해 불혹의 나이에 들어서 감회가 새롭단다. 참여연대에 들어온 지 12년, 12라는 숫자를 한 주기로 보는 명리학에서 보면, 이제 한 바퀴를 돌아 처음의 자리에 되돌아와 있는 시점이라 변화를 도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변화하는 시민활동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더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중이란다.

한 바퀴를 돌아 처음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참여연대가 매진했던 권력기관의 투명성 확보가 정치, 경제, 사법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뤄져서인지, 낙선운동이나 반부패운동을 할 때처럼 국민 대다수의 박수를 받던 ‘대박’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어떤 이슈(국가보안법, 파병문제 같은)이든지 찬반이 비등비등한 현실에서 힘겹게 운동을 하고 있지요. 인터넷 보급과 네티즌의 활동으로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시민운동 방식은 구태의연해요.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안 되지요. 관성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네요. 그동안 주류의 일보다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운동에 더 관심을 쏟았고, 그것이 시민운동의 본류이기는 하지만 접근 방법을 조금 달리했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시민의 눈높이에서 늘 새롭게

시민감시국을 맡은지 벌써 4년째다. 그동안 의정감시센터와 사법감시센터는 명실공히 모니터링 전문기관으로 정착되었고, 인터넷 사이트 ‘열려라 국회’는 국회의원의 활동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는 모범 사이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법관이 내리는 판결은 치외법권처럼 여겨져 온 게 사실인데, 사법개혁센터에서는 지난해 판결 비평을 다섯 차례 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사회적 평가를 내리는 첫 번째 시도로서,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비평활동이 활성화되면 법관이 판결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 했다.

그는 늘 이렇게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건설로 말하자면 토목공사만 주로 하였다. 참여연대 활동 12년 동안 부서마다 다니면서 밑그림을 확실히 그리는데 주력했다. 뒤에 서 있는 게 편안하게 여겨지는 성격 탓이라고 했다. 그동안 두어 번 사표를 냈지만 그것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만든 일이었지, 스스로 진심으로 참여연대를 떠나려고 한 적은 없었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고 좋았던 것만은 아니란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으로 청춘을 음지에서 보내는 아들을 탐탁하게 여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늘 아들을 도와주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정말 죄송스러웠는데, 최근에 한 유명한(?) 처녀보살이 ‘그 아들은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둬야 산다’고 일러 주어서 부모님도 체념하시니 마음이 좀 편하다고 하였다.

이제는 오히려 본인이 조바심이 난다고 하였다. 경제적으로 무능하여 자녀들을 제대로 못 키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면서 학부모가 되니까 보육과 교육이 참으로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고 하였다. 교육이 사회적 요구에 따라 대폭 바뀌어야 하고 부모들의 허리가 휘어지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이 작은 문제가 아니어서 이런 운동을 섣불리 참여연대에서 시작할 수도 없고 고민만 커간다고 했다. 그는 어느새 그를 걱정하던 부모의 자리에 가 있었다.

그밖에도 걱정이 많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사회양극화 현상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경제 시스템을 개혁하는 운동을 하자고 참여연대가 방향을 정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다.

참여연대 사무실 이전이나 젊은 간사들이 새로운 목표를 갖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전망을 제시하는 일 등 당면과제도 쌓여 있지만 그는 희망을 가진다고 했다. 그 척박했던 상황에서도 참여연대를 만들고 이만큼 키웠는데, 지금처럼 좋은 환경에서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절박하게 머리를 맞대면 사회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고, 또 그렇게 시민운동의 맥을 이어가리라고.

이해숙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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