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1146

누가 ‘불멸의 이순신’을 죽였나?

지난해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TV 드라마는 ‘불멸의 이순신’이었다. 이 드라마는 인기만큼 논란도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순신은 전사했나, 자살했나”였다. 드라마에서는 그가 노량해전에서 갑옷을 벗은 채 북을 치는 사실상의 ‘자살행위’를 한 끝에 ‘전사’한 것으로 묘사했지만 진위에 관한 논란이 한동안 있었다. 과연 이순신 장군은 전쟁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 ‘절묘하게’전사한 것일까?

조선 사회에서 왕을 비롯한 소수의 권력층이 다수의 백성들 위에 군림한 명분은 “백성들은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왕과 신하에게 충성해야 할 의무가 있고, 왕과 신하는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백성들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배층은 전쟁이 일어나자 도망가기에 바빴다. 왜적을 막는 것은 백성들의 몫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의병들이 활약했다. 의병과 더불어 활약한 세력이 이순신을 비롯한 ‘훈련된 무인세력’이었다. 이들은 무능한 조정을 대신하여 백성들을 지켜냈고, 백성들 역시 왜적과 싸우면서 ‘왕과 조정은 우리 편이 아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가자 위기에서 백성을 버림으로써 정치적 정당성을 잃은 조선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켜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백성들은 의병과 무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잘못하면 권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조정은 나라를 구한 영웅들에게 역적의 혐의를 씌워 하나씩 제거했다. 젊은 의병장 김덕령을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역적조작’을 단행하여 많은 의병과 무인을 처형한다.

조정의 서슬 퍼런 칼날은 이순신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명량해전 등의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이끌어낸 그에 대한 백성들의 지지는 엄청났고 수군통제사로서 많은 군사까지 거느리고 있었으니, 그들의 생각에 이순신이 마음먹고 조정을 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조정에서는 이순신의 존재가 위협이었기에 어떻게든 죽이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가 살아 있었다면 선조는 그를 죽이려 했을 것이고, 이런 상황을 이순신도 알고 있었다.

노량해전에서 조선의 사상자를 살펴보면 약간의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순신, 돌격당 이언량, 조방장 이영남…. 그동안 왜와의 전쟁에서 맹활약한 명장들이 한꺼번에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것이다. 노량해전에서 조선수군의 전사자는 미미한 것으로 볼 때 이들 명장들의 ‘무더기 죽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들이 정말 마지막 전투에서 한꺼번에 전사한 것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20여 차례의 전투에도 살아남은 이순신을 죽인 건, 왜적이 아니라 권력에 눈 먼 조선의 조정이 아니었을까 라는 추측뿐이다. 전란이 끝난 후 조정에서 공신을 선정하였는데 의병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무인 출신은 이미 죽어버려 위험이 되지 않는 이순신을 비롯한 18명 뿐이었던데 반해 내시가 24명, 문인관료가 50여 명에 달한다.

힘없는 백성이 지켜낸 나라에서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건 여전히 가진 자들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모순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송영준 참여연대 회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