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8월 2006-08-01   887

에너지 독과점의 폐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하는 일각에서는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에 댐을 건설하지 않은 결과 이번 장마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망치만 갖고 있을 때는 주변의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명언을 남겼다. 홍수를 예방하는 수단은 댐뿐만 아니라 하천정비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그 수단들은 종종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나 댐과 같은 특정수단을 중심으로 공기업 등 잘 조직화된 이해집단이 관련정책을 좌우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각 수단들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에너지산업을 독점해온 한국전력

이러한 문제는 전력산업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발전, 송전, 배전산업을 수직적으로 독점해온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에 따라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6개 자회사 형태로 분리했으나 그 독점적 지위는 여전하다. 그동안 국내 환경단체들은 원전의 온배수 피해, 대형사고 위험, 핵폐기물 문제 등 환경문제를 감시하면서 궁극적으로 원전건설의 중단을 호소해왔다. 또한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해 200~300km 떨어진 해안가의 원전 및 석탄 발전단지에서 장거리 송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효율 저하, 지역간 형평성, 대규모 산림 훼손 등을 지적해왔다.

그간 이 부문에서 환경단체들의 활동은 신고리원전, 중저준위 및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초고압 송전선 및 변전소 등 개별 위험시설의 건설반대운동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지난해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 경주 중저준위 핵폐기장 부지선정사례는 이와 같은 환경단체의 활동방식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론 정부 개입, 한수원의 금품제공 등 노골적인 관권, 금권투표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개별 사업들의 환경문제만으로 그 사업을 둘러싼 막강한 이해관계의 장벽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익 미명 아래 조직 확대

원전보다 효율적이며 안전한 경쟁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원전에 기반한 공기업이 관련 부문을 독점하게 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별도의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이 과연 합리적인 폐기물 관리방안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이해당사자중 하나인 원전사업자가 주도할 경우 다수 국민들의 이해와 판단은 제약을 받게 된다. 흔히들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달리 사적이윤을 추구할 수 없으므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공기업은 봉건시대 장원과 같은 독점시장과 총괄원가보상주의라는 정부의 보호를 통해 이윤 대신 자본집약형 인프라 건설과 조직 확대를 도모함으로써 지대를 추구하게 된다.

대규모 원전건설은 환경적으로도 위험하지만 막대한 건설비로 인해 국민경제가 지게 될 재무적 위험 역시 크다. 또한 건설기간이 길어 일단 착공에 들어가면 전력수요가 예상과 전혀 달라져도 이미 투자한 자본 때문에 끝까지 건설해야 한다. 농업용 토지개발이라는 명분이 오래 전 없어졌어도 결국 방조제 공사를 완료한 새만금간척 같은 사업도 원전단지 건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한전은 지난 1980년대 평균 발전설비 예비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이미 착공된 8기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국민경제에 약 6조 5,000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 여기에 유휴 원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들을 철회하고 수요증대사업을 추진한 결과 전력수요가 치솟아 1990년대 들어 다시 전력부족사태를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이처럼 한전과 한수원은 공익의 이름으로 시장과 사회의 실수요를 초과하는 원전을 건설하면서 그 모든 위험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스스로는 집단의 확대를 추구해왔다.

독점 사업자의 이해에 좌우되는 에너지 정책

한전 및 한수원의 이해관계와 발전설비의 입지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쟁점이다. 국내 전력수요증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환경 및 안전상의 문제로 석탄발전과 원전건설은 규제되고 있다. 한수원의 신규원전들은 고리, 월성, 울진 등 주로 남동해안의 기존 부지들에 덧붙이는 식으로 건설되고 있다. 이 때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나는데, 첫째 수도권 병목현상으로 인해 변압설비 교체 등 한전의 송전망 유지보강비용이 증대된다. 둘째 수도권의 외부 송전망 의존도가 수요의 절반이상을 넘게 되면 기술적으로 송전망 운영의 안정성에 위협을 주게 된다.

따라서 큰 환경문제 없이도 수도권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분산형 가스화전이나 열병합발전이 효율적인 대안이지만 이는 원전에 기술적 토대를 둔 한수원이나 한전과 그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구역전기사업, 지역냉난방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분산형 전기사업자들이 시장 진입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한전의 저항과 각종 제도적 장벽으로 여전히 독점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독점상황을 견지하면서 대안은 원전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한전이나 한수원은 마치 여우에게 호리병에 든 생선을 주면서 왜 못 먹느냐고 생색내는 두루미와 다를 바 없다.

판매전력의 80%를 원전과 석탄으로 공급하고 있는 한전과 한수원은 그 비중을 향후 85%이상까지 늘릴 전망이다. 이들의 독점적 지위와 이를 보장하는 각종 제도들은 이 두 가지 전원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것처럼 포장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개별 시설의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구제금융체제(IMF)이후 ‘경제 노이로제’에 걸린 국민들에게 그저 피곤하게 들릴 따름이다. 따라서 환경운동은 원칙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이 같은 불공정 경쟁과 그 재무적 위험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여건을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운동과 시민운동 간의 전략적 연대가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된다.

석 광 훈 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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