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8월 2006-08-01   849

정신지체인월드컵을 아시나요?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 또 하나의 월드컵 정신지체인 월드컵 독일대회

또 하나의 월드컵이 독일에서 열린다.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지난 6월의 FIFA월드컵에 이어 전 세계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축구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대회가 오는 8월 26일부터 9월 17일까지 23일간 독일에서 열린다.

1930년에 시작된 FIFA월드컵에 비하면 정신지체인 월드컵의 역사는 짧다. 1986년에 창립된 국제정신지체인경기연맹(INAS-FID)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94년 네덜란드 대회를 시작으로 98년 잉글랜드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린 후 2002년부터는 FIFA월드컵 개최지에서 열리기 시작하여 한일월드컵 당시 일본에서 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일본대회에 처음 참가하여 6전 5패 1승의 성적으로 16개 참가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첫 출전에서 기대 밖 성적 거둔 18명의 태극전사

정신지체인 월드컵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2002년 일본대회에서 잘 드러났다. 일본은 이미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게 친선경기를 제의하는 등 개최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데 힘써온 반면 우리는 FIFA월드컵 공동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지체인 월드컵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마 한일월드컵 당시 일본에서 이런 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조차 별로 없을 것이다.

관심이 부족했던 만큼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대회에 참가했던 코치들에 의하면, 다른 나라의 대표선수들은 국가대표와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심지어 어느 경기가 끝난 후에는 상대팀 선수가 유니폼 교환을 거부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일본대회에서 한국팀이 거둔 11위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국에 대한 전력 분석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월등한 체격과 실력을 갖춘 외국팀과의 경기에서 소중한 1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FIFA대표팀이 본선 출전 수십 년 만에 원정 첫 승리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첫 출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일본에 이어 2위의 경기력을 가진 팀으로 평가받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독일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하게 되었다.

정신지체 장애인은 흔히 IQ테스트로 알려진 지능검사와 K-WAIS라는 사회성검사를 통해 판정한다. IQ만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70이하가 정신지체인에 해당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75 또는 80까지 인정하는 추세다. 보다 나은 지적능력을 가지고 좋은 환경에서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기량을 닦아온 체격 좋은 유럽 선수들과의 시합에서 우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네덜란드와의 예선전에서 22대0으로 참패하여 실력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독일 월드컵 대회를 예상해보면, 예선전은 헝가리, 잉글랜드, 멕시코와 치루게 된다. 멕시코는 지난 대회에서 5:0으로 이긴바 있고 헝가리는 지난대회에서 만난적이 없지만 8위를 했던 팀이기 때문에 한번 해볼만한 경기가 될 것이며 잉글랜드는 우승팀이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정신지체올림픽에 대한 사회 관심지수 ‘대략 썰렁’

그나마 2002년에 비하면 올해 독일 정신지체인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조금 나은 여건에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라는 장애인체육전담기구가 독립적 활동을 개시하면서 이 대회에 예산을 지원했고 H홈쇼핑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여 국가대표선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유니폼을 입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경기력 향상에 필수적인 훈련장도 선수단 총감독인 박기용 교수의 배려로 영남대학교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하여 상당한 기량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다. 우리 대표선수들은 국회의원축구연맹과 두 차례에 걸친 친선경기 및 후원사 축구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하고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특히 스포츠뉴스를 다루는 방송에서는 아직까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FIFA월드컵을 통해 마케팅효과를 노렸던 국내 대기업의 반응도 차가웠다. 거리 응원에 수십 억 원을 내놓으며 경쟁적으로 기업홍보에 나섰던 기업들이지만 정신지체인 월드컵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후원사에서 자체적으로 지하철과 버스에 광고를 하여 이런 대회도 있구나 하는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축구협회와 같은 유관기관에서도 이 대회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신지체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깨는 기회로

정신지체인에게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활동은 사회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축구를 통해 팀워크를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행동이 다른 선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조직 생활에도 잘 적응하는 결과를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선발된 정신지체인 축구선수들은 대부분 직업현장 등에서 아주 일을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몇몇 선수는 리더의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정신지체인의 인권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노예청년, 노예며느리 사건에서 알려졌듯이 정신지체인을 보호해야 할 가까운 이웃이나 가족이 오히려 정신지체인을 학대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가해자로 지탄받고 있는 현실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정신지체인 월드컵을 통해 이러한 우리 사회의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고 정신지체인도 동등한 인격체로서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18명의 정신지체인 태극전사들이 아무 어려움 없이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기대해본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명균 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 사무처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