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8월 2006-08-08   669

에너지

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해 이후 생산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게 된다는 석유정점(Peak Oil)에 대한 우려 또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에너지 없이 현대 문명을 유지할 수 없다면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편집자주>

한국의 에너지소비와

에너지정책, 이대로괜찮은가?

2004년 현재 한국의 에너지 소비규모는 2억 1,700만 TOE(여러 가지 단위로 표시되는 각종 에너지원들을 원유 1톤이 발열하는 칼로리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로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 이래 산업화과정을 통해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여 2003년 현재 1인당 1차 에너지 소비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독일과 영국, 덴마크 등 유럽의 대다수 국가와 일본보다 높다. 앞으로도 이러한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 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1차 에너지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2.4%, 전력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2.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소비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3년 현재 온실가스 배출규모가 세계 9위일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배출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은 화석연료(2004년 현재 석유 45.7%, 석탄 24.1%, LNG 12.9%)와 원자력(14.8%)이다. 원전의 경우 20기(17.7GW)가 가동 중인데 시설용량으로 세계 6위이며 총 발전량 중 원전 발전량 비중(38.2%)으로는 세계 4위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태양열, 태양광, 풍력, 소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해양에너지와 같은 엄밀한 의미의 재생가능에너지만이 아니라 폐기물에너지와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 포함)의 비중은 1.8%로 수력을 포함하는 경우에도 2.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폐기물에 의한 소각열이 대부분(68.6%, 수력 제외시 94.7%)이며 태양광, 풍력 등 진정한 의미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총 1차 에너지의 0.1% 정도로 미미하다.

환경오염, 사회갈등의 당면과제

한마디로 한국의 에너지소비는 규모가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적 외부효과가 크고 재생가능하지 않으며 해외에서 주로 수입하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우라늄)의 비중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에너지사용에 따른 환경의 오염과 파괴라는 문제가 있으며 에너지안보가 상당히 취약하다. 또한 전력의 경우 대규모 중앙집중적인 화력 및 원자력발전으로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이원화되면서 시설의 입지를 둘러싸고 사회갈등이 빈발하는 등 환경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정책의 당면과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로 모아질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이나 국제적인 에너지확보경쟁 심화, 화석연료의 고갈 위험, 기후변화의 진행이라는 위기상황에 직면해서 해외 유전개발, 원자력발전의 확대, 수소 및 연료전지 개발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지속가능한가? 석유공급의 안정성을 위한 유전확보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석유정점이나 고갈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장기적 해결방안이 되기는 힘들다.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나 원전사고의 가능성 측면에서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는 수소기술개발도 수소가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 전달자이기에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해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또한 지속가능해야만 한다. 당연히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야 한다. 에너지 수요증가를 최대한 억제―나아가 감축―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소규모의 분산적인 전력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소비와 소득의 증가를 분리시킬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향상을 포함한 수요관리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의 증가를 당연시하면서 증가하는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공급지향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한다는 목표아래 이를 실현하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령, 현재의 소득수준이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에너지 소비가 적정한가에 대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수단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서유럽과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였을 당시 대체적으로 1차 에너지소비는 1인당 4TOE가 되지 않았으며 전력소비는 평균 6,500kWh 정도에 머물렀다. 2004년 현재 한국의 1인당 GDP가 1만 5,000달러에 미처 달하지 못했음에도 1차 에너지는 4.58TOE, 전력은 7,116kWh를 소비하여 이미 비교국가들의 소비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이다. 여름철에 긴팔 옷을, 겨울철에 얇은 옷을 권하는 냉난방실태는 현재의 수요관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수요관리는 에너지와 관련된 다른 부문의 계획이나 법과도 효과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건축물의 단열을 강화하고 도시계획이나 국토종합계획 등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도시와 건물을 배치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 편의적인 교통시스템을 마련하여 수송부문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과 건설·교통정책이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갈길이 먼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재생가능에너지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유용성과 확대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예산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11년까지 1차 에너지의 5%, 전력생산의 7%를 신재생에너지로 한다는 계획아래 올 해는 4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지기보다 정해진 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간의 설비 확대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시민단체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발전전력 차액보전제도’를 확대 지원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기준가격을 낮추고 할당제로 전환하고자 한다거나 보조금 지급을 통한 태양광 10만 지붕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이다. 큰 제도만 있을 뿐 계획을 현실화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풀뿌리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이 회원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통해 장애가 되는 제도와 규정에 대한 개선운동을 벌여 몇 가지 문제를 해결했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이다.

수요관리나 재생가능에너지 이용확대는 기술적 측면에서만, 그리고 제도와 정책의 차원에서만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삶 자체가 생태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반성적 성찰을 통해 화석연료에 근거를 둔 현대적 삶의 방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그와 함께 시민의 의식과 행위를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적 외부효과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인상이나 에너지가격체계 개편에 대한 대중적 반발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민단체의 적극적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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