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1-29   1177

보복범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보복범죄는 범죄피해자 및 증인의 보호대책과 더불어 등장한 용어로 우리에게는 1990년 서울동부지원 앞에서 법정증언을 마치고 나오던 증인 임모씨가 폭력조직 동화파의 행동대원들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그 논의가 촉발되었다. 그러나 15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개념이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는 데서 혹 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안이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본다. 그러함에도 이는 범죄의 한 유형으로서, 혹은 범죄의 동기와 결부하여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경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범죄유형으로서의 보복범죄는 대개 보복이란 동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양자를 동일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드러난 것만도 해마다 3천 건 가량

1999년 특정범죄신고등보호법의 시행 이후 지난 7년간 전체 형법범 가운데 보복범죄의 발생 현황을 보면 [표1]과 같다.

[표1]에 의하면 최근 7년간 형법상 보복범죄는 2002년을 전기로 크게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전체 형법범의 0.3 ~ 0.4%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발생건수는 무려 3,000건 수준에 육박함으로써 형사정책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보복범죄의 성격상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예상이 어렵지 않다. 특히 이러한 범죄가 강력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다면 이는 중대한 사회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표2]에서 보듯이 최근 7년간 특가법상 가중처벌되는 살인, 상해 및 폭행 등 보복범죄의 발생현황이 연간 100건대를 넘는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어 오고 있음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피해자 두 번 울리고 사법 우롱하는 보복범죄

보복범죄는 피해자나 증인이 수사기관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거나 법정에서 진실하게 진술하는 것을 방해하여 국가형벌권의 발동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증인 등의 도움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복범죄를 방치하는 것은 범죄로부터의 사회 방위라는 국가목적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사법기관에 대한 일반의 신뢰저하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사법의 고결성에 타격을 입히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보복범죄는 그 성질상 인간성을 황폐시킬 수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눈앞의 범죄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의식주에 못지않은 중대한 위협인 것이다.

문제는 보복범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당국의 인식이 미처 여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9년부터 시행된 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은 국가로 하여금 신고자 등에 대한 보복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의무를 지우고 있으나 지금껏 이렇다 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1]과 [표2]에서 보듯이 특히 법 시행 이후에도 보복범죄가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그 법적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거론되었던 참고인 강제구인제도는 지나친 수사편의적 발상으로 오히려 참고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기 위하여 위증죄를 엄벌하겠다는 사법기관의 의지 또한 보복위협을 받고 있는 증인들에게는 이중고일 수 있다. 사법기관은 위증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보복위협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자칫 피해자의 2차적 피해를 초래하고 선량한 협력자의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처벌보다 일관된 세심한 보호 우선되어야

최근 들어 검찰은 보복범죄에 대하여 특가법을 적용하여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신고자 등이 사법기관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드러나 발생하는 보복범죄의 특성상 가해자의 처벌을 통한 예방은 한계가 있다. 대신 현실적으로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특가법상의 보복범죄가 신설된 1990년 이후에도 이 범죄가 감소하지 않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보복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법기관이 신고자나 증인 등에 대한 보호의 당위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보복범죄의 우려가 있는 피해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일선 수사관계자들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구체적으로는 보복이 예상되는 경우 증인 등의 소환을 억제하고 그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테면 가해자와의 대질신문의 자제, 수사 및 공판 기록에 가명의 사용, 기록 열람과 등사시 증인 등의 비노출 및 증언시의 법정동행 등은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사법기관은 여러 보복예측성 인자를 발굴하여 수사에서 공판과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보복성을 판단할 것이 요구된다. 아울러 피해자의 희생을 통한 범인 처벌이라는 국가목적의 달성은 그 자체로서 부도덕한 행위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최영승경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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