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2-01   1038

새벽에서 황혼까지 1500~2000

자크 바전 │ 민음사


책을 사면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나이를 꼭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작가가 요절했다거나 또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 외부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한다면, 나로서는 신뢰감이 오히려 배가한다.

요즘 같은 홍보 시대에 책을 내면, 인터뷰다 저자 사인회다 온갖 동원할 수 있는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알리고 나서는 것이 추세다. 그러다 보니 얼굴이 꽤 알려진 스타급 작가들이 더러 있다. 신문이며 방송에 출연하여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아예 프로그램을 통째로 진행하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런 작가들의 작품은 일부러 피해가고 싶다. 작가는 작품으로 만나야 하고 일단 작품이 되어 세상으로 나오면 그 다음 해석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작품과 인격이 꼭 일치하는 것만도 아니지 않는가.

자크 바전은 100세를 맞는 올해까지 평생을 문화사 연구에 몰두해 왔으니 전문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가 평생에 걸쳐 써 온 「새벽에서 황혼까지1500-2000」는 ‘이념을 표방하며 권력과 재산의 살벌한 교체’가 이루어졌던 1500년대 ‘종교혁명’에서부터 ‘역사발전의 단계를 두루 거치며 웬만한 시도는 다 해봤기 때문에 탈진상태에 이른 황혼기’라고 표현한 현재까지를 두루 아우른다. 독특한 점은 그때마다 문화를 송두리째 뒤바꾸었던 네 개의 혁명을 주요 축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네 개의 혁명으로 대변되는 서양 문화사의 핵심 키워드로 그는 해방, 개인주의, 원시주의 그리고 추상(분석)을 꼽았다.

문화가 삶의 방식이라면, 이 책은 전체의 1/4도 채 되지 않은 500년 동안만의 삶을 조명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시대와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친숙하다. 장점이라면, 역사속에서 화려하게 조명받고 있는 유명인부터 과소평가 받거나 묻혀진 이들의 이야기까지 평생에 걸쳐 읽고 발굴하고 조사해온 사실에 기반해 재미있게 엮었다는 점일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금씩 읽어 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이지은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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