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2-01   909

느림의 미학 맛보게 해준 공동체 ‘아름다움 만들기’

지난 10월 28일 참여연대에서 경기도 가평의 ‘아름다움 만들기’라는 장애우 공동체를 방문하는 회원 가을체험 행사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정오쯤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공동체의 책임자 권영환 선생님을 만나 ‘아름다움 만들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도시에서 장애우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다 오래 전 폐교가 된 개곡분교를 새롭게 단장해 놀이와 예술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곳 가평에 장애우 예술 공동체를 만들고 지내다보니 마을의 농민들이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농민들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한 손이 없는 장애우임에도 사지가 멀쩡하다는 이유로 자기보다 못한 대우를 정부로부터 받는 농민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씀이 끝난 후 바로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해주신 음식 모두 맛있었지만 그 중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드셨다는 두부는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난 후 체험장으로 가서 한지도 만들어 보고 낙엽으로 엽서 만드는 것도 구경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은 천연염색이었습니다. 방법은 미리 만들어진 고운 황토를 물에 풀어 그 물에 천을 담그고 황토가 천에 스며들 때까지 계속 주무르는 것이었습니다. 한 대야에 5~6명이 달라붙어 각자 가지고 온 천에 물을 들였는데 처음에는 자기 것만 열심히 주무르던 사람들이 나중에 힘이 빠지자 천을 모아 한 사람이 50번씩 돌아가면서 주물렀습니다. 천연염색을 가르쳐준 선생님은 열심히 해야 물이 잘 든다며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하시더군요.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천연염색의 과정 전부를 체험할 순 없었지만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다 염색 작업이 꼭 물놀이를 하는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천이 마르는 동안 마을 구경이나 할 겸 산책을 갔습니다. 다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버려진 과수원에서 잘 익은 사과를 골라 먹기도 하고, 주인 몰래 방울토마토를 따 먹으며 단풍 든 산을 여유롭게 감상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울은 모든 것이 유난히 빠르고 바쁜 것 같습니다. 너도 나도 바쁘게 살다 보니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생각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나 자신도 돌아볼 수 없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움 만들기’를 다녀 온 경험은 저에게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습니다. 1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러 걸어가는 길에서 뒤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과 나를 보면서 ‘아름다움 만들기’에서 보냈던 시간이 생각나곤 합니다.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그 때는 더 많은 회원님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김한보람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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