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4월 2007-03-29   950

민생을 외면한 공복(公僕)들

200704

“공익은 아무도 대변하지 않는 이익이다.”

일반 시민의 인권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보편타당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탁월한 명제입니다. 인간이 본래 경제적이고 이기적 존재이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공익을 위해 일할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료와 정치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공익을 위해 부름 받은 사람들로, 신분을 보장받으며 여러 가지 혜택을 받기도 하고, 국민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들을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의 ‘공복’이라고 부르지요.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국민을 위해 민생을 돌보겠다’며 입버릇처럼 외치는 것만 봐도 이들의 본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생을 돌보라고 부름 받은 자들이 말로는 자신들의 역할을 자각하는 듯 보이나, 도리어 민생의 적이 되고 있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먹이고, 입혀서 키워놨더니 배은망덕하게 뒤통수치는 꼴이지요.

관료와 정치인들이 본래 사명인 민생보호는 내팽개친 채, 당리와 이해관계만을 중시하는 모순적 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근의 몇 가지를 소개해보지요.

이자제한법의 추억-재경부 장관 “대부업자도 어렵다”

지난 3월 6일 이자제한법이 폐지 10년 만에 부활하는 쾌거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시민들의 성원 속에 이자제한법의 부활을 위한 다각도의 활동을 벌여온 터라 그 기쁨은 남달랐습니다.

이자제한법은 경제정의와 서민경제를 보호하는 필수적인 정책 수단으로, 시장경제의 선진국은 모두 운영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더구나 IMF 사태로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이후, 사금융 시장의 이자율이 200%를 넘어가고, 사금융 이용자들이 폭력, 협박 등의 불법채권추심행위에 시달리며 85% 이상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자제한법의 부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자제한법의 국회 통과는 내용상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의미가 컸습니다.

그러나 이자제한법의 제정 과정에서 나타난 경제 관료들의 인식과 태도는 ‘민생’에는 관심 없는 ‘공복’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서민들이 약탈적 고금리와 신용불량의 나락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상황에서도, 서민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시장가격’에 대한 통제는 시장질서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내세웠습니다.

재정경제부 장관은 수많은 서민의 공익을 뒤로한 채, “대부업자들의 영업도 어려운 상태”라는 어이없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하게 만든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분양원가 공개 반대하는 관료와 정치인

폭등하는 집값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문제는 대표적인 민생문제로,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정부도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수많은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이미 때를 놓친 허술한 내용으로 숱한 정책실패만을 남겼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수월하도록 분양가의 공개와 검증을 내용으로 하는 분양가 관리시스템의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건설사들의 폭리와 이로 인한 집값 불안은 더 이상 언급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참여연대도 분양가관리시스템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2006년 9월 국회에 제출하고, 법의 통과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관료와 정치인들의 행동은 아연실색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대책 팀장이던 재경부 차관은 “민간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공급을 위축시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어떤 국회의원은 “분양원가 공개는 자본주의 붕괴의 시작”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돌보아야 하는 집 없는 국민들은 외면한 채 건설사들이 마음껏 폭리를 누릴 수 없게 하면 안 된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국회가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을 변질시키면서 합의한 주택법마저 사학법과 연결되어 당리당략에 따라 아직까지도 통과가 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과연 이들이 공익을 지켜주는 사람들인지, 공익의 적인지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민생의 적, 시장만능주의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공복들의 반란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사안은 달랐지만, 이들이 벌이고 있는 탈선의 중심에는 시장만능주의라는 불치병이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들은 영역은 다르지만 건설족으로, 정치인으로, 관료로 서로 밀접하게 유착하며 민생문제의 해결을 방해합니다.

시장만능주의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사회와 국가의 모든 문제에 대해 ‘시장에 맡기자’라는 말 한마디로 그 해답을 대신합니다. 우리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며 시장만능의 폐해와 부작용을 방지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시장경제를 운운하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이러한 헌법정신까지 무시하며, 시장이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맹신하며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도, 공익에 대한 사명감도 상실한 공복들이 장악한 사회에서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올바른 시장경제가 아니라 국민들을 정글 속에 풀어놓고 아무런 보호도 하지 않는 시장만능의 천민자본주의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민생은 점점 더 어려워져 갑니다. 시장만능, 우리가 힘겹게 맞서야 할 민생의 적 아닐까요?

권오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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