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4월 2007-03-29   1461

한국을 선택한 이주여성의 현실

내 직업은 국제 수다꾼이다. 세상에 그런 직업이 어디 있냐고? 여기 있다! 나는 매일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을 업으로 산다. 내가 만나는 이주여성들은 선진국이 아니라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 출신들이다.

매매나 다름없는 국제결혼의 폐해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전 지구를 경제공동체화 하여 노동력의 국제이주 현상을 초래했다. 국제이주 현상의 특징 중 하나가 여성들의 이주이고 그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사회에 대두된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여성의 문제는 이런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한국인의 혼인 중 13.6%가 외국인과의 혼인이고 그 중 72.3%는 한국 남성과 이주여성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다문화 가족 2세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려’라 함은 내가 상담원으로서 만나는 이주여성들 대부분이 한국사회의 가장 낮은 곳과 주변부에서 차별과 학대, 무시, 심지어 신체적 폭력으로 파괴당하기도 하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모든 이주여성의 현실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상담과 이주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결혼 이주여성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기초한 이주여성들의 인권 현실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성행하고 있는 결혼알선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은 금품수수로 인해 매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성들은 결혼정보 업체에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을 지급한다. 한국인 가족들은 이주여성을 자신들이 구입한 “상품”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내가 너를 얼마를 주고 데려왔는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특히 나이가 어린 베트남 출신 신부의 경우 한국인 가족들로부터 지나친 보호(?)를 받고 있다. 어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한글 교육을 받는 내내 교육장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다. 한 필리핀 이주여성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도망갈까 걱정되어 늘 동행하는 것은 물론, 아예 집에서 한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주여성으로 산다는 것

어울림 이주여성 다문화가족센터의 지난 3년 간의 상담통계를 보면 기타 생활 상담을 제외하고 ‘국적’과 같은 체류자격 관련 상담이 2004년 40%, 2005년 17.8%, 2006년 19.4%에 이른다. 결혼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정부의 구제정책으로 다소 완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주여성이 처한 취약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결혼 2년이 경과한 후 한국 국적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현행법상, 그 기간 동안 이주여성은 가정폭력이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렵다.

일례로, 조선족 교포인 ㅈ씨는 지인의 소개로 2002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였다. 중국에서 결혼할 때 남편의 형님은 ㅈ씨에게 말 없는 동생을 가리키며 “동생이 여자 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바보처럼 순진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와보니 남편은 어린 시절 연탄가스 중독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시아주버니는 ㅈ씨가 동생을 버리고 도망갈까 봐 2년 가까이 외국인 등록도 해주지 않았다. 또한 열쇠를 몰래 복사해 수시로 집안을 들락거리며 ㅈ씨의 살림솜씨를 타박하곤 했다.

또한, 다수의 이주여성들은 낯선 한국 땅으로 시집와서 본국의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한국에 초청하고 싶지만, 정부는 출신국이 한국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혹시라도 이들 가족들이 한국에 와서 불법 취업할 것을 우려하여 가족들에게 비자 발급을 꺼린다.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주여성들도 차별받기는 마찬가지다. 이주여성이 이혼 후 언어와 문화가 통하는 자국 출신의 이성과 재혼하고자 할 때 정부를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40세의 한국 남성이 20대의 외국 여성을 배우자로 초청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들이 자국에서 배우자를 초청하려고 하면 비자발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은 국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래 한국 태생이 아니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한국인임에도 행복추구권을 부인당하고 있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57.5%가 절대빈곤층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이주민의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소득을 가지며, 특히 여성 결혼이민자의 57.5%는 절대빈곤층에 속한다고 한다. 이는 많은 결혼이민자들이 가난을 피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한국행을 택했지만 본국에서보다 더 빈곤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이주여성들은 생계가 어려워 일자리를 구한다. 그러나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요행히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이나 필리핀 출신의 여성,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여성은 하나같이 일터에서 저임금을 받고 차별대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돌봐야 할 가족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나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은 가사노동과 육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이주노동자들보다도 낮은 대우를 받는다.

다문화사회를 수용하는 의식과 태도 가져야

얼마 전 이주여성들과 함께 이들이 평소 궁금해 하는 국적법을 공부했다. 그 때 중국 출신의 이주여성이 “글을 모르는 문맹처럼 법을 잘 모르는 법맹도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문맹이고 법맹이다. 시부모님이 말을 안 듣는다고 중국에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잘 몰라서 시부모님 말씀을 안 들으면 중국으로 쫓겨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선택했고 이곳에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해야 할까? 다르기 때문에 차별은 당연한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우리의 의식과 태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우리들의 의식과 태도를 반영하며,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대변한다.

이인경 어울림 이주여성 다문화가족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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