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4월 2007-03-29   1057

시민, 안보를 말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안보

한국사회는 분단이라는 특수성과 독재를 경험하면서 시민이 ‘안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안보는 시민에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멀고 어려운 것으로 남아있다. 관료와 군인, 외교관 등 소수 ‘안보 전문가’는 그들의 논리와 언어로 안보를 규정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나친 이상주의라고 손가락질한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시민의 관점과 논리로 안보 문제를 이야기해보자는 뜻에서 연중 시민토론 ‘시민, 안보를 말하다’를 기획, 그 첫 주제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잡았다.

사회 : 이대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발제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양심적 병역거부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토론자 : 최정민|30대(여),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임재성|30대(남), 양심적병역거부자

이형섭|20대(남), 학생, 군입대 예정자

김한보람|20대(여), 대학원생

김상철|20대(남) 대학원생, 군 미필자

양심적 병역거부, 그들만의 문제인가

대부분 병역의 의무는 당연하고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면 법적 처벌과 사회적 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이미 유엔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부적절하다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 2월 정부는 군복무기간 단축과 사회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병역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사회복무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제외했다. 엄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3월 14일 시민 안보 토론회를 열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시민패널들과 늦은 시간까지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의 90%가 한국인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역사는 미국 남북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일본 강점기 때부터 있어왔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1년에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한홍구 교수는 “전 세계에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한국에 수감된 이들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며 한 집안의 3대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옥살이를 하는 사례를 이야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슬픈 현실에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남았다.

토론에 앞서 시민 토론자는 각자의 입장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운동을 하는 최정민 씨는 활동 경험과 고민을, 양심적 병역거부로 옥고를 치른 임재성 씨는 자신이 병역을 거부한 동기를 이야기했다.

군 입대를 앞둔 이형섭 씨는 열악한 군 처우 개선을, 군 미필자로 대체복무를 계획하고 있는 김상철 씨는 전공 특성상 대부분이 병역특례라서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유일하게 여성으로서 참여한 대학원생 김한보람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가는 것은 가혹한 처사이며 사회복무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어떻게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되나

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긴 수감생활, 평생을 따라다니는 ‘빨간 줄’, 사회적 차별을 감내하면서도 그 길을 택했을까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적 신념, 개인적 신념이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인데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 한다. 학생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던 임재성씨는 단지 주위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교도소에 가는 것이 안타까워 대체복무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오태양 씨를 만나면서 자신의 신념이 그와 다르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양심은 무엇인가

흔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야기하면 자주 제기되는 반문이 “나는 비양심이어서 군대 간 것이냐?”는 것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양심’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는 헌법재판소의 정의에 따라 ‘양심’을 해석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은 안보 공백 부른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심각한 안보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보불안’이라는 단어는 식민지, 분단, 군부독재를 경험하며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한국은 현재 70만 대군을 자랑하고 있고, 한국의 국방예산은 북한 국가예산의 9배에 달한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군대의 역할도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안보 불안을 염려하는 대신 불합리한 국방 예산과 군 인력 낭비를 줄여 나가야 한다.

사병 처우 개선 시급

많은 한국의 남성들은 자신이 군대에 갔다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피해의식은 인생에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복무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는 데서 비롯된다. 오죽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그토록 비난하고 독설을 퍼붓겠는가. 사병들의 열악한 처우는 전체 군 병력의 80%를 차지하는 사병들의 인건비가 국방비 예산의 0.8%를 차지하고 나머지 20%인 간부들의 인건비가 국방비 예산의 50%라는 통계자료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군 복무로 말미암은 피해의식이나 트라우마를 없애려면 군 처우 개선은 꼭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참석자 모두는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너무 무거운 주제는 아닌지, 논쟁이 격해지지 않을지 하는 우려와 함께 시민토론은 시작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토론 내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앞으로도 다양한 안보 이슈를 가지고 시민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마당을 마련할 것이다.

박효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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