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4월 2007-04-01   1429

‘꽃세움 바람’을 몰고 온 연인


사방에 봄기운 그득한 날, 안국동에서 꽃샘바람이 아닌 ‘꽃세움 바람’을 몰고 온 그들, 김한보람(24세)·정형기(31세) 회원을 만났다. 영락없는 오누이 모습인데 커플사이라고 한다. 그것도 과외선생과 제자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연인으로, 이제 참여연대 회원이 되고는 동지가 되어버렸다.

작년 6월 김한보람 님이 먼저 회원 가입을 하고 바로 그 다음 달 정형기 님이 뒤를 이었다. ‘실과 바늘’이라는 표현보다는 ‘팝콘과 콜라’같은 사이가 어울린다. 홀로 있을 때보다 둘이 만났을 때 더욱 고소하고 짜릿한 맛이 흘러넘쳐 주변을 즐겁게 한다. 인터뷰를 앞두고 만난 두 사람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사랑으로 달뜬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한보람 님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공부하고 있고, 형기 님은 독일 유학을 준비 중이다. 회계학으로 시작한 공부를 군 복무 후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자연히 개인의 관심사는 로스쿨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자, 한보람 님 역시 자신의 관심사는 ‘역사’보다는 ‘교육학’이라고 거든다. 함께 유학을 가서 독일의 대안교육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우리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명칭에서부터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요. 인간을 자원으로 보고, 경제적으로 승리하는 인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제도 안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민주시민을 길러내겠어요? 우리 교육의 방향은 무상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즉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고, 제도가 바뀌어야 하지요.”

한보람 님의 열변에 금방이라도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철벽같은 제도권의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낙관은 의지의 문제요 비관은 감정의 문제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비가 아닌 ‘교육빚’이라는 은어가 흉흉하게 저자거리를 활보하는 게 현실 아닌가.

두 사람 모두 참여연대의 행사 참여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자원활동가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보람 님은 시민교육사업을 위한 자료조사와 홍보를, 형기님은 고위공직자 관련 판례 조사로 참여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 사람에게 어떤 힘이 참여연대로 향하게 했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형기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늘 눈과 귀는 열려있었죠, 한보람이가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고민할 때 제가 먼저 참여연대를 권했죠. 잠시 다른 단체에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지난여름 청년연수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마음을 굳혔죠. 마음은 제가 먼저였는데 실천은 보람이가 빨랐죠.”

선수를 쳤다는 듯 한보람 님이 생긋 웃자 형기 님은 계속 말을 이었다.

“지난 해 청년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참여연대에 바라는 것들을 참 많이 이야기 했어요. 회원, 자원활동가들과의 소통, 적극적인 시민행동을 참여연대가 좀 더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총회에 참석했을 때, 참여연대가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한 해의 슬로건으로 정한 것을 보며 이러한 노력이 참여연대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보람 님도 당연한 이야기인 듯 거들었다.

“청년연수프로그램도 한층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청원이나 모의재판 같은 실험적인 장이 있어 청년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놀 수가 있으니까요. 아무리 취업을 위해 영어공부에 열중하고, 학원 다니기 바빠도 한바탕 신나게 난장에서 어우러지고 나면 참여연대와 청년, 나아가서는 시민과 함께 가까워질 수가 있죠. 밖에서 생각했던 참여연대보다 안에서 바라보는 참여연대는 훨씬 치열하고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 보이지 않는 치열한 힘이 우리들을 불러들였겠지요.”

‘주례사’같은 이야기 속에 정곡을 찌르는 칼날이 번뜩인다. 참여연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짚어주는 지적이라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정책이나 권력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시민과 함께 하느냐가 화두”이며, “참여연대를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두 사람은 연수프로그램 이후, 시민운동현장체험 기획과 실행뿐만 아니라 집회 공연 등 스텝으로 많은 참여를 했다. 따라서 시민, 회원, 스텝의 입장에서 각각 어떤 느낌과 차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한보람 님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오빠랑 청계천변에 간 적이 있었죠. 그때 한 시민단체에서 FTA 반대 집회를 하고 있었는데 문화운동 차원으로 접근하더라고요. 율동도 하고, 사진 전시도 하고…. 구경나온 시민들의 눈길을 충분히 끄는 행사였어요. 참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어요. 반면 처음 참여연대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는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단체의 활동내용에 따라 드러내는 방식이 다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정책 비판을 무조건 재미있게 하려고 하면 자칫 희화화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나름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좀 더 유연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입장의 차이라고 할까. 하지만 결국 만법은 하나로 통하니 많은 고민과 고심, 비전을 제시하는 토론과 담론 끝에 해답이 나오리라. 아니, 이미 두 사람의 눈빛 속에는 답의 절반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희망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자리를 정리하며 참여연대의 활동 중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형기 님이 숙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3월5일 고 윤장호 하사 추모집회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했던 일이예요. 날씨가 워낙 춥기도 했지만 내면에서 떨리는 분함 때문에 진정하기가 어려웠어요. 왜 우리의 젊은이가 미국의 쓰레기 같은 패권주의에 희생되어야 하나요? 무엇이 국익이며, 한반도의 특이한 상황이란 파병만이 능사인지. 결국은 평화의 문제인데 ‘정의로운 전쟁’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무능에 치가 떨렸어요.”

온화했던 그의 캐릭터가 단박에 투사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래, ‘달콤한 소금’이 없듯이 ‘정의로운 전쟁’이란 강자들의 논리로 세상을 재편성하고 줄을 세우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쪽으로 줄을 서고 있는지.

밖으로 나오니 ‘꽃세움 바람’ 한줌이 맹렬히 옷깃을 흔들었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바람이 아닌, 뿌리를 깨워서 물을 길어 올리게 하고 연둣빛 잎새와 아름다운 ‘꽃을 세우는 바람’이 우리들을 세우고 있었다. 봄은 이미 왔다는 전갈인데…….

김한보람 ·정형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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