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4월 2007-04-01   961

이제는 희망을 변론하자

일주일에도 몇 번씩 난처한 전화를 받거나, 방문객을 만나곤 한다.

“여기가 제일 싼 변호사 사무실이죠?”

“변호사 살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 물어서 찾아왔어요.”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변호사를 산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은 곧 법률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로 한정짓는 것뿐만 아니라, 법조계에 대한 서민들의 깊은 불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만큼 서민들에게 법과 법률가는 가까이 하기 힘든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공익법활동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공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共感)’은 국내 최초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공익변호사들의 모임이다. 2004년 1월 아름다운재단의 공익변호사기금을 재정기반으로 설립되어 6명의 변호사와 2명의 간사가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상근하고 있다. 공감이 생겨나기 전에도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법무법인에 소속되어 있거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활동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 그것도 비영리로 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였다.

‘공감’은 공익단체와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방식으로 법률지원 활동을 한다.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의 문제를 상담하는 다수의 공익단체가 법률적 지식과 법적 대응 절차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과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공감’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 수십 번씩 전화를 돌려야만 했던 공익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법률교육, 공익소송, 법 제·개정 운동, 공익법중개활동을 해왔다. 경기도 노인학대예방센터와 함께 법률 매뉴얼을 기획 제작하였고, ‘노숙인의 인권과 복지를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숙인 금융피해자 법률상담 및 자문을 하였으며 여성결혼이민자를 지원하는 활동가 및 상담원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법률교육을 지원했다.

물론 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노숙인, 이주여성, 난민 등 우리사회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기란 쉽지 않았다. 공익단체와 활동가들을 만나 ‘공감’이 하는 일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날보다 단체로 출근하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소수자 인권보장이라는 활동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변화가 모색되는 다양한 지점에서 법률 전문가로서 가능한 실천을 함께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 2006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 앞. 인종차별적인 국제결혼 광고 규제와 정부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또 하나의 실험, 희망변론프로젝트

‘공감’은 인권현장에서 희망을 일궈내기 위한 법률지원 사업으로 ‘2007 희망변론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희망변론프로젝트는 공익단체 법률지원, 법률교육, 공익소송 등 세 가지 사업으로 진행된다. 첫째, 공익단체 법률지원 사업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공익단체에 담당변호사를 지정, 그 단체의 기획사업 등에 대한 법률자문, 법·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조사, 소송지원, 법률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이다. 둘째, 찾아가는 법률교육은 연중 상시로 법률교육 신청 접수를 받아 선정한 대상자에게 ‘공감’의 변호사가 방문해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주민자치, 노인, 아동, 성소수자 등의 전문교육과 권리구제 및 형사 절차 등이다. 단체나 10인 이상이 공동으로 신청할 수 있다. 셋째, 함께하는 공익소송은 이주노동자, 난민, 장애인, 아동, 여성, 노인, 성소수자 등이 주된 지원 대상이다. 개별적인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보다는 반복되는 피해 구제와 불합리한 관행 및 제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희망변론프로젝트를 통해 공익단체에 대한 법률지원이 5개월에서 최장 10개월로 늘어났고, 지원 내용 또한 다양해졌다. 법률교육과 공익소송의 경우 홈페이지에 접수창구를 열어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일회적인 자문이나 상담을 넘어 다양한 법적행동을 통해 공익단체의 고민을 풀어주고,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 2006년 12월 정부종합상사 앞. 독립적 장애인 차별 시정기구 설치 촉구 1인 시위(염형국 변호사)

공익법활동은 법조인의 사회적 책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감’ 소속 변호사들이 저마다의 관심분야에 주력하다보니 자연스레 활동 영역이 나누어지게 되었다. 염형국 변호사는 장애인과 시설, 김영수 변호사는 빈곤과 주민소송, 소라미 변호사는 이주여성, 정정훈 변호사는 난민과 성소수자, 황필규 변호사는 난민과 다국적기업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공감’ 활동이 4년째 접어들며 변호사들은 각 분야에서 어느덧 전문가 대접을 받게 되었다. 공익단체 실무자들과 함께 하며 큰 배움을 얻은 덕분이다. 기분이 으쓱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공익활동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활동하는 변호사가 적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많은 로펌이 공익위원회와 담당 간사를 두고 있다. 로펌은 공익법활동을 하는 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펠로우십 제도를 운영하고, 공익소송을 담당하거나 연구 사업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로펌을 평가하는 기준에 들어갈 만큼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공감’과 같이 공익법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단체들은 로펌에 공익사건을 연계해주거나, 공익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공익법활동은 단순히 법률적 도움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며 희망을 변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조계에도 공익법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풍토가 하루 빨리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전영주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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