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4월 2009-04-01   1013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고용실업대책: 가짜 아닌 진짜 녹색-휴먼뉴딜이 절실하다




가짜 아닌 진짜 녹색-휴먼뉴딜이 절실하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지난 3월 23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중산층을 키우는 휴먼뉴딜’ 추진을 선언했다. 일단 이명박 정부 스스로 “인적자원 투자를 통해 위기 대항력을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높여 미래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휴먼뉴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미 한겨레신문과 참여연대는 ‘민생뉴딜’ 긴급기획을 통해서 숱하게 ‘삽질(토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뉴딜’을 강조해왔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휴먼뉴딜이 진정한 민생뉴딜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년간 ‘능동적 복지’의 실종, 한시적 땜질정책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경제위기 대응책, 부자감세의 일방적 추진, 토건족 지원 ‘올인’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녹색뉴딜(녹슨 삽질)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미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핵심과제에는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 가계부담 경감’도 포함돼 있다. 이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발족하면서 몇 년째 끈질기게 주창해오고 있는 의제이기도 하다. 이 역시 현재처럼 ‘부동산투기 조장’ 정책, 일제고사-국제중 등 사교육비 폭증 유발 정책, 영리법인의 의료시장 진입정책, 폭등한 등록금을 용인하는 대학자율화 지지가 계속되면서 가계부담의 경감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부자감세 철회하고, 4대강정비사업 축소해야

얼마 전, 정부는 29조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안을 발표했다. 극심한 경제위기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올 한 해만 13조 5천억(2012년까지 100조)에 달하는 부자감세 철회와 4대강정비사업(총 15조 원 투입) 같은 불필요한 토건예산 삭감 등 예산편성의 기조를 바꾸는 수정예산에 착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두 가지 정책기조 수정만으로도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11.2조 원의 세수부족분 충당을 넘어 서민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보육-교육 등에 대한 획기적 지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3조 1천억 원(추경에서 1조 원 추가)이라는 엄청난 돈을, 숱한 반대가 있었는데도 4대강 정비 등에 사용한다는 것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3조 원의 돈이면 당장 1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수출만이 아니라 내수를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민에 대한 특단의 지원책을 실행하고, 일자리의 유지와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이 매우 중요하다. 또 대공황기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의 미국처럼 노동자-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보장체제(사회안전망)를 확대하고, 노동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방안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장기적 전망에 근거한 친환경 일자리와 사회적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가짜 녹색-휴먼뉴딜이 아니라 진짜 ‘녹색-휴먼뉴딜’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생각하는 진짜 ‘녹색-휴먼-민생뉴딜’의 핵심은 아래와 같다.

먼저, 교육-보육 분야 등에 대한 획기적 지원을 통한 전 국민 생활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분야가 특히 교육-보육비용이다. 모든 부분의 비용은 줄여도 교육-보육 부분, 주거-의료 부분의 비용은 줄일 수 없는 특성이 있고, 실제로 이 극심한 경제위기 와중에도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이 정부 들어서 사교육비가 23%나 폭등했다). 초중고 무상급식, 무상교육 확대 및 보육료 지원, 대학 반값 등록금 실현, 학자금 무이자 대출과 등록금 상한제-후불제-차등책정제 도입 등 교육-보육에 획기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의료-주거 약자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원책이 제시되어야 하며, 차제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획기적으로 개정하여 필요한 모든 국민들을 기초생활보장 안전망에 포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추가적 이점이 있다. 


일자리 유지, 나눔, 창조에 총력 기울여야


둘, 다양하고 생산적인 일자리를 지키고, 나누고,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선적으로는 공공부문의 일방적 사람 자르기와 민간대기업들의 해고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를 나누는데도 노동시간 단축과 4조 2교대 시행 등 교대제 개선, 직무재교육 강화, 해고위험 없는 육아휴직 활성화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입체적인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고 국내외에서도 여러 건설적인 사례가 있었다. 정권과 재계는 상대적 약자들의 일방적인 임금삭감 강요와, ‘단기 알바’형 일자리 나누기 식의 임기응변 대책을 중단하고, 새로운 사회적 논의의 틀이나 범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고, 나누고,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 부자감세-삽질경제 중단과 부자증세와 지속가능한 녹색경제를 통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녹색 일자리를 100만 개 이상 만들어가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 당장 부자감세와 ‘녹슨 삽질’을 중단한 ‘수정예산’과 대대적인 실업-일자리 관련 ‘추경예산’ 편성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복지, 의료, 교육, 에너지, 환경, 공공안전 분야에서 대대적인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든다면 질 좋은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사회서비스 증진, 미래 투자라는 관점까지 모두 충족되는 최상의 사회정책이 될 것이다(표 참조). 제대로 된 녹색경제 논의 틀을 짜고, 백두대간 등 보전해야 할 지역에 대한 생태복원,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산업,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 맞는 송전시스템 구축, 주택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 단열재나 이중창을 설치하는 일, 에너지절약 컨설팅, 하이브리드카 생산,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도시 근교의 유기농업 및 로컬푸드 시스템 활성화,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활성화, 또한 고속도로 대신 대안적 대중교통을 확산하는 일, 나무 심고 숲 가꾸는 일 등을 통해 수십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넷, 전 국민 실업안전망 구축으로 모든 국민들을 실업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고용보험의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의 35% 정도만 포괄하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나머지 국민들이 모두 실업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이 없는 사각지대 속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사실상의 실업자 400만 명과 지금은 일자리가 있지만 언제든지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민들이 고용보험 또는 실업부조 등의 안전망에 포괄되어야 한다. 전 국민 실업안전망 구축과 더불어 지금부터 폐업 중소상인, 청년실업자,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 노동자, 외양은 자발적 실업이지만 사실상의 비자발적 실업자 등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이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


청년을 위한 안정적 일자리 제공해야


다섯, 청년고용할당제 도입으로 청년을 숨쉬게 하자. 지금 공공부문과 재계는 ‘단기 알바’형 인턴을 채용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나 당사자인 대졸 실업자들과 청년들은 최악의 임시방편 단기 일자리에 허탈해하고 있다. 심지어 경력 쌓기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허드렛일만 하고 있다는 고충을 여기저기서 토로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단기 알바’형 인턴이 아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청년고용할당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해외 사례도 있고, 관련 법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국회는 악법이 아니라 이런 좋은 법들을 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와 재계는 지금이라도 청년고용할당제 도입과 동시에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적극적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여섯, 비정규법, 최저임금법 개악 시도를 일체 중단하고, 오히려 비정규-최저임금 노동자를 지원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틈타 ‘엎친데 덮친격’ ‘벼룩의 간 빼먹기‘ 식으로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고 최저임금을 더욱 깎으려는 시도는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더 빈곤하게 만들 것이 명백하다. 비정규법,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려는 시도를 일체 중단하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고, 최저임금도 현실에 맞게 상향하는 역발상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을 증진하여 내수를 활성화하는 건설적인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일곱, 고용의 90%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소상인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획기적 지원과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추진해나가야 하며, 하도급법 개정, 대기업에 의한 불공정거래 근절 등 법-제도적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경제위기 속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중소상인을 위해서도, 신용카드 수수료의 조속한 인하(현행 2.5~3%에서 1%대로), 폐업중소상인 실업급여 지급,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의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위와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진짜 민생을 고민하고 그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서민들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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