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1월 2010-01-01   1391

경제, 알면 보인다-돈에 휘둘리는 삶, 혹시 나도?



돈에 휘둘리는 삶, 혹시 나도?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j

“부동산 가격이 왜 상승하죠?” 강사가 물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죠”라는 수강생들의 주저 없는 대답이다.

일반주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평범한 주부들이 어려운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상당하다. 부동산이나 펀드 등과 관련된 어려운 용어도 척척 알아듣는다. 쉽게 설명하려는 친절은 경우에 따라서 다 아는 이야기를 하는 실력 없는 강사로 치부될 위험을 초래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온통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저마다 경제에 대해 전망을 하고 있거나 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으로 도덕적 흠결이 많은 사람을 경제 대통령(?)이라는 정치 슬로건 하나에 나라의 곳간 열쇠를 넘겨주기도 했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 때는 온 동네마다 뉴타운 공약이 적힌 플래카드가 휘날리기도 했다. 뉴타운이 되어야만 집값이 뛰고 지역경제가 산다는 주민들의 믿음이 선거 신인을 당선시키는 이변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바로 ‘돈’이었을 정도로 경제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고 경매나 주식 족집게강의에는 수백 명이 몰릴 정도로 대한민국은 경제 열공 중이었다.

그런 대단한 경제열풍 속에서 사람들 각자의 경제 성적표는 과연 어떻게 변화했을까?


경제지표와는 달리 빚에 허덕여…

어느 면으로 보면 대단히 좋은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평범한 아파트 한 채가 억 단위 이상의 가격이고 차 없는 집은 드물 정도이다. 과거에는 필요할 때마다 장을 봤지만 지금은 주말마다 자동차를 끌고 대형마트로 가서 박스 하나가 부족할 정도로 장을 본다.

구멍 난 양말이나 몽당연필 같은 이야기는 오래 전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생필품이 너무 많아서 수납공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저소득층 가정에도 냉장고니 TV 같은 가전제품은 기본이고 김치냉장고와 정수기, 비데까지 소유한 경우도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문화생활을 하고 있고 주5일제 근무로 금요일 오후부터 고속도로는 나들이 차량으로 꽉 막힌다.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생활의 질은 외환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툴툴 털어버리고 날로 향상 중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 때문에 미치겠다는 소리는 더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럴 만도 하다. 매월 월급날 미리 긁어댄 카드대금 결제하느라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전기세, 난방비, 각종 통신요금과 아이들 학원비 결제하는 것도 빠듯한데 카드대금이 아슬아슬하다. 가족 대소사가 있었던 다음 달이면 공과금 결제를 미루고 카드대금 결제부터 챙겨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한숨소리가 괜한 투정소리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가계 금융부채는 이제 800조를 훌쩍 뛰어넘어 가구당 4천만 원 이상의 채무를 갖게 되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추정한 처분 가능한 소득대비 부채규모가 142.3%로 빚을 갚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다.

올해 늘어난 가계부채의 절반은 생활비가 부족해 일으킨 생계형 대출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 와중에 정부를 비롯해 여러 연구소에서 내년 경기가 좋아진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나 개인들의 소득이 늘어날 전망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없다. 여전히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고 기업들은 세계 경제위기 운운하며 정규직 인건비를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빚에 허덕이는 개인들의 경제 성적은 더욱 비관적인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나의 경제생활에 냉정한 평가를

소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와 외적인 소비패턴으로 우리는 개인의 경제 성적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에서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고 외제차를 몰고 있으며 해외로 휴가를 가고 최첨단 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그 사람의 직업이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라면 더욱 그 점수에 확신을 얹을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경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점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투기대열에 동참하기도 하고 자녀를 고소득자로 만들고자 사교육 시장이 팽창해왔다. 사회민주나 분배정의는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경쟁구조에 걸림돌이 되어 내팽개쳐진 현실이다. 그 결과로 오늘의 경제 대통령 시대를 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자산의 규모, 소유나 소비규모 정도로 경제 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구시대적 발상이다. 오히려 소득이 높을수록 신용한도가 높아 가계부채 규모가 상상 이상인 경우가 많다. 소유한 자산가치가 높을수록 그에 따른 세금과 금융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게 되어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도 적지 않다. 지금은 자산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바람에 고소득 전문직조차도 빚 없이 집을 사거나 할부가 아닌 예금 통장에서 목돈을 꺼내 차를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신용위험과 투자위험, 고용불안 속에서 날로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혹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높을수록 경제 성적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제는 개인들의 경제 성적에 대해 좀 더 냉철하고 본질적인 평가를 해야 할 때이다.

특히 사회활동가라면 장기적으로 돈에 휘둘리는 것 때문에 인생의 항로를 선회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경제생활에 대해 늘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영국의 정신병리학자인 로저 핸더슨 박사가 내놓는 평가 항목들로 자신을 평가해보면 좋을 것이다.



-돈의 종이 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

· 돈 얘기만 나오면 걱정이 되기 때문에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다.
· 돈 문제 때문에 가족들이 자주 다툰다.
· 충동적으로 지출을 한다.
· 앞으로 내야 할 돈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한다.
·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 앞으로 나가게 될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 청구서에 기재된 금액이 생각보다 큰 경우가 많다.
· 청구된 금액을 늦게 지불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 신용카드 청구서에 적혀 있는 금액 가운데 최소결제 금액밖에 지불하지 못한다.
· 청구된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 다른 용도로 쓰려고 모아둔 돈을 사용한다.
· 단지 청구된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 가외의 일을 한다.
·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린다.
· 저축해놓은 돈을 사용하여 주기적으로 청구되는 금액을 지불한다.
· 거의 매달 월말이 되기 전에 돈이 떨어진다.
· 큰돈을 모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 돈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신체적, 심리적 증상들이 나타난다.

출처: 『돈 걱정 증후군 Money Sickness Syndrome』/ 로저 핸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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