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2월 2010-02-01   2263

그 사람 그 후_김인규 교사



심해어의 자유를 꿈꾸는 우리 선생님


강지나 참여사회 편집위원

김인규 선생님은 미술교사로서 온라인상에서는 naked(벌거벗은)란 아이디로 작품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던 중, 2001년 개인 홈피에 올린 누드 사진이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아 표현의 자유와 예술성 논란을 일으키며 세상에 알려졌다. 4년을 끌던 법정공방은 2005년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판결을 받으며 종결되었다. 지금은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전히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을 찾아가 뵈었다.


자기암시, 나는야 B급 교사


김인규 선생님은 ‘50대 남자 교사’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열린 감성으로 살아가는 분이다. 그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kig8142)를 보면 알 수 있다. ‘가르치는 일’과 ‘세상과 공감하는 일’ 그리고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일’을 얼마나 부지런히, 또 뜨겁게 하고 있는지. 아이들과 미술시간에 나눈 작품사진부터 학급 아이들이 만든 작은 이벤트까지 소중히 담겨 있고, 더불어 레이디 가가나 장기하 같은 문화 코드에도 민감하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아이디가 ‘naked’에서 ‘B급교사’로 바뀌어 있었다.   

“일종의 자기암시다. A급 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요즘 수석교사제니, 교장공모제니 그런 제도들이 많이 생기니까 주위 선후배들이 지원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제 진보적인 인물들이 중진으로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많고 나 스스로도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제도에 편입되려면 자본적이고 보수적인 주류질서에 일정 따라줘야 한다.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과 전망을 보여 주는 방식이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쪽에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은 이쪽에 서 있어야 한다. 저들이 얘기하는 방식에 길들여지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나의 고민도 끝내고 싶었다.”


교육운동의 핵심은 바로 수업이다

김선생님은 전교조 1세대이다. 해직교사 출신이며 복직된 후에도 교육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지금은 전국미술교사연합회를 통해 대안교과서를 만드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교육운동의 핵심은 교권투쟁도 아니고 전교조 상임활동가도 아닌 바로 수업이다. 2002년~2004년도에는 아이들과 수업한 내용의 결과물로 마을축제를 기획했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활현장을 통해 삶을 만들어가는 미술교육을 구현한 것이었다. 지금 시도하는 수업은 자기 주변의 세상을 기능적으로만 보지 않고, 다르게 보기, 유쾌하게 보기, 누려보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안에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어떤 공간에 장난감을 놔두고 새로운 설정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전혀 다른 공간이 발견된다. 또는 아이들이 매일 만지는 책은 아이디어링을 해보면 또 다른 사물이 되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활동을 아이들이 해봄으로써 하나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보는 것, 거기에 접근하기 위한 생각과 고민, 그 과정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중요한 교육활동으로 여기고 있다.

“대학입시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공교육 시스템에서 대안을 만드는 방법은 수업이다. 수업에 집중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탐구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의 변화, 시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어서 수업을 통한 변화가 어떤 가능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평가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모두들 공감하기 때문에 입시제도가 계속 바뀌어왔지만 여전히 그 타령이 그 타령이다.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홍대에서는 입시를 폐지한다 발표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문제의 본질은 학생들에게서 평가하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 내용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의 개혁은 형식적 평가로만 흐르게 된다. 평가될 내용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아무리 제도를 개혁한다 해도 공교육은 사교육 시장에 먹혀들어가게 될 뿐이다. 우리는 제도를 바꾸는 일에는 매우 열을 내는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노력을 안 한다.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뉴라이트와 전교조가 이념적으로 대치하는 지점이 아니라 그런 차원을 넘어서 있어야 한다. 어떤 주장이 맞느냐라는 OX평가가 아니라,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과 방법, 논리적 타당성, 그런 과정의 가치나 즐거움을 교육활동 속에서 어떻게 구현해 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이념적으로 진보냐 보수냐와 관계가 없다. 어찌 보면 이런 방식이 그야말로 진정한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이런 교육적 활동을 과연 어떻게 공격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봐도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과정인데…실제로 지난 번 아이들 작품을 축제 때 전시했더니 충청도 부교육감이 와서 미술수업이 놀랍다고 극찬하셨다.”(웃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보다는 건설적 대안

운동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해왔기 때문에 지금 진보운동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일지도 모른다. 타도식 투쟁에는 익숙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용이 비어 있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보다는 건설이다”라고 간명하게 표현했다. 작년 전교조활동의 최대 이슈였던 일제고사투쟁에 대해서도 그의 평가는 신랄했다.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가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어떤 이념대립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 투쟁을 했을 때는 민주-독재라는 이념대립의 문제가 형성됐다면 지금은 경쟁체제를 강요하는 어떤 시스템에 의해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경쟁시스템이 그들이 판단하는 정치적 유효성과 맞아떨어지고 현재의 시스템과 잘 맞아떨어지는 교육적 대안이기 때문에 일제고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전교조가 반대하는 투쟁만 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럼 너네 뭐할 거냐?’라고 물으면 뭘 얘기할 수 있겠는가?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대해 철저한 접근이 필요한 거다. 일제고사라는 형식으로 도저히 평가할 수 없는 교육적 요구와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런 대안을 주지 못하면 젊은 친구들의 전교조 가입률은 계속 떨어질 거고 남은 소수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이 계속될 뿐이다.”

대안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그의 교육적 노력은 학생인권 보장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은 학교 내 여러 가지 처벌규정과 복장-두발의 억압 속에서 살아간다. 내용을 채우는 교육, 삶을 즐기는 과정을 체험하는 교육은 이런 인권의 보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신체조차 자유로이 할 수 없는 인격체가 어떻게 교육과정을 통해 체험하고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있을 때 그는 학생부장을 맡으면서 전교생 회의를 통해 신체의 자유를 규제하는 조항들을 삭제했다. 교사들의 반발과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거셌지만 2년간 꾸준히 지켜나갔다. 관습과 인습에 의해 교육할 부분과 교칙으로 처벌해야 하는 부분은 구분했다. 교칙에 의해서는 폭력, 흡연, 음주를 단속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체벌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규정에 맞게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소집해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교내봉사, 사회봉사를 원칙대로 주었다. 그렇게 2년간 했더니 오히려 학교의 학력과 진학률은 오르고, 흡연과 폭력사건의 수는 줄었다. 즉 학력의 문제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처벌은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머리 기르고 파마하고 염색하는 애들이 비뚤게 나간다. 물론 비뚤게 나가는 애들 중에서 그렇게 파마하고 염색하는 애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외모에 집중하기 때문에 비뚤어지는 건 아니다. 외모에 집중하는 애들 중에는 공부도 잘하고 모범적인 애들도 있다. 그러니까 복장이 불량하면 무조건 애들이 비뚤어진다는 논리는 잘못 된 것이고 주객이 전도된 생각이다. 신체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지 결코 학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는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즉 남을 배려하는 기본생활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 학생생활지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주류질서의 시각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기

대한민국에는 요즘 유신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처럼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사태들을 많이 발견한다. 유머의 수준을 이해 못 하고 유행어를 단속한다든가, 온라인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교환도 제지당하는 경우가 많다. 김인규 선생님은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도록 하려고 학교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제도권의 검열과 억압에 희생된 사람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4년여의 긴 법정공방으로 그를 이끌었던 사건에 대해 묻자 그가 대뜸 이런 얘기를 꺼냈다.

“바다 저 밑, 어둠 속에서 사는 심해어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굉장히 기괴하게 생겼는데 그 하나하나가 매우 각양각색으로 다양하게 생겼고 묘한 매력이 있다. 심해어만 찍는 전문 다이버가 있을 정도로 그렇게 기괴한 매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들은 시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긴 것 같다. 즉 시각은 권력적이고 위계적이며 우리 세계에 아름다움부터 추함까지 어떤 질서를 부여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생기게 되었고 여전히 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다. 만약 우리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면 훨씬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발현하고 싶은 대로 발현하고, 몸을 자유롭게 놀리고 싶은 대로 놀릴 수 있을 거고 그러면 내가 놀리는 대로 몸은 발전할 거고 각자가 기괴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 때로는 징그럽게 또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의 세상은 그러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런 단속의 움직임이 많은데, 지금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복장 단속하는 것과 같은 심리인 거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일종의 즐거움이고 삶인데, 그런 삶의 즐거움과 사건의 결과를 저들은 구분해서 볼 줄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는 천생 예술가였다. 레이디 가가를 보면서 그녀의 기괴함을 존경하고, 심해어가 되길 꿈꾸는 그는 예술가의 피가 붉게 흐르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는 천생 교육자였다. 교직을 시작하면서부터 뜨겁게 교육운동에 몸을 담았고, 해직되었을 때는 빨리 복직해서 교사가 다시 되고 싶은 마음에 매우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뜨겁고 열정적인 그에게 4년의 법정공방과 일부 유죄판결은 그를 매우 힘들게 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어떤 위축감을 주었다. 법률적 판단보다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의견에 그는 더욱 좌절했었다.

“2001년 홈페이지 사건이 났을 때, 하루에 8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는데, 그때 댓글들은 비난보다는 이해하려는 측이 많았다. 댓글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05년도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댓글에 변화가 있었다. 유죄판결을 반기는 의견이 더 많았다. 나는 사회가 보수화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규율과 통제를 강조하는 그들의 발언권이 많이 세졌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물결을 몰고 가는 흐름에 대해 일종의 반동적인 힘이 느껴졌고 그것이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          
    
2005년 이후 그 판결은 아직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들에게 표현의 권리와 삶을 자유롭게 누릴 자유를 국가권력이 잠식해 들어오는 일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건전한 것과 불건전한 것을 구획 지으려는 이분법적인 이 세상에서 탈주하려면 주류의 시각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마치 해저 캄캄한 바다 속을 누비며 스스로 빛을 내는 심해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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