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2월 2010-02-01   1004

경제, 알면 보인다_행복을 속삭이는 광고의 덫



행복을 속삭이는 광고의 덫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우리들의 일은 여성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에 불만을 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은 반세기도 전에 미국의 소매점 연합회 회장이 한 말이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갖게 만들겠다는 기업가들의 야심은 그 이후 더욱 세련되고 공세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유행에 뒤처지는 한두 가지 것에 불만을 갖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눈만 돌리면 보이는 광고판에서 나의 삶에 대해 비관하거나 ‘나만 가난한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을 갖기 충분한 현실을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마 우리 집은?’ 아이의 절실한 눈빛은 얼음 나오는 정수기를 갖지 못한 것이 큰일인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000로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오늘을 말해줍니다.’ 사람의 가치가 차의 종류에 따라 결정 나 버린다는 광고이다.

‘엄마, 자고 가면 안돼? 내일 또 오면 되지. 00씨 집은 000입니다.’ 아이를 위해서 브랜드 아파트로 이사해야 할 것 같은 스트레스를 주는 광고이다.

광고 비평에서는 이런 식의 광고들을 제품의 기능과 편의만을 강조한 광고를 뛰어넘어 기호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겨우 정수기와 차, 아파트 브랜드 때문에 사람의 가치가 평가되어진다는 것은 알고 보면 유치한 발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의식중에 ‘너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어’라고 실시간으로 속삭이는 수많은 유혹 앞에서 불행해질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 물론 이런 식의 유혹은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 금세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문제는 냉정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유혹의 손길을 덥석 잡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유혹을 쉽게 채울 신용카드라는 기가 막힌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쉽게 욕구를 채우면 채울수록 만족은커녕 더한 욕구불만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한도가 늘어나는 것보다 신상품이 더 빠른 속도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부지런히 유혹을 좇아가 봐야 우리 손에 쥐어진 신상품은 금세 유행이 지나버린 촌스런 시리즈에 불과해진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도저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소비사회는 ‘이것만 가지면 행복해질 거야’라고 속삭이는 것들로 인해 불행해지는 아이러니에 빠져있다.

‘행복의 경제학’ 저자 쓰지 신이치는 이런 소비사회에서 행복이란 ‘말의 코끝에 당근을 늘어놓은 것처럼 언제나 손끝보다 조금 앞에 놓여있다. 손안에 넣어버리면 이미 그것은 행복이 아니다’라며 소비사회의 아이러니를 꼬집고 있다.


현실 만족 못하도록 강요하는 소비사회


경제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보다 가난했던 과거에 오히려 검소는 미덕이었고 사리사욕은 사회적으로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시장주의가 서서히 자라나면서 사리사욕의 긍정이 사회적인 부와 선을 불러온다는 새로운 인식이 자라기 시작했다. 애초 고전파 경제학은 인간의 필요 즉 needs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시장주의가 자라면서는 개인적인 수요demands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개개인의 욕구를 좀 더 폭넓게 충족시키는 것이 경제학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경제시스템의 변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소비가 성장의 주요한 동력이 되면서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거기에 기업 간 경쟁이 다각화 되면서 디자인이나 광고 마케팅 등을 통해 차별화된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경제의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이제 기업의 생산은 개개인에게 그저 존재하는 수요에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욕구마저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생활비를 줄여보겠다고 큰 결심을 하고 종이에 필요 구입목록을 적어서 마트에 가봤자 어느새 장바구니에 기획 상품들이 채워지고 있는 경험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기업들의 능력은 우리에게서 필요와 욕구마저도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까지 도달한 것 같다. 이제는 사고 싶어서가 아니라 ‘필요할 것 같아서, 지금 아니면 싸게 살 기회를 나만 놓칠 것 같아서’ 같은 조바심들까지 지갑 속 신용카드를 꿈틀거리게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광고, 매스컴 혹은 기업의 온갖 마케팅은 소비자들로부터 ‘필요로 하지 않을 자유’와 ‘소비하지 않을 자유’를 빼앗았다.


갖고싶은 목록보다 ‘필요없는 목록’을 만들어라

이런 소비사회에서 소비하면 할수록 불행해지는 결과를 대비하는 처방은 간단하다. 첫 번째 신용카드를 버리고 불편한 소비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불편한 소비구조라는 말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불편이란 단지 미디어의 공격으로 자라나는 욕구를 눌러야 하는 사소한 것이다. 대신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마트로 달려가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홈쇼핑 채널 전화번호를 누르고 자동응답기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참을성 있게 주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시계도 창문도 없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발바닥이 저리도록 쇼핑해야 하는 불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다음 달 신용카드 청구금액을 걱정할 만큼 소비하고도 더 맘에 드는 명품을 사지 못했다는 박탈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진다.

알고 보면 소비하지 않는 것보다 소비하는 것이 훨씬 불편하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신용카드를 버리면 우리는 불편한 소비를 감행하는 충동을 습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지갑 사정을 생각하며 지금 당장 꼭 사야 하는지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쓰지 신이치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가치관에 ‘가지고 싶은 목록’ 뿐만 아니라 ‘있어도 없어도 좋은 물건 목록’과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물건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가치관에 뿌리 내린 목록리스트는 없는 욕구마저 창출해 내는 기업들의 대단한 유혹에서 벗어나게 도와준다. 자연스럽게 나의 취미와 센스에 충실한 주도적인 소비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즉 사고 나서 후회하는 소비, 버리지도 못하고 수납공간에 고이 모셔두기만 하는 소비, 금세 유행이 지나버릴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얼리 어댑터 또한 기업이 창출해낸 마케팅의 한 방편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 부는 지적인 소비운동이자 건강하고 지속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로하스 운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로하스 소비는 친환경, 친사회적인 제품을 선호하고 돈 주고 사는 문화 예술 감상 보다는 체험을 선호한다. 플라스틱 제품이나 일회용품, 최첨단 패션(우리의 가치를 패션으로 평가해버리는) 등을 싫어하고 대량소비에 진절머리를 내며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고 하는 품위 없는 가치관을 경멸한다.

돈 없다고 투덜대거나 돈 벌이가 없을까 고민하기보다 새해에는 품위 있게 가난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 절대 자족하지 못하도록 유혹하는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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