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7월 2010-07-01   853

6.2 지방선거 그 후-지방선거 변화 바람 타고 ‘새 도약’ 모색한다



지방선거 변화 바람 타고 ‘새 도약’ 모색한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저로서는 이번 6·2 지방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습니다. 새벽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결과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워 개표방송을 지켜봤습니다. 이번 선거는 참여연대가 낙선운동을 펼쳤던 2000년의 총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당선으로 기억에 남는 2002년 대선에 버금갈 만큼 역동적이고 이야깃거리도 무궁무진한 선거였습니다. 

사실 선거기간 내내 선거 기사는 사라지고 천안함 사건으로 도배를 했던 신문과 방송, 선거결과와 너무도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4대강 문제나 친환경무상급식 같은 선거쟁점에 대해선 유권자는 입도 뻥긋 말라는 황당한 선관위, 걸핏하면 유권자단체의 활동에 소환장을 남발하며 겁주는 경찰 등 선거가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나 하는 회의감마저 드는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뜻을 명확하게 드러낸 선거였습니다. 


정권에 대한 심판, 변화를 바라는 민심

무엇보다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과 경고의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더 이상 민주주의를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국민의 뜻과 어긋나는 4대강 개발사업과 세종시 흔들기를 중단하라는 것이죠. 민생경제를 우선해야지, 재벌 몰아주기나 4대강 삽질에 동의한 적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나아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도 과격한 언동으로 남북 간 대결과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진보를 내세우는 야권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 것입니다. 야권 연대를 통해 힘을 합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정책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것은 어려우니,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이죠.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의 선거결과는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의 주된 쟁점도 많이 변했습니다. 뉴타운이나 대규모 개발공약이 난무하던 선거가 어느새 무상급식, 무상보육과 같은 복지이슈가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천안함 사건 때문에 본격적인 정책경쟁이 뒷전이었지만, 친환경무상급식 요구가 거셌던 것이나 여야 모두 복지공약을 1순위에 올려놓은 것,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등이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재벌’과 ‘토건’위주의 경제성장노선은 이제 그 수명이 다했으며 교육과 복지에 대한 투자, 즉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경제 노선이 한국사회 발전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 양날개 전략’ 선거 대응

이번 선거에서 시민운동이 가장 주력했던 과제는 4대강 사업 저지와 친환경무상급식의 실현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기본권, 고용과 실업, 교육, 주거의 문제 등 굉장히 많은 정책과 과제들을 제시했지만, 이 두 가지 과제야말로 현 정권과 시민운동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운동은 4대강사업 저지와 친환경무상급식에 동의하는 정치세력들 간의 선거연합을 촉구하는 활동과 더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는 유권자참여운동에 주력했습니다.

이와 달리 야권의 선거연합을 촉구하는 활동은 시민운동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희망과 대안’ 등 각 지역에 결성된 시민조직들이 선거연합을 위해 중재자, 촉진자로 나섰지만 온전히 선거연합을 실현한 곳은 그나마 시민운동과 야권 정당들 간의 일상적인 연대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던 인천시나 고양시 등 한정된 지역이었습니다. 그 이외 많은 지역에서는 전면적인 선거연합보다는 막판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당초 시민운동은 ‘가치와 정책’을 중심에 둔 전면적인 선거연합, 그리고 시민참여에 의해 결정되는 선거연합의 밑그림을 그렸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한계가 많은 선거연합이었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와 진보를 바라는 다수 시민의 뜻이었기에 일각에서 진행된 시민운동의 노력을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4대강 반대나 친환경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민행동을 중심에 두고 커피파티운동,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1인시위, 온라인캠페인 등 유권자 참여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소극적으로 후보자정보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활동이나 마치 중립적 심판처럼 후보자들의 정책의 완결성만 보고 점수를 매기는 식의 유권자운동은 더 이상 그 동력을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시민운동이 중요하게 판단하는 핵심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이를 찬성하는 정치세력과 반대하는 정치세력을 갈라내고 적극적인 지지와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열렬한 유권자들의 호응과 참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를 추천하고 지지하는 운동으로까지 나아갔는데, 정당공천이 없는 교육감선거는 시민운동이 앞장서서 참여해야 하는 선거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현재의 선거법이 이러한 유권자운동을 대부분 가로막고 있어 이를 시급히 고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 요구 거스르는 세력, 살아남을 수 없어

지방선거가 끝난 지 겨우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이미 기억에서 지워버린 듯합니다. 4대강 사업의 중단은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며 세종시 수정안도 부결될 것이 분명한데도 국회표결을 강요했습니다.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을 이적행위로 매도하고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에게는 유언비어 날포니 국가보안법을 들어 처벌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행태를 반복해서는 향후 남은 2년 반 동안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야권입니다. 이미 국민의 뜻이 현 정권과 집권여당에서 멀어진 것은 분명한데 힘을 모아줄 대안적 정치세력이 보이질 않습니다. 국민의 뜻이 더 큰 연대와 대안과 비전을 위한 혁신에 있다면 야권은 이것을 지상 과제로 삼아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자신들의 성과에 도취해 혁신을 소홀히 하고 야권연대에도 소극적이라면 마찬가지로 민심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국민은 냉정한 눈으로 야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7·28보궐선거는 그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시민운동 역시 변화의 시험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정책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활동방식을 넘어 민주주의와 진보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운동방식을 만들어 낼 때가 되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기꺼이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로 그 변화의 힘들이 모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고 공간을 제공하며 유형무형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보다 깊이 있는 콘텐츠와 보다 멀리 보는 정책대안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행동하는 시민들의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지역적·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낼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이 시대 시민운동의 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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