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7월 2010-07-01   1343

김재명의 평화 이야기-월드컵에 묻혀버린 한국의 아프간 재파병

파괴된 집앞에 선 아프간 소년이 한국군 재파병을 진심으로 반길까.



월드컵에 묻혀버린 한국의 아프간 재파병


글 사진
김재명 <프레시안>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초여름 온 국민이 남아프리카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는 동안 그렇게도 말들이 많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 드디어 강행됐다. 먼 훗날 한국의 해외 파병사에 2010년은 결코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할 껄끄러운 기록을 남긴 셈이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지난 2월 야당 의원들의 반대와 퇴장 속에 ‘국군의 아프간 파병동의안’이 강행 처리됐고, 이명박 정부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지방재건팀(PRT)’이란 이름 아래 350여 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보낼 법적 바탕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6월 15일 선발대 병력(부대 이름은 ‘오쉬노 부대’) 90여 명이 출국했고, 7월 초엔 PRT 본대(230여 명)가 출국한다. 월드컵 응원 함성 속에 아프간 재파병은 그렇게 슬그머니 묻혀버렸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아프간 재파병

지금 아프간은 끓는 가마솥이다. 2009년 이래 미군 사상자는 이라크보다 아프간에서 곱절 이상 생겨났다. 소규모 PRT가 지닌 약점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바대로 안전문제다. 규모가 큰 군부대조차 제아무리 경비를 삼엄하게 펼쳐도 공격을 받는 게 아프간 현실인 마당에 PRT가 안전하다고 우길 수는 없다. 한마디로 PRT는 탈레반 무장세력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비쳐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사상자가 얼마나 나왔는지에 관한 자료는 미군 당국조차 쉬쉬하고 있기에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탈레반 무장세력의 105mm 박격포나 어깨걸이식 총류탄(RPG)으로 공격을 받은 사례들이 잦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출처 : 민중의소리아프간 전쟁의 주역으로 2011년 7월을 철군시점으로 잡고 있는 미국은 물론, 영국과 캐나다 등 아프간에 병력을 보낸 나라들도 모두들 서둘러 지옥이나 다름없는 ‘아프간 수렁’에서 빠져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이명박 정부는 재파병을 함으로써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많은 시민들은 “아프간 재파병은 한국정부의 2007년 완전 철군 약속을 위반한 것이므로 재파병은 절대 안 된다.” “미국이 벌이는 더러운 전쟁의 들러리는 그만 둬야 한다.” “지방재건팀 파병이 대규모 재파병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며 재파병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고 기어이 재파병을 밀어붙였다. PRT에서 사망자가 생겨날 경우 그 보호를 내세워 설마 대규모 재파병으로 가는 수순은 아니리라 믿고 싶지만, 아프간 재파병은 합리적인 잣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돌이켜 보면, 2001년 9·11 테러사건 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근거지를 없앤다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빈 라덴을 ‘손님’으로 보호해왔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하미드 카르자이를 우두머리로 친미 정권을 세웠다. 카르자이는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처럼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유노칼Unocal이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과 인도로 이어지는 서남아시아 천연가스 사업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현지 로비스트로 고용됐던 경력을 지녔다.

많은 아프간 사람들은 카르자이정권을 친미 꼭두각시 정권이라 여긴다. 카르자이의 지난날 경력을 봐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미국이 뒤를 받쳐주지 않았다면 지도자로 뽑히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최측근들은 잔혹한 전쟁범죄 전력을 지녔고, 아편거래 등 부정부패로 검은돈을 챙기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8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카르자이가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며 간신히 당선된 것도 아프간 민심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많은 아프간 사람들 눈에 비친 카르자이는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이 서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다지기 위한 도구이자 꼭두각시일 뿐이다. 여기서 탈레반 세력이 지난 9년 가까이 생존해왔고, ‘신新탈레반’이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세력이 커진 배경을 짐작하게 만든다. 다름 아닌 아프간 민중의 반카르자이, 반미정서다.





전쟁 중 파괴된 채 버려진 탱크의 부품을 뜯어 생계를 잇는 두 아프간 남자. 아프간을 돕는 것은 파병이라는 군사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


미국 패권정책에 들러리 파병, 오히려 국익 해쳐


해외파병국가들은 흔히 ‘국가이익’보다 ‘인도주의적 개입’에 기초한 파병을 내세운다. 어떤 지역이 내전이나 기근으로 고통 받을 때 인도적 차원에서 군대를 보내 돕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떠한 나라든 오로지 ‘인도주의적 개입’으로 군대를 파병하진 않는다. 이른바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이라 선전되더라도 실제로 ‘인도주의적’인 요소는 극히 부분적인 동기일 뿐이다. 잘 알려진 바처럼 아프간전쟁은 마구잡이 민간인 학살과 포로 학대, 전쟁범죄와 부패로 얼룩진 하미드 카르자이 친미정권 수립 등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아프간 수렁’에 빠진 미국은 전쟁비용과 인력손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비전투부대이긴 하지만 2002년 한국이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병력을 보냄으로써 논란을 불렀다. 2007년 인질사건을 일으킨 탈레반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부대를 철수시켰지만, 5년 동안의 파병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 대답이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0년 다시 파병이 이뤄졌다.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더욱 어려운 재파병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그랬듯이 특정 강대국의 패권정책에 들러리를 서는 파병은 안 된다. 21세기 한국이 내세워야 할 나름의 파병원칙은 한반도 분단극복과 평화조성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미동맹의 족쇄에 묶여 미국의 세계지배 패권 장악 시도에 들러리로 파병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가이익과 한반도의 이익을 해치는 길이다. 올봄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은 높아갈 대로 높아가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눈치 보는 아프간 재파병보다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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