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2월 2011-02-01   1735

아주 특별한 만남-홍지명 회원

발랄하고 색깔 있게 일주일을 살아가는
‘통인’ 카페지기

홍지명 회원

이경휴 수필가,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진정한 소통이란 그냥 공존하자는 게 아니라, 차이나 다양성을 내가 변할 수 있는 반가운 만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영복) 
 

기습한파라는 말이 일상화된 겨울이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기온이 연일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 벌어진다. 계량기 동파 사고는 당연한 일이고 최대 전력 수요가 연일 경신되는 바람에 정전 사태까지 이르렀다. (또한 먹이를 찾아 마을로 출현하는 산짐승들은 마트로 진입하여 사람들을 혼비백산케 한다.) 뿐만 아니다. 재앙 수준의 일들이 한겨울을 꽁꽁 더 얼어붙게 한다.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로 가축들은 생매장을 당하고 그 과정에서 과로로 사람들도 죽어나간다. 정부 대책이라는 게 겨울이 되어서야 솜옷을 장만하는 격이다. 그래도 봄은 어디에선가부터 분명 오고 있다. 입춘立春이 내일모레다.

  지난 달 10일, 참여연대 자원활동가들과 간사들만의 힘으로 ‘카페 통인通人’이 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이 쏟은 열정은 혹한 속에서도 소통이라는 향기로운 꽃을 피워냈다. 썰렁한 공간으로 비워있던 일층의 한 부분에 ‘카페 통인’이 들어서자 참여연대의 현관은 향기가 그윽했다. 덩달아 안내데스크 자원활동가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했다. 카페에 들락거리는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표정도 환해졌고,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향내 덕에 전화를 받는 음성도 한 옥타브 올라가 경쾌한 리듬까지 탄다.

  카페가 문을 열기까지는 두 달 가까운 공력이 들었다. 간사들은 업무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공사에 참여를 했고, 자원활동가들 또한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았다. 목재를 자르 고, 사포질하고, 도색하고, 수도 배관을 연결하고 조명기구를 달고… 내부 공간이 완성되어가자 후원은 날개를 달고 날아왔다. 인문사회 관련 서적을 비롯하여 노트북, 냉장고에서부터 소파, 의자, 쿠션, 무릎담요 등 들여놓기가 바빴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지금 ‘카페 통인’은 通人 중이다. 회원, 자원활동가, 간사들을 넘어 지역 사람들까지 통하는 반가운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참여연대 주차장을 쓰고 있다는 지역 주민이 감사의 뜻으로 한라봉 한 상자를 들고 오기도 했고, 사람들은 바람에 쓰러진 입간판을 들어 올려주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와 책을 꺼내보는 이도 늘었다.  

  ‘통인’은 웃음으로 문을 연다. 시종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카페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화요일 카페지기를 만났다. 웃음과 말을 함께 쏟는 홍지명(42세) 회원이다.

4-50대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통인’으로 들어서니 단박에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양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방가 방가^^’를 외치는 모습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다 차림 또한 파격적(?) 이었다. 짧은 스커트에 롱부츠, 타이트한 셔츠에 쪽빛 머플러. 누가 감히 중3, 고2 아들을 둔 ‘40대 아줌마’라고 할까. 스스럼없이 싱글맘이라고 자신을 드러낸다. 마침 카페에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배경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열광하는 팬이 되어 주인공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를 틀었다. 가만히 듣기만 해도 신이 나는 인터뷰일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드라마와 우리 드라마를 비교하며 김은숙 작가의 강점에 대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듯 정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 ‘글이란 대중을 따라가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길게 끄덕이자 또 다시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저는 발랄하게 살려고 애를 써요. 그러려면 세대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해요. 내가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20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대교체나 교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20대는 숨 가쁘게 변하는 중이에요. 4-50대가 변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있을 수 없어요.”   


  변화와 소통이 화두가 된 삶은 무엇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영어 공부방을 운영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나는 같은 내용을 20여 명에게 반복하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바는 각각 다릅니다. 내가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내가 변해야 된다고 느꼈어요. 역지사지가 소통의 첫 단추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에 큰 방점을 찍으며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마음으로 하는 역지사지와 체험으로 하는 역지사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으며 역지사지의 뜻을 심화시키는 간접화법이었다. 함께 자리한 지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화제는 개인사를 넘어 사회적 이슈까지 건드리며 풍성하게 흘러갔다. 간혹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오면 같이 흥얼거리는 유쾌한 여유까지 보이면서.

역지사지, 터닝 포인트로 이해하다

 

그럼 세대 간의 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이나 활동을 하느냐고 질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은 쏟아져 나왔다.

  “인터넷사이트인 재능나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선현우(랭귀지캐스트 대표)사이트, 5개 국어를 하는 모임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요. 그 중 저는 꿈을 현실화 시켜주는 재능나눔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벌써부터 열패감에 젖어있어요. 아직 어린 나이인데 계층 간의 위화감을 스스로 느껴서인지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이런 애들에게는 꿈을 현실화 해 줄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요. 그것을 재능나눔에서 발견하지요.”

  ‘역지사지’에 이어 ‘터닝 포인트’에 또 방점을 찍었다. 처음 저소득층 아이들과 영어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그야말로 역지사지가 되지 않아 엄청 힘들었다. 숙제도 하지 않고 학습태도도 불성실하고, 과자부스러기나 집어먹으려고 하고…. 하지만 이제는 가르치는 것 보다 그 아이들의 환경을 이해하다보니 아이가 사랑스럽다고 했다. 자신을 아이들이 터닝 포인트를 제공한 선생으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아이들에겐 어떤 엄마인지 궁금했다.

  “싱글맘이 되고 친정으로 들어왔죠. 제가 일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요. 애들도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가 곁에 계시니 정서적으로 안정도 되고. 또 스스로 공부를 하는 형이라 저는 단지 큰 틀만 제시할 뿐이에요. 저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티즌, 세계시민 정신을 가지라고 강조해요. 때문에 애들은 희망누리체험단이 되어 영국, 몽골, 라오스, 호주, 터키, 베트남 등지를 다녀왔어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요즘은 아들 녀석과 대학 진학 문제로 종종 충돌해요. 다른 집들도 이러겠죠?”

  멋쩍게 웃는 모습이 숙제 못한 학생 표정이었다. 이어 희망누리체험단을 홍보(?) 하는 역할까지 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청소년 해외조사 연구 지원 프로그램으로, 방학 중 중?고등학생을 선발하여 세계 여러 국가와 NGO단체, 국제기구, 연구소, 정부 기관을 방문하여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체험학습 현장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거울이요 스승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싶다. 그녀의 희망대로 아이들은 이미 세계시민으로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사이트에 올리며, 그의 석방을 위해 세계시민 정신을 발현하기도 했단다. 여느 엄마들처럼 자식 자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세계시민 정신을 일깨운 천안함 사건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은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전혀 동요되는 기색 없이 씩씩하게 말했다,

  “싱글맘이 되면 사회 인식, 경제적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해요. 사회인식은 점차 나아지고 있어 괜찮아요. 또 제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남편이 양육비의 일정부분을 담당해 생활고 때문에 허덕이지 않는 건 다행이죠. 그런데 실제로 많은 싱글맘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싱글맘이 되어 국가에서 제공하는 지원비를 받아도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액도 아니고 법적으로 약속한 양육비를 실제 지급하는지의 여부를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해요. 싱글맘이 되고 보니 생활과 정치가 밀접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참여연대같은 시민단체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싱글맘, 워킹대디라는 말로 회자되는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미비하기 그지없다. 가정의 속내가 각각 다르듯이 일률적인 정책으로 그들을 도울 수는 없겠지만 눈높이에 맞는 지원과 관리가 절실하다. 실제로 그들이 동사무소나 구청 복지 담당자를 찾아가서 지원을 호소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무상급식, 무상교육이라는 말이 정략적으로 이용되기 보다는 아이들이 자존심을 상해가면서 급식판을 들고 서있거나, 학비 일부를 감면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풍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 국격, 사회환원, 희생… 허황한 말들이 남발되지 않는 게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오세훈 시장에게 무상급식에 편차를 두지 말고 아이들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편지도 썼어요. 서울시에서 답장이 왔는데 모두에게 급식을 지원하면 현재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습준비물 등을 지원하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학교 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못 한다고. 그래서 나 혼자의 힘으론 어렵고 연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때문에 참여연대 회원이 되었냐고 묻자, 금세 표정과 음성이 아이돌그룹 공연장의 소녀가 되었다.

  “이태호 선생님, 아, 이태호 선생님 때문이죠. 오늘도 선생님을 위해 화분을 하나 사오나, 생각을 했어요. 저는 천안함 사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심장이 탁 멎었어요. 자는 엄마 깨우고, 여기저기 전화하고, 우리 애들을 부둥켜안고, 이태호 선생님 멋져멋져^^를 외쳤죠. 바로 다음날 회원 가입을 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방문제는 국방부가 해결하는 거지 국민이 국방을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잖아요.  성장하면서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 그 틀을 완전히 깨어버린 것이죠. 진실이 의심되면 의문 제기를 하는 게 시민단체의 일이라는 인터뷰도 너무 멋졌고….”

  거침없고 막힘없는 찬사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쳐다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그날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사람에겐 지적 능력보다 의지를 실천하는 용기에서 향기가 나는 것 아닐까.


문화사랑방 같은 ‘카페 통인’이 되었으면

자연스럽게 참여연대로 화제가 돌아왔다. 천안함 사태 이후, 참여연대가 보수단체로부터 당했던 테러 수준의 공격에 가슴 아파했고, ‘카페 통인’에 얽힌 에피소드도 이야기했다. 차림과 언변은 분명 ‘공주과’인데 궂은 일을 어찌 했을까, 고개가 갸우뚱했다. 역시 몸으로 때운 일의 고생담이 흘러나왔다.

  “힘들었어요. 사포질, 물걸레질을 했더니 손에 반점이 얼룩덜룩 생기더라고요. 예쁜 손은 아닌 편인데 그렇게 확 표시가 나니 주변에서 깜짝 놀라했지요.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손이 호들갑을 떨어서 미안했어요.”  

  화요일 카페지기 자원활동은 어떠냐고 묻자,

  “재미있어요. 이런 자원활동은 안 해봤어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아요. 저는 매일매일 다른 색깔로 발랄하게 살기를 원해요. 월?수?금요일은 경제를 위해 영어공부방을 하고, 화요일은 참여연대 카페지기, 목요일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영어공부방 봉사, 토?일요일은 신나게 놀고, 신나게 TV. 날마다 새롭게 하루를 열어갑니다.”

  엔돌핀에 세라토닌까지 행복 호르몬을 모두 불러내는 생활임이 분명하다. 카페지기로서 ‘카페 통인’에 거는 기대를 물었다.

  “저는 통인이라는 지역 명칭이 마음에 안 들어요. 영어와 함께 쓰기에는 어감부터 부드럽지 않고 지역을 못 벗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도 참여연대하면 심각한 사안을 먼저 떠올리고, 사람들이 이 카페에 오기 전까지 일상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는데, 카페만은 웃고 떠들고 즐기는 이미지, 고민을 덜고 편안함을 느끼고 갈 수 있는 ‘개그콘서트’장이나 문화 사랑방 같은 곳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바람은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바이다. 차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내가 변할 수 있는 반가운 만남의 장이 되는 게 ‘카페 통인’에 거는 모두의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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