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2월 2011-02-01   1576

그 사람 그 후-마해영 해설가

인생의 끝내기 홈런을 준비하는 해설가 마해영

강지나 좬참여사회좭 편집위원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는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은 아마 끝내기 홈런이 아닐까 싶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치면서 최초로 우승컵을 거머쥐는  장면은 삼성 팬을 포함한 많은 야구 팬들에게 짜릿한 한판 승부였다. 그 승리의 주역은 경기장에서는 구단과의 관계나 한국 프로야구 현실 속에서, 아니 그의 삶 전체 과정 속에서 항상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왔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하고 스포츠 해설가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마해영 해설가를 만나보았다.

경기장에서 중계석으로 이동하기까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운동하던 현역선수들이 은퇴하면 급격히 쇠퇴한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한다. 하지만 2008년 은퇴 후 3년 만에 보는 마해영 씨에게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운동장에서 뛰지 않을 뿐이지 프로야구가 열리는 시즌에는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낸 그였다. 그래도 경기를 보며 해설 할 때 직접 나가서 뛰고 싶어지지 않을까? 

  “서른 중반쯤 은퇴하면 뭐할까 고민하던 중 집사람의 권유로 고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다행히 은퇴 후 바로 방송 제의가 와서 기쁘게 맡아서 하고 있고, 공부도 꾸준히 해 놓은 덕에 강단에도 설 수 있었다. 지금은 현재의 활동에 만족하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유니폼 입고 현역선수들과 함께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평상복 입고 평범하게 있을 때와 유니폼 입고 경기장에 있을 때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이다. 운동장에서 땀을 흘릴 때가 가장 행복했던 거 같고 유니폼을 입으면 피가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유니폼을 입었을 때나 아닐 때나 한결같다. 진정으로 사랑하면 뼈아픈 충고도 하게 되고 용감하게 진실을 밝히기도 하는 법이다. 2009년에 출판된 『야구본색』은 마해영 씨가 그런 심정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책을 둘러싸고 마땅찮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었다. 

  “전에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내 의도가 아니라 기자의 의도로 각색된 기사가 나오는 걸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아예 내가 쓰자 라는 생각에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 그런데 몸 쓰는 일 한다고 운동선수들 무시했던 기자들이나 구단과 KBO 측에서 싫어하는 거 같더라. 반면, 정말 야구를 아끼는 사람들은 시원하고 솔직하게 잘 썼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 오히려 그런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책 쓰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했고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봐줬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불의를 보면 출동하는 부산 사나이

선수시절부터 그는 입바른 소리하기로 유명했다. 부당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고 꼭 짚고 넘어가거나 바꿔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선수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 LG 트윈스는 전지훈련갈 때 LG마크가 새겨진 멋진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나갔다. 반면, 롯데는 큰 천가방을 끌고 나가는데 공항에서 만나면 참 비교됐다. 구단 측은 매년 새 천가방을 주는데 멋지고 보다 실용적인 트렁크로 바꿔주면 몇 년간 쓰겠다고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 결국 내가 상조회 총무로 있을 때 우리 돈으로 트렁크를 맞췄더니 구단 측 직원들이 자기들 것도 맞춰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웃음). 이런 적도 있다. LG는 선수들 운동복을 구단에서 한꺼번에 수거해서 단체로 세탁소에 맡겨 주는데 롯데는 선수들이 직접 맡겨야 했다. 그래서 구단에 제의했는데 역시 거절당해서 내가 또 상조회비로 사직구장 앞 세탁소 하나를 지정해서 1년 고정액으로 세탁을 단체 계약했다. 결국 6개월 뒤에 구단에서 해 주더라.(웃음)”

  이런 올곧은 성품은 해설가가 되고 나서 물 만난 듯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12월 해외전지훈련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대호 선수의 연봉협상과정에 대해 언급한 것도 비단 해묵은 문제를 건드렸다고 하기보다는 선수 인권과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제기된 부분이라 더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12월 해외전지훈련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다. 우선 선수들에게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 기간에 무보수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종용한다는 점, 7억~10억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모든 선수에게 그만큼 유용한 훈련은 아니라는 점, 감독 역시 비효율성을 알지만 성적 압박에 쫓겨서 구단의 눈치를 본다는 점, 구단이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같은 관행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8개 구단 단장, 사장들은 사실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다른 계열사에서 근무하다 와서 운동을 잘 모른다. 이들의 목표는 무조건 성적을 내는 것이다.”

  이대호 선수의 연봉협상 과정도 KBO의 공정성이니 대리인 제도니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마해영 씨는 프로야구와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대호 선수 사건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구단이 야구에 대한 시야가 좁다는 점이다. 이대호 선수가 2010년에 이룬 7관왕이라는 기록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달성하기 어려운 엄청난 기록이다.

  올 시즌에는 이대호 선수를 보러 야구팬들이 더 많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봉 최고 액수인 7억에 맞춰준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대호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이대호라는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과 홍보 전략으로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구단에서는 오직 성적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연봉을 이만큼 받았으니 홈런 40개를 쳐라’라는 발상이 나오는 것이다. 구단에게 선수란 돈 주고 고용된 사람이라는 수직관계일 뿐, 프로야구를 통해 함께 팬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거기서 수익도 창출하고자 하는 파트너십이 없는 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장이 한국보다 크긴 하지만 프로선수들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가 연봉액수의 10배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 시설이나 팬 서비스용 편의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어 들어간 비용만큼 수익을 뽑아낸다. 기업 운영에서 마케팅과 홍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왜 프로야구에서는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구단 운영자 중에는 이것을 마케팅이든 광고든 활용해서 수익을 내보자고 머리 굴리는 사람이 없고,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보다 상부에서 OK가 떨어지지 않는다. 프로야구 마케팅이 매우 허술하다는 말이다. 한 예로, 내가 은퇴한 야구선수지만 경기장에서 내 백넘버가 달린 유니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은퇴했으니까 내 유니폼은 상품 자체가 없다. 나의 팬들에게 유니폼을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직접 구단에 전화했다. 나한테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수익 부분은 받지 않을 테니까 만들어 달라고 했고 알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그 후에도 야구장 판매대에 내 유니폼은 없어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말하기를, 기본 주문 수량이 300개인데 다 안 팔리면 자신이 책임져야 해서 못 찍었다고 하더라. 꼭 300개씩 만들어야 하는 업체 말고 가능한 다른 업체에서 만들면 되는데 그렇게도 못하는 거다. 나 외에도 최동원 선배, 김용희 감독 등 여러 롯데 대표 선수의 유니폼을 만들면 올드팬을 위한 서비스도 되고, 올해 안 팔리면 내년에 팔거나, 막말로 벽에다 장식용으로 걸어도 좋을 텐데….

  다양하게 활용하는 면이나 방법면으로는 머리를 안 쓰는 거다. 구단은 성적이 중요한 거지 마케팅에 대한 의지는 없다.”

구단, KBO, 선수협… 불편한 관계

1982년 한국프로야구가 탄생한 지 29년이 지났다. 태생 자체는 3S정책의 하나로 국민들의 눈을 정치에서 돌리게 하자는 군사정권의 불순한 의도에서 만들어졌지만 29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국민 스포츠인 것은 분명하다. 2007년 이후에는 WBC나 올림픽 등 세계무대에서도 그 활약상이 뛰어나 작년 592만 8천 명으로 역대최고 관람객수를 기록할 정도로 그 인기는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는 여전히 연봉협상 문제와 선수들의 취약한 권익 보호, 경기수 문제, 야구 관련 제반 시설의 열악함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마해영 씨는 이런 문제의 중심에는 KBO가 8개 구단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부분이 핵심적으로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KBO 직원들 월급을 8개 구단에서 걷어서 주고 총재 월급도 구단에서 나온다. 그러니 KBO는 구단주로부터 독립성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의 KBO 총재는 그 자체로 매우 화려한데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사회체육 육성 종목으로 축구, 테니스, 골프가 선정됐다. KBO 총재가 직접 문광부에 찾아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야구인데 사회체육 육성 종목에 넣어 달라고 요구도 하고, 학교 체육 시간에 야구를 많이 하도록 제안도 하고, 최근 사회인 야구의 규모도 커졌는데 그들을 위해 지역사회 시설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KBO가 8개 구단으로부터 독립해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총재는 기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맡아야 하고, 구단주들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힘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2000년에는 이런 문제점들을 직접 돌파해 보고자 송진우, 양준혁 선수 등과 함께 선수협을 결성했다. 선수협 결성 당시 선수들은 사회 각계각층을 돌면서 여론을 만들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참여연대도 그 중 하나였다. 알고 보면 선수협과 참여연대는 오랜 인연이 있었던 셈이다. 올해로 선수협도 10년이 되었다. 2009년 노조 결성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얼마 전 이대호 선수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선수협의 역할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선수협이 발족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8개 구단 주장들로 운영되니까 미온적으로 운영되고 크게 힘이 실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선수협 자체로는 구단을 압박할 만큼 힘을 갖기 어렵다. 노조로 인정받아야 고용주 대 고용인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데 현재는 선수들이 배제된 위원회에서 결정되어 나오니까 선수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전체 2/3가 흑자이거나 손익이 동률이기 때문에 만약 선수들이 파업을 해서 한 시즌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단 측 손해가 크다. 반면 선수들 개인은 파업을 해도 노조에서 월급을 모두 보전해 주기 때문에 구단 측과 당장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돈 많고 힘 있는 노조가 바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다.”

  비단 선수와 구단의 관계만이 아니라, 일개 가수와 거대 기획사, 일로 인해 병을 얻은 노동자와 세계적인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 박봉에 보따리 장사를 해야 하는 시간 강사와 대학 당국 등 수없이 많은 사례들에서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반복된다. 약자들에게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해 주는 장치가 한국사회는 매우 취약하다.  

  “스타급 선수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서 연봉협상이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2군 선수들 경우에는 그저 구단 측에서 일방적으로 연봉을 통보해 온다. 그러니 노조 결성에 대해서도 스타급이 아닌 선수들은 혹시 선수협에 가담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고 구단이 강하게 한 마디 하면 추풍낙엽처럼 다 떨어져 나가는 현실이다. 답답한 점이 많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 기억해… 야구 발전 위해 뛰겠다”

마해영 씨는 구단에 바른 말하고 KBO의 잘못을 지적하고 직접 선수협 결성에도 참여했던 전력 때문에 자신은 감독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러나 인생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2002년 그의 끝내기 홈런이 그랬듯이, 그의 진가와 진심을 알아주는 세상이 온다면 그도 다시 유니폼을 입고 지도자로서 경기장을 누비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이 있는 한 롯데나 삼성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있는 날이 곧 오게 되지 않을까?  

  “사실 2008년 롯데 구단에서는 날 받고 싶어 하지 않아 뭉그적거렸는데 팬들이 계속 요구해서 할 수 없이 받았다. 그때 올스타 투표에서 2군에 있던 내가 1위를 해서 올스타전에도 나갈 수 있었다. 결국 팬들이 내가 친정팀에서 은퇴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나의 은퇴 경기도 만들어 준 셈이다. 대구 분들은 나를 보면 하나같이 2002년 삼성에게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겨준 선수라고 고마워하신다. 나도 이런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 계속 뛸 것이다.”  

  마해영 해설가는 현재 XTM채널과 QOOK TV의 ISPN 채널에서 야구해설을 맡고 있다. 그의 해설에는 마치 내가 선수들의 라커룸에 들어갔다 온 것 같은 생생함이, 타석에 섰을 때 투수와 기싸움을 하는 듯한 현장감이 있다. 올 시즌에는 마해영 해설가와 함께 즐기는 야구경기를 시청하시기를 살짝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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